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를 존경할 자유

2022. 10. 19. 07:10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돼지의 변신

 

그는 원래 평범한 돼지였다

감방에서 한 이십년 썩은 뒤에

그는 여우가 되었다

그는 워낙 작고 소심한 돼지였는데

어느 화창한 봄날, 감옥을 나온 뒤

사람들이 그를 높이 쳐다보면서

어떻게 그 긴 겨울을 견디었냐고 우러러보면서

하루가 다르게 키가 커졌다

그는 자신이 실제보다 돋보이는 각도를 알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몸을 틀고

머리칼을 쓸어 넘긴다.

무슨 말을 하면 학생들이 좋아할까?

어떻게 청중을 감동시킬까?

박수가 터질 시간을 미리 연구하는

머릿속은 온갖 속된 욕망과 계산들로 복잡하지만

카메라 앞에선 우주의 고뇌를 혼자 짊어진 듯 심각해지는

냄새나는 돼지 중의 돼지를

하늘에서 내려온 선비로 모시며

언제까지나 사람들은 그를 찬미하고 또 찬미하리라.

앞으로도 이 나라는 그를 닮은 여우들 차지라는

변치 않을 오래된 역설이…… 나는 슬프다.

 

                                                                        최영미. 『돼지들에게』에서 '돼지의 변신'

 

이 시에서 말하는 돼지가 ‘신영복’이라고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신영복을 빗댄 시라는 것은 분명할 겁니다. 스스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될 거라고 믿고 있던 ‘시인 고은’이 이 시인 때문에 하루아침에 날라 갔을 때에 「돼지의 변신」이 신영복을 가르키는 시라는 얘기가 많았고 그에 대한 시인의 부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오랜 시간 ‘처음처름’을 마시다가 그 이름을 지은 것이 손혜원이고 그 글씨는 신영복이 쓴 것이라고 해서 ‘참이슬’로 바꾼 지가 20년이 넘었습니다. 신영복이 ‘김일성주의자’라는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로 보이는데 그 신영복을 존경하는 사람도 김일성주의자라고 단정을 짓는 것은 좀 지나친 것이 아닐까 생각은 합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김문수 위원장은 12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확실하게 김일성 주의자”라고 말했다.

 

그는 “발언을 정정할 기회를 주겠다”는 전용기 의원의 제안에도 “신영복 선생은 저의 대학교 선배로서 그 분의 주변에 있는 분하고 같이 운동을 했기 때문에 신영복 선생을 존경한다는 사람은 김일성 주의자”라고 재차 말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2018년 ‘간첩’이라고 지칭하기도 한 고(故) 신영복은 누구인가?

 

신영복은 1941년 경상남도 밀양에서 출생하여 부산상고 졸업 후 1959년에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후 육군사관학교 교관으로 근무하던 1968년에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1964년 3월 15일에 한국에서 비밀지하조직인 ‘통일혁명당 창당준비위원회’가 조직되었는데 그 당시 주요 참가자들로는 김종태, 김질락, 이문규, 신영복 등이었다. 그들은 비밀리에 신문 ‘혁명전선’과 합법적인 대중잡지 ‘청맥’을 발간했다. 1968년 8월 통일혁명당의 기본 인물들이 검거되면서 신영복도 체포되었다.

 

20년 넘게 복역하던 신영복은 1988년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했고 같은 해 옥중 서간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펴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60만 부 이상 팔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신영복은 1988년 광복절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한 뒤 1989년부터 성공회대 교수로 재직하며 활발한 강의 활동을 하다가 2016년 지병이던 암이 악화돼 별세했다.

 

신영복은 특히 '신영복체'라 불리는 글씨체로 유명세를 높이기도 했다.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도 신영복의 글씨체로 쓰여 졌으며 광고나 건물 현판 등도 그의 글씨체로 제작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 ‘사람이 먼저다’도 그의 글씨체로 쓰여 졌다.

 

신영복체는 2020년부터 경기도교육청의 직인에도 사용되었으나,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이 직인을 훈민정음체로 쓴 직인으로 교체하였다. 일각에서는 보수성향인 임태희 교육감이 취임한 영향으로 경기도교육청이 신영복체로 된 직인을 교체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으나, 도교육청은 공문을 통해 “직인의 글씨체를 쉽고 간명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변경한다”고 직인 교체의 취지를 밝힌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2월 9일 북한의 김영남, 김여정이 참석했던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 환영사'에서 신영복 교수를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라고 언급하며 그의 글을 인용해 연설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제가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 신영복 선생은, 겨울철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것을 정겹게 일컬어 ‘원시적 우정’이라했습니다. 오늘 세계 각지에서 모인 우리들의 우정이 강원도의 추위 속에서 더욱 굳건해 지리라 믿습니다.”라며 신영복에 대해 강조했다.>파이낸셜뉴스. 박상훈 기자

 

 솔직히 정치인 ‘김문수’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여러 차례 변신을 했고 좀 과하게 말을 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정치인이 흔하지 않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설령 '김일성주의자'라고 해서 그것을 비난할 생각도 없습니다. 엄연히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는 대한민국에서 어떤 사상을 갖든 그것은 그 사람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저는 '신영복'이라는 사람은 제가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이라는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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