2022. 6. 2. 06:41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홍어”는 가오리상목 중에서 홍어목에 속하는 생선으로, 한국에서는 삭힌 음식의 대명사로 유명합니다.
원래는 서민들이 막걸리와 함께 즐기던 생선이었지만, 홍어 특유의 단맛과 감칠맛으로 점점 인지도를 높이더니 지금은 수량이 부족하여 점점 값이 올라 2010년대에 들어 마리 당 40만-130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싸졌고, 특히 흑산도 근처의 참홍어는 아예 급이 다르게 취급 받는다는 일반적인 얘기입니다.
홍어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칠레와 아르헨티나에서 수입을 많이 하는데, 한국에서 먹는 대부분의 홍어가 바로 이 수입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번에 수천 개에서 수만 개의 알을 낳는 보통의 어류와는 달리 홍어는 한 번에 낳는 알의 수가 적고, 번식력이 매우 낮은데다가 치어 남획과 어장의 황폐화, 어장 환경의 변화로 인해 과거에 비해 자원량이 많이 감소했다는 것이 수산업계의 평가입니다.
넓은 의미로 가오리라고 하면 홍어목을 포함한 가오리상목 전체를 이르는 말이므로 홍어도 가오리에 속한다고 하겠지만, 국내에서는 홍어의 희소성과 맛 때문에 따로 높게 쳐 주는 홍어 및 그 외 다른 것들로 보아 다 가오리로 뭉뚱그려 부르는 편입니다.
간재미라든가 갱개미라든가 등 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이 있는데, 이는 지역마다 이름이 다르기로 하지만 크기에 따른 구분으로 크기만 작으면 홍어 새끼도 간재미이고 가오리 새끼도 간재미라고 부릅니다.
그 경계가 어느 크기냐 하면, 몸통 부분까지 뼈째 회쳐 먹을 수 있으면 간재미고 그보다 크면 홍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꼬리 포함 대략 40cm 이내면 뼈째 회쳐 먹을 수 있습니다.(서해산 기준으로 6월 이후엔 그 크기라도 뼈가 억세져서 회로 먹기 불편하다.)
홍어·가오리·참홍어는 잘 보면 다르지만 광어 도다리 가자미처럼 크게 달라 보이지도 않고, 맛도 삭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회무침으로 하면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니 현지에서 어종으로 구분하지 않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겁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흑산도 지역에서 많이 보이는 참홍어(Raja pulchra)와 일반적인 홍어(Okamjei kenojei)로 구별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몇 종이 서식하는 가오리는 다른 종인데, 새끼 때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아 간재미로 싸잡아 불리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홍어와 참홍어로 구별하기도 한다는데 구별법은 일반 홍어는 몸이 작고 주둥이가 비교적 짧은 반면, 참홍어는 성장할수록 몸이 크고 주둥이가 길어진다고 합니다. 참고로 참홍어가 더 잡기 힘들다고 하는데 그건 어자원 보호를 위하여 홍어 전문 어선은 수가 정해져 있고 조업 시기와 양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참홍어의 산란기는 7~8월을 제외한 연중인데 홍어의 산란기는 가을에서 이른 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 제가 왜 ‘홍어’이야기를 길게 했느냐 하면, 어제 홍어를 먹고 왔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홍어를 먹기가 어려운 것은 대부분 삭힌 것들이라 냄새가 심해 홍어를 먹고 차를 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일 겁니다. 홍어를 먹고 온 날은 속옷에서까지 냄새가 배어 차를 타면 다 얼굴을 찡그리니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차를 타기가 겁이 납니다.
예전에 제가 낮에 지하철을 탔는데 제 앞에 앉아 있는 5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 세 분이 입을 열면 홍어냄새가 진동을 하는데 그걸 본인들은 모르고 먹는 얘기를 아주 신나게 해서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먹을 때는 엄청 조심했을 것인데 입에서 나는 냄새가 심하다는 것을 본인들만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어제 삭힌 홍어가 아닌 생물 홍어를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게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아직 믿어지지 않지만 분명 홍어였습니다. 태안 신진항에 갔는데 4 ~ 5kg 정도의 홍어 수십 마리가 공판장에 나와 있었습니다. 가격을 물었더니 소매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그냥 지나치다가 차에 홍어를 싣고 있는 분에게 물었더니 45000원이라고 해서 얼른 샀습니다. 그걸 태안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홍어는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먹을 수 있지 그냥은 요리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도 산 것이라 가지고 친구에게 갔더니 동네 어른에게 부탁을 해서 그걸 해체해서 매운탕거리와 회로 만들었습니다. 넷이 먹었는데 제가 산 홍어는 7~8명이 충분할 양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먹은 홍어는 평생에 한 번을 제외하고는 다 삭힌 홍어였는데 어제 정말 생물 홍어를 회로 먹으니 다른 것은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신나게 먹고 쉬다가 홍어 애로 끓인 애탕, 매운탕을 먹으니 이건 또 다른 신비한 맛이었습니다.
지난 설에 결성에 갔을 때에 거기 친구가 오천항에서 홍어 8kg하는 것이 경매로 8만원이었다고 해서 무척 부러웠는데 그걸 제가 어제 제대로 먹은 것입니다.
전라도에서는 홍어는 전라도 지방에서 잡힌 것만 홍어라고 한다고 하고, 흑산도 부근의 것만 참홍어라고 한다지만 요즘 티비를 보면, 대청도 사람들은 대청도 앞에서 잡힌 홍어가 진짜 홍어라고 하고, 어제 신진항의 사람들은 신진항의 홍어가 다 목포로 간다고 얘기합니다.
제가 예전에 듣기로는 흑산도 홍어는 껍질을 벗겼을 때 다른 지역의 홍어보다 약간 검은 색을 띈다고 했는데 지금 누가 그걸 구별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서해바다에서 잡힌 것은 다 똑 같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홍어를 삭혀서 먹은 이유가 냉장시설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에 장거리 운송을 하다보면 그게 삭아서 그랬다는 말이 있는데 삭힌 홍어보다 생물홍어의 회가 훨씬 맛이 좋다는 것도 많이 나오는 얘기이고 삭힌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싱싱한 홍어를 회로 먹는 것이 훨씬 낫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는 이제 삭힌 홍어보다 생물홍어를 더 많이 먹을 거라는 생각이고 그리 비싸지 않은 홍어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근래에 홍어가 많이 잡히는 것은 홍어 알을 부화시켜 바다에 방류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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