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 맡길 수가 없으니

2023. 2. 24. 06:06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지난 달에는 음주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낸 40대에게 '가장'이라는 이유로 법원이 고작 3년형을 선고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2023 1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11단독 정 아무개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45)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2022 6 29일 오전 9 42분쯤 광주 북구 오치동 한 사거리에서 술에 취한 채 SUV 차량을 몰다가 인도를 덮쳤습니다. 이 사고로 일대에서 20여 년간 채소를 팔던 노점상 B(75)가 숨졌습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인 0.097%였습니다. A씨는 사고 당일 새벽까지 음주를 한 뒤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B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5시간여 만에 숨졌습니다. 그는 '손주들 용돈이라도 벌겠다'는 취지로 자녀들의 만류에도 20년 가까이 채소를 팔며 노점을 꾸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동네 상인들은 이웃들에게 잘 베풀던 고인의 사고를 안타까워하며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정 부장판사는 "A씨는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음에도 또다시 음주 사망사고를 냈으며 유족들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A씨가 사실상 홀로 가장 역할을 하는 사정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사망자가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임에도 고작 3년형이 결정되자 누리꾼들은 이 판결에 대해 많은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는 재범인데 고작 3년형이라니 누가 봐도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이 판결뿐이 아니고 요즘 국민정서에 반하는 수상한 판결들이 자주 나오자 일부에서는 재판을 사람이 아닌 AI판사에게 맡기는 것이 더 나을 거라는 주장들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만 최고법원인 사법원이 인공지능(AI) 양형정보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뉴스도 나오니 대한민국의 판사들은 판결에 좀 더 신중을 기해서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로 이규원 검사가 지난 15일 징역 4개월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무죄 선고에 가까운 처분이다.

 

이 검사가 거짓 정보(수사가 종결된 사건의 번호 등)를 넣어 만든 서류로 위법한 출금이 이뤄졌다는 것은 재판부가 인정했다. 하지만 김 전 차관 사건 재수사가 예정돼 있었고, 이 검사가 사적 이득을 취하려고 한 게 아니고, 긴급출금이 아니라 일반출금을 택하면 거짓 정보를 넣은 서류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몰라서 벌인 일이라며 선처했다. 하나씩 따져 본다.

 

재수사 거의 확실시”: 판결문에 ‘(김 전 차관이) 당시 입건된 피의자는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재수사가 거의 확실시되는 사건의 핵심 인물이어서 출국금지 대상인 범죄 수사를 위하여 출국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었다고 적혀 있다.

 

어차피 수사를 받을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검찰총장이 김 전 차관 재수사 방식에 대해 몇몇 간부와 의논했다는 것과 법무부 고위 간부 회의에서 김 전 차관 출금 방안이 논의됐다는 것을 재수사 확실시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 검사와 함께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일한 박준영 변호사는 김 전 차관 출금 전까지 조사단에서 재수사 필요성에 대한 보고를 결정하지 않았다. 조사단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보고해야 그 위원회가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할 수 있는 것인데, 보고가 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법무부·검찰이 재수사를 위해 물밑에서 뭔가 작업을 했을 수도 있지만, 공식 절차 안에서 재수사가 기정사실화된 것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긴급출금 요청서에 사건 번호를 적게 돼 있는데, 김 전 차관 재수사가 결정되지 않았으니 그가 입건되지 않았고, 따라서 사건번호가 없었다. 이 검사가 수사가 끝난 사건의 번호를 기재했다.

 

사적 이익 위한 것 아니었다”: 판결문에 피고인이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하여 위 각 범행을 한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나 동기에 특히 참작할 바가 있다고 쓰여 있다. 재판부는 검사가 무엇 때문에 가짜 사건번호까지 적으며 출국금지 요청서를 만들었다고 봤을까.

 

재수사가 임박한 주요 사건 당사자의 해외 도피를 차단하기 위함이었을 뿐이라고 판결문에 적혀 있다. 나름의 정의감 발동을 동기로 본 것 같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나 신념, 또 이른바 출세를 위한 것이었을 수 있다. 판사는 어떻게 사적 이익을 위한 게 아니었다고 단정하게 됐을까. 궁예의 관심법, 사또 재판 역사가 떠오른다.

 

일반출금으로 하면 됐을 일”: 재판부는 이 검사가 긴급출금이 아니라 일반출금을 택했다면 요청서에 가짜 사건번호를 적고 소속 검찰청의 검사장에게 승인을 받은 것처럼 서류를 꾸미지 않았어도 됐다고 설명했다.

 

일반출금을 했다면 범법을 하지 않고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기에 크게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사형 선고를 받을 사람에게는 검사가 가짜 증거를 몇 개 더 붙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재판부는 독립 기관인 각 검사가 출금을 요청하면 수사 착수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식 입건 절차가 없어도 대상자가 피의자 신분이 된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 판결이 상급심에서 그대로 확정되면 모든 검사가 수사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에 대해 곧바로 출금 조처를 할 수 있게 된다.

 

김 전 차관을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법치의 핵심 전제 조건인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를 말하려는 것일 뿐이다. 이 건과 더불어 곽상도 전 의원 50억 원 무죄 판결, 윤미향 의원 사건 판결 등으로 재판의 공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GPT’ 열풍 속에서 인공지능(AI) 판사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AI 재판관도 이 검사에게 무죄에 가까운 판결을 내릴까. 결과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렇게 재판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다.>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출처 : 중앙일보. 오피니언 이상언의 시시각각, AI 판사도 선고 유예를 했을까

 

  프로야구를 비롯한 스포츠경기에서 잦은 오심(誤審)’이 나오다보니 컴퓨터로 판정을 하자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특히 프로야구에서 이런 주장이 많이 나오는 편인데 협회에서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는 주장을 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실정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사람이다 보니 실수를 할 수가 있다는 것인데 그게 한두 번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있는 것이 사실일 겁니다.

 

물론 사람은 신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신이 와서 심판을 보거나 판결을 할 수는 없는 일인데 앞으로 얼마 가지 않아 정말 기계인 AI가 경기 심판을 보고, 법정에서 판사를 대신하여 판결을 내릴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심판은 심판대로, 판사는 판사대로 공정하게, 어느 한 편이 억울하지 않게 판정하고 판결해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