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6. 28. 06:44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자격증(資格證)”은 ‘각 분야에서 일정한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그 능력을 인정해 주는 증명서’로 나와 있습니다.
취업을 위해서는 자격증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많은데 제가 오늘 찾아보니 유망자격증이 29개로 나와 있습니다. 이것도 업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유망자격증이라고 광고하는 것을 다 찾으면 수백 종이 넘을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자격증은 하나인데 작년 이맘 때, 어렵게 딴 ‘조경기능사’자격증입니다. 이걸 받으려고 50만원 가까운 돈을 들여서 힘들게 공부했고 1차, 2차 시험에 합격을 해서 간신히 받은 겁니다. 하지만 별로 쓸 곳은 없었습니다.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에 들어가서 자격증 종류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자격증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 지 알 수가 있고 또 그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2차 실기시험을 보기 위해 시험장소를 선택하려고 할 적에 순식간에 다 마감이 돼서 서울, 경기, 인천, 충청권에서 시험장소를 찾지 못해 강원도 춘천에 두 번이나 가서 시험을 본 경험이 있는데 그만큼 자격증을 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시험에 매달린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오늘 이 자격증에 대한 솔직한 얘기가 나와 있어서 옮겨 봅니다.
<수십 개의 자격증을 가진 분들 있습니다.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섯 개 이상 자격증을 갖고 있는 분들 생각보다 많습니다. 어떤 분들은 명함첩처럼 자격증 첩을 갖고 있더군요.
퇴직을 앞둔 많은 분이 ‘취업 잘되는 자격증이다’, ‘돈 되는 자격증이다’, ‘전망 있는 자격증이다’라고 해서 자격증 사냥을 다니는 분들 많습니다. 어떤 자격증은 국가가 교육비를 지원해 주니까, 또 어떤 자격증은 다니던 회사가 교육비를 지원해주니까 자격증을 따며 뭔가 잘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위로를 받습니다.
왜일까요?
불안해서입니다. 지금까지 평생 해 온 일을 몇 달 후면 그만둬야 하니 뭔가 대안을 찾고 싶은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자격증은 불법 임대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니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아직 그런 자격증이 남았는지도 모르겠지만, 남았다고 해도 나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과시욕 때문입니다. 퇴직한 후 재취업에 성공했거나 자리를 잡게 되면 가장 먼저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전 직장 동료들에게 연락하는 겁니다. 바로 그런 마음입니다. 자격증이라는 시험을 통해서 나를 증명하고 싶은 겁니다. 내가 아직 쓸모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자격증 합격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걸지도 모릅니다.
위로를 받고 싶어서입니다. 뭔가 퇴직 준비를 해야 하는데 막상 구체적인 행동은 없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더 불안해지니 자격증 시험을 준비합니다. 자격증 하나를 따는 몇 달, 혹은 몇 년간은 마음이 충만합니다. 친구를 만나서도, 직장 동료를 만나서도, 가족을 만나서도 ‘나 이런 거 준비하고 있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야기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 마음이 편해집니다.
자격증이란
자격증과 면허는 다른 겁니다. 자격증은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다는 의미입니다. 한 해에도 수만 명이 자격증을 신규로 취득합니다. 앞으로도 수십만 명이 자격증을 취득할 겁니다. 자격증이 보장해 주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능력을 보유했다는 걸 시험을 통해 입증한 겁니다.
하지만 면허는 다릅니다. 운전면허를 갖지 않은 사람이 운전을 하면 불법입니다. 의사면허를 갖지 않은 사람이 의료 행위를 하면 불법입니다. 면허는 그 일에 대한 독점권을 의미합니다. 사실 면허는 몇 개 없습니다. 면허의 특성을 보유한 자격증을 포함시켜도 면허는 몇 개 없습니다.
