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는 건가

2022. 10. 17. 06:26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국가의 독립과 영토 보전의 의무,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 수호의 책무, 겸직 금지 의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노력 의무, 취임 선서문 상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를 가집니다.

 

이 대통령의 의무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에 임하는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일 겁니다. 대통령의 의무 중에 첫 번째가 바로 국가의 독립ㆍ영토의 보전ㆍ국가의 계속성과 헌법 수호의 책무입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다는 얘기, 심지어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단체도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의 첫 번째 의무를 소홀하게 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야당이 주장하는 ‘외교 참사’도 그게 실체가 있는 얘기는 아닌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에서 물러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과연 대통령으로 있을 적에 그 첫 번째 의무에 충실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새삼 헌법을 들여다본다. 대통령의 첫 번째 책무는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 수호’(66조 2항)다. 대통령의 취임 선서(69조)에서도 ‘국가 보위’는 ‘조국의 평화 통일’이나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에 앞선다.

 

쉽게 말해 대통령이 해야 할 지상(至上)의 과제는 나라를 지키는 것, 즉 국방(國防)이다. 이는 국민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보다 중요한 책임이다. 나라가 없으면 국민도 자유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대 대통령도 첫 번째 책무에 대체로 충실했다. 단 한 분만 빼고. 이분은 ‘평화를 지켜주는 건 힘이 아닌 대화’라는, 국가 지도자로선 위험천만한 안보관을 지녔다. 위기의 순간에도 상대의 선의에 기대어 대화에 연연했던 지도자들이 나라를 패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것이 고금(古今)의 진리임에도.

 

문재인 전 대통령. 대한민국 70년 안보의 보루인 한미동맹을 위협했고, 자신의 표현대로 ‘높은 산봉우리’ 중국에 ‘작은 나라’ 한국의 안보주권 일부를 내준 ‘3불’(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삼각동맹 불가)을 약속했으며, 대일 죽창가로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파탄 냈다.

 

그러면서도 오로지 북한에만 ‘몰빵’했다. 31세나 어린 김정은으로부터 갖은 수모를 받으며 대화를 구걸하고 9·19 군사합의로 우리 안보의 안방 문을 열어줬다. 그 결과가 작금의 무차별 도발 시리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한반도 근해와 공해상에 미친 듯이 중·단거리탄도미사일과 저수지 발사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장거리순항미사일과 방사포를 쏘고 고물 전투기까지 수백 대를 동원해 우리 군의 전술 조치선을 넘어 군사분계선(MDL) 북방 25km까지 내려왔다.

 

이런 무더기 도발엔 미국을 향한 김정은의 초조감이 읽힌다. 하지만 남쪽을 향해서는 ‘이래도 니들이 뭘 할 수 있겠느냐’는 자신감도 과시하는 듯하다. 대한민국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나. 문 정권 대북 굴종의 참담한 후과(後果)다. 문 전 대통령 못지않게 북한에 유화적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과 평택 주한미군·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관철할 정도로 안보의 기본 원칙은 지켰다. 문재인은 국방을 자해한 유일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 아스라한 5년을 버텼더니, 이번에는 차기 대통령을 하겠다는 분이 듣도 보도 못한 친일(親日) 국방론을 들고 나왔다. 다른 것도 아닌 국방에까지 색깔을 입히는 그 상상력에 먼저 경의를 표한다. 그럼 한미동맹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지난 70년의 국방은 ‘친미 국방’이고, 북한과의 대화가 평화를 지켜준다는 전 정권의 국방은 ‘친북 국방’ ‘대화 국방’인가.

 

대통령이 될 생각이라면 국방만큼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국방마저 색깔을 입혀 정쟁의 대상으로 만든다면 군 통수권자로서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 헌법이 요구하는 대통령의 자격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한미일 연합훈련에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는 황당한 언사를 한 것도 모자라 그 말을 주워 담느라 ‘한반도에 일본군이 진주(進駐)’ ‘욱일기가 한반도에 걸릴 수도’ ‘일본이 사실상 경제 침탈’ 같은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다.

 

스텝이 엉켰을 때는 한발 물러나야지, 더 밟으려다간 더 꼬일 수밖에 없다. 항간의 소문대로 ‘사법 리스크’를 호도하기 위해 이렇게 극단적인 발언을 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이 대표가 아직도 차기 대통령에 뜻이 있다면 국방에도 색깔론을 들이대는, 불안한 이미지가 무슨 도움이 될지 돌아보기 바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김정은이 보란 듯이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며 도발 쇼를 벌이는 와중에도 국방 색깔론이 어느 정도 먹히는 이 나라의 수준이다. 점점 대한민국이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나라가 돼가는 느낌이다.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도 ‘북한이 이미 이겼다’며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터. 누군가, 어디선가 대한민국의 핵 보유 시나리오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어야 정상적인 나라다. 이미 휴지 조각이 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나 9·19 군사합의를 부여잡고 감 떨어지기만 바라서야 되겠는가.

 

경국지색(傾國之色) 포사의 웃음을 보기 위해 거짓 봉화를 올리다 멸망한 서주(西周)의 고사를 돌아보라. 다른 건 몰라도 안보나 국방 갖고 장난치지는 말라.>동아일보. 박제균 논설주간

 

인기가 있는 것도 좋고, 포퓰리즘도 좋지만 대통령이 자신의 의무를 망각한다면 대통령 자리에 있으면 안 될 일입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시진핑이 타이완을 무력으로 합병하는 것을 결코 배제하지 않는다고 호언하는 마당에 김정은이가 무슨 생각을 할 것인지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일 겁니다.

 

만약 김정은이가 백령도나 연평도에 포격을 가한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타격을 입혀야 할 것이고, 무슨 도발을 한다면 즉각 대응해서 그들이 헛된 꿈을 꾸지 못하게 막아야할 것입니다.

 

지금 야당에서는 무슨 철지난 문재인과 김정은의 합의가 어쩌고 하는데 대체 언제 잠에서 깰 것인지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