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15. 06:07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영국 케임브리지 학파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조앤 로빈슨(Joan Robinson)은 1965년에 북한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당시는 북한이 우리나라보다 더 잘 살았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그녀가 미국의 사회비평지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에 기고한 북한 경제에 대한 글의 내용은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그녀가 기고한 글에서는 북한 경제를 ‘코리아 미라클(Korea Miracle)’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전력 공급망이 잘 정비돼 있고, 빈민가는 찾아볼 수 없으며, 노동자에게 완벽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고 있고, 의료서비스는 무료이고, 가난이 없는 국가라고 극찬했다는데 과연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보고 한 이야기인지는 상당한 의문입니다.
좌파계열의 사람들은 조앤 로빈슨(Joan Robinson)의 기고문을 가지고 북한의 김일성이 정치를 잘 했다느니, 북한이 우리보다 훨씬 잘 살았다느니 하면서 지금도 그녀의 주장을 맹신하고 있다는데 제가 그 내용을 다 보지 않아서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그녀가 자기에게 주어진 북한 정권의 통계수치만 보고 그런 판단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공산국가의 통계라는 것이 얼마나 허황한 것인지는 제가 강조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거라 믿습니다.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지금까지 드러난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및 왜곡 의혹만으로도 꽤 충격적이다.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부동산 정책 등에 관련된 정부 통계를 조직적으로 ‘재가공’한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외부 유출이 금지된 비공개 통계 자료를 예외 규정 급조를 통해 청와대가 열람하기도 했고, 표본 선정의 졸속 변경이나 조사 숫자, 임의 기입을 통해 이전과 아예 비교할 수 없게 하는 ‘통계 단절’을 시도하기도 했다.
통계는 근대국가의 필수 요소다. 국가(state)와 통계(statistics)는 어원을 공유할 정도다. 근대국가는 ‘지식 국가’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그 과정에서 통계는 ‘공공 지식’의 대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오늘날 통계는 주로 계량적 정보를 의미하나 원래는 ‘국가에 관한 국가의 지식’ 전체였다. 19세기 말 개념의 수입·번역 과정에서 일본에서는 ‘정표’(政表)가 통계와 경합을 벌였는데, ‘국가에 관한 내용을 표로 만든 것’이라는 뜻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통계 장난’에서는 데자뷔(deja vu)가 느껴진다. 노무현 정부가 국가 통계의 품질 향상과 신뢰도 향상이라는 명분으로 통계법을 개정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 평준화와 징벌적 부동산 정책, 재정 지출 확대 등에 정권 나름의 색깔을 담던 ‘참여 정부’는 ‘통계 품질 진단 제도’를 도입하여 통계에 대한 정부 검열을 합법화하였다. 중요한 통계를 만드는 민간 기관을 정부가 통계 작성 지정 기관으로 선정할 뿐 아니라 해당 업무 개선을 핑계로 승인 취소가 가능하도록 법제화했다. 이를테면 정부의 통계 독점 의지였다.
이번에도 사고를 친 것은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소득 주도 성장, 관 주도 일자리 창출, 그리고 반(反)시장 부동산 정책이었다. 그 나름대로는 소신과 회심의 정책이었지만 현실은 기대를 크게 배신했다. 이에 정책 실세들은 ‘통계 재가공’으로 대응했다. 속담에 ‘넘어지면 막대 타령’이라 했듯, 잘못은 정책이 아니라 통계에 있다고 에두른 것이다.
지금도 그들은 스스로 한 일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통계 왜곡이나 조작이 아니라 통계의 선택과 체계 개선이 있었을 뿐이라는 항변이다.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정책 설계와 통계 교정을 동시에 하지 않았을까?
노무현·문재인 두 정부에서 벌어진 이런 식의 ‘통계 정치’는 정권 차원의 우연한 해프닝이 아니다. 대신 경제를 이념에 예속시키는 경우에 생겨나는 일반적 현상일 수 있다. 말하자면 좌파식 국가 통계 사용법이다.
지난 정부의 경제정책 입안자 대다수는 서강학파, 조순학파와 더불어 한국 경제학계 3대 학파 중 하나라는 진보 성향의 ‘학현학파’ 쪽이었다. 특히 소득 주도 성장 이론가들이 그랬다. 정권 말기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펴낸 책은 소득 주도 성장 이론의 뿌리가 자유방임 대신 정부 개입을 주장한 케인스이며 기틀은 그의 직계 조앤 로빈슨(Joan Robinson)이 만들었다고 명시했다.
케인스는 죽기 직전 시장경제론자로 돌아왔다. ‘보이지 않는 손’이 영국의 전후 경제를 구원하리라 기대하며 말이다. 그러나 로빈슨은 끝까지 열렬한 케인스주의자로 남아 미국식 시장경제를 저주하고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찬양했다. ‘코리아의 기적’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좌파 계열 저명 학술지에 싣기도 했다.
당연히 그녀의 코리아는 남한이 아닌 북한이었다. 오늘날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이자 최악의 통계 불량 국가 말이다. 명색이 경제학자가 선전용 통계 자료에 넘어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좋은 통계’가 ‘나쁜 정책’을 덮는 일이 사회주의 경제나 포퓰리즘 국가에서는 예사로운 관행이다.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통계는 없다. 궁극적으로 모든 통계는 정치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시장을 중시하는 자유 우파 진영에서는 가급적 통계를 약으로 쓰려고 한다. 당장 정치적으로 불편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국익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부단한 통계 선진화 노력과 함께 말이다.
이에 반해 좌파 규제 애호가들은 정치적 목적 달성이나 이념적 유토피아 건설을 위해 통계를 곧잘 독으로 사용한다. 상습적으로 과장, 왜곡, 변형, 조작한 통계가 결국 경제 자체를 병들게 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이번 감사원 감사는 단순한 통계 범죄 의심을 넘어 체제의 우열 및 선택 문제까지 포함하는 제법 심각한 사안이다.>조선일보.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
출처 : 조선일보. [朝鮮칼럼 The Column] 통계, 우파는 약으로 쓰고 좌파는 독으로 쓴다.
통계조작은 결국 분식회계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분식회계란 회사의 실적을 좋게 보이게 하기 위해 회사의 장부를 조작하는 것입니다. ‘분식(粉飾)’의 사전적 의미는 ‘실제보다 좋게 보이도록 거짓으로 꾸미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공의 매출을 기록한다든지 비용을 적게 계상하거나 누락시키는 등 기업 경영자가 결산 재무제표상의 수치를 고의로 왜곡시키는 것인데 분식회계는 회사의 경영실적을 허위로 만들고, 회사의 재무 상태를 거짓으로 좋게 만들어 투자자나 채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으므로 엄격하게 금지돼 있습니다.
당연히 정부의 통계조작도 엄격하게 금지된 것입니다. 자신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나라 경제가 엉망이 되자 이를 호도하기 위해 통계수치를 조작했다는 것은 이제 의심 수준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이거야말로 '미라클 코리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말 가증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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