민간자격증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많은 바리스타 자격증이 대부분 이에 해당합니다. 국가공인 자격이 아니고 민간자격증입니다. 민간자격증이란 민간인이 만든 협회가 주는 자격증이라는 의미입니다.
민간자격증을 만든 협회에는 정상적인 협회도 많지만, 실제로는 협회 이름만 거창하고 교육비나, 시험 응시료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고 자격증을 파는 곳도 많습니다. 금박을 넣은 자격증은 액자에 넣어 걸기에 딱 좋습니다. ‘한국 무슨 협회’, ‘국제 무슨 단체’ 이런 이름을 사용하면 마치 국제공인 자격증 같고, 한국국가 공인 자격증 같은 느낌을 주지만 실질적 관계는 거의 없는 곳도 많습니다.
관계가 먼저다.
50대 이후 자격증의 의미는 ‘입직’을 위한 허가증이 아닙니다. 직업상담사 자격증이 있다고 모두 직업상담사에 입직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강사 자격증이 있다고 모두 강사로 입직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초등학교만 나오셨지만,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서 좋은 대학을 보냈다면 그분은 강단에 설 수 있습니다. 그분은 강사가 될 수 있습니다. 강사자격증이 없어도 강사가 될 수 있습니다. 내 친구가 전기공사를 하는 업체를 운영한다면 나는 그 업체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전기기능사 자격증이 없어도 일을 시작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친구를 통해 현장을 경험하고 경력을 쌓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자격증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차이가 나기 시작합니다. 자격증이 없는 사람은 그냥 일머리가 좋은 일꾼이 되지만 자격증이 있는 사람은 전문가가 되기 시작합니다. 자격증이 전문가를 만들지는 않지만,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경력을 쌓고 있어서 전문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겁니다. 전문가로 자리매김하면 그때부터는 독립할 수 있습니다. 친구 업체에서 재하청을 받을 수도 있고요. 일하며 연결된 사람들로부터 일거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게 50대가 자격증을 따야 하는 이유입니다.
50대는 자격증이 먼저가 아니라, 자격증을 활용할 수 있는 관계가 먼저입니다. 내 친구가 전기공사를 하면 전기기능사 자격증이 의미가 생기고, 내 형이 공인중개사를 하면 그제서야 공인중개사가 의미가 생기고, 내가 30년 건설일을 했어야 건설 기술사의 의미가 생깁니다. 공부만 잘해서 따는 건설기술사는 50대에겐 의미가 없습니다.
50대는 자격증 사냥을 멈춰야 합니다. 50대는 자격증을 사용할 관계가 먼저입니다.>서울경제. 박정규 경기대산학협력 교수
“면허(免許)”는 ‘국가 기관이나 행정 기관에서 어떤 기술 자격을 인정하여 허가해 줌’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말로만 봐서는 ‘자격증’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실제는 무척 다른가 봅니다.
《면허(免許) 또는 라이선스(영어: license)는 특정한 일을 할 수 있는 독점적인 자격을 행정 기관이 허가하는 일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면허증을 발급해 준다.
면허증이 있는 분야의 경우 면허증이 없는 사람은 법적으로 그 일을 할 수 없으나, 자격증의 경우 그것이 없다고 해도 반드시 그 일을 법적으로 금하지 않는다. 일부의 경우 자격증 취득 후 해당 자격증에 따른 면허증을 별도로 발급을 받아야 업무 수행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위키백과
제 주변에도 자격증을 여러 개 소지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실 저도 몇 가지를 더 가지려고 생각했는데 그게 ‘허영심’이 아닌가 싶어서 참고 있습니다. 식물보호사, 나무의사 등 제 마음이 끌리는 것들이 있는데 솔직히 그 자격증을 어렵게 딴 뒤에 정말 그걸로 무얼 할 것인지가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현대를 ‘자격증 시대’라고 얘기하고 많은 기관에서 국비 지원을 해준다고 자격증을 따라고 권고하지만 그게 다 국민 세금 낭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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