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2. 06:05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는 박완서 선생님의 단편 소설입니다.
주인공인 ‘나’는 결혼을 세 번이나 했는데, 첫 번째 남편은 교만한 중농(中農)이었고, 두 번째 남편이 너무나 전형적인 위선자 캐릭터로 지방대 강사였습니다. 거기에 세 번째 남편은 철저한 배금주의자였는데 두 번째 남편의 실상은
<<‘그는 겁쟁이이고, 비겁하고 거짓말쟁이였다. 순 엉터리였다. 그의 본심은 돈과 명예에 기갈이 들려 있었고 T시와 T대학 강사 자리를 지긋지긋해하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이런 곳에서 썩긴 너무 아까운 존재라고 억울해했고, 서울의 일류대학에서 자기의 명성을 흠모하고 모시러 오지 않는 것에 앙심을 품기도 했다.
그의 명성에 대한 자신이란 것이 또 사람을 웃겼다. 자기의 전공 공부에는 게으르고 자신도 없는 주제에 잡문 나부랭이나 써가지고 지방 신문을 통해 매명을 부지런히 해쌓는 것으로 그런 엉뚱한 자만을 갖는 것이었다.
더욱 웃기는 것은 그는 그의 글을 통해 결코 도시 돈 명예에 대한 그의 절실한 연정을 눈곱만큼도 내비치는 일이 없이 늘 신랄한 매도를 일삼는다는 거였다. 도저히 구제할 수 없이 비비 꼬인 남자였다.’>>이런 모습입니다.
우리가 요즘 자주 볼 수 있는 사람 모습이라 오히려 연민의 정을 느끼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세 번째 결혼을 하면서 고향인 서울에 올라와 동창들과 만나게 되는데 한 동창을 보면서 일본어학원에 다닙니다.
어느 날 종로에 나갔다가 일본단체 관광객을 안내하는 우리 사람이 일본말로 ‘여기서부터는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주인공인 ‘나’는 갑자기 엄청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그러면서 "나는 각종 학원 아크릴 간판의 밀림 사이에서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는 깃발을 펄러덩펄러덩 훨훨 휘날리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끄러움을 가리칠 수는 없겠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저는 정말 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철면피들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벌금 1500만원이 깃털처럼 가벼운 죄인가.
돈이 많거나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면 가벼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윤미향(무소속ㆍ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의원에게는 한없이 무겁게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 아닌가.
미소를 지으며 당당함을 주장하는 대신 대국민 사과를 먼저 해야 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후원금을 가로챈 혐의로 선고된 벌금형이라면 말이다.
그 돈이 어떤 돈인가. 할아버지 쌈짓돈부터 아이 코 묻은 돈까지 전 국민이 ‘피해자 할머니 생활비에 보태겠다, 위안부 문제 해결에 써 달라’고 모은 돈 아닌가. 재판부도 “시민이 십시일반 기부한 돈이어서 죄가 절대 가볍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모든 게 누명이었던 것처럼 행동한다. 윤 의원은 지난 10일 1심 선고 후 “1억 원 이상 횡령 중 극히 일부인 약 1700만원만 유죄로 인정됐지만, 그 부분도 횡령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선고한 일부 횡령 혐의도 인정할 수 없다는 거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개선장군을 맞는 모습이다. 사과도 이어졌다. 그동안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만 믿고 윤 의원을 크게 오해했다는 거다. 동병상련의 감정이 이입된 듯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8개 혐의 징역 5년 구형, 2년 반 재판 후 7개 무죄·1개 벌금”이라면서 “인생을 통째로 부정당하고 악마가 된 그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썼다.
당의 터줏대감인 우원식 의원과 김두관 의원도 각각 “이제 윤 의원을 지켜 줘야 한다”, “전 생애가 부정당하는 고통을 겪어 왔을 윤 의원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고 했다. 한술 더 떠 민주당 일각에선 “복당시키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처럼 당의 얼굴들이 국민 눈높이와 수십㎞ 떨어져 있으니 삽질하는 여당보다 지지율이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윤 의원이 국민 기부금을 갈빗집이나 커피숍, 발마사지숍 등에서 본인 쌈짓돈처럼 써서 유죄를 받았는데, 지금 사과하고 복당을 거론할 때인가. 되레 치명적인 도덕성 결함으로 의원직 사퇴를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인·개인 계좌에 보관하던 자금 가운데 1718여만 원을 개인적으로 횡령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후원금을 개인 계좌 등에 보관하면서 사용처를 확인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금을 관리했다”고 꼬집었다. 업무상 횡령으로 유죄를 선고했고, 투명한 돈 관리도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당당함도 볼썽사납다. 50억 원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나왔지만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는 유죄가 인정돼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 역시 자식 또래의 젊은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켜 죄송하다는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하지만 곽 전 의원은 법정에서 나오며 “무죄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꽤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투다.
그는 한때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비리 의혹을 폭로하는 저격수였다. 그런데 자기 아들을 사실상 낙하산으로 꽂아 넣었고, 1심 판결대로라면 그 아들은 고작 6년 근무로 퇴직금을 무려 50억 원이나 챙겼다.
3년여 전 “부모를 보고, 부모 때문에 돈(장학금)이 나간 것”이라며 조민 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수령에 대해 조 전 장관을 비난한 걸 떠올리면 한 편의 코미디다.
검찰은 두 판결 모두 국민 상식에 맞지 않는다며 즉각 항소했지만 봐주기 수사, 부실 수사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빛바랜 공정과 상식, 정의 구현을 떠나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 검찰 스스로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한다.
2심 선고 후 이들의 고개 숙인 모습을 보고 싶다. 더는 이들의 부끄러움을 국민에게 돌려서는 안 될 일이다.>서울신문. 김경두 사회부장
출처 : 서울신문. [데스크 시각] 부끄러운 건 왜 국민 몫인가
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 후안무치가 신군부의 등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오랜 시간 생각을 했습니다. 아래 것들이 총을 들고 자기 상관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니, 군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무조건 이기면 된다는 생각으로 사회가 변질된 것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소위 ‘민주화’를 부르짖던 것들도 ‘군화’를 신은 것들이나 다를 바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우리 현대 사회에는 ‘부끄러움’이 사라진지 오래인 것 같습니다.
조국, 이재명, 윤미향, 곽상도 뿐만이 아닐 겁니다. 지금 ‘윤미향 지키기’를 떠드는 것들도 다 똑 같은 무리들일 겁니다. 이런 낯 뜨거운 줄 모르는 것들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라니 할 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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