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못마땅하지만 나라가 친북 인사에 놀아나서야

2024. 1. 24. 06:28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김건희 여사를 함정 취재한 사람은 최재영 목사가 아니라 그냥 최 씨라고 부르겠다.

 

개신교에서 목사라고 부르려면 최소한 어느 교단(총회어느 노회 소속인지가 나와야 한다그는 2014년 통일뉴스라는 인터넷 매체에 방북기를 연재하면서 이력에 안양대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을 나왔다고 썼다안양대 신학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 총회 신학교다그렇다면 대신 총회 아래 어느 노회에 속한 목사가 돼야 하는데 그러지는 않은 것 같다.

 

그는 자신을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해외총회 남가주노회 소속 목사라고 밝혔다대한예수교장로회는 통합과 합동이 양대 산맥이다통합과 합동은 각각 총회의 이름이다총회 안에 총회가 있을 수 없으므로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해외총회는 어색하다현재 합동 총회에는 미국에 동부노회 서부노회 등 2개 노회밖에 없다그가 밝힌 소속은 우리가 흔히 아는 합동과는 관련이 없다.

 

그가 201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영광의빛교회(The Light of Glory Church)의 2대 담임목사로 취임했다는 기사가 당시 현지 한인 매체에 일제히 나왔다그것 말고는 그 교회에 관한 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교회에 관한 영상이나 사진조차도 인터넷에 남아 있는 게 없다현재 구글 지도로 교회를 찾아보면 폐업이라고 돼 있다이상한 교회다.

 

그의 나이가 올해 61세인 걸로 봐서 또래들처럼 학교를 갔다면 안양대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을 다닌 것은 1980년대일 것이다이후 고려대 철학과 대학원에서 교육철학을 공부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그러고는 1995년 미국으로 떠났다고 하니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는 본격적인 목회를 한 것 같지는 않다.

 

그는 미국에 간 지 3년 만에 1998년 ‘NK VISION 2020’이라는 통일운동 단체를 만들었다. NK는 뉴코리아(New Korea)의 약자다사우스코리아도 노스코리아도 아닌 뉴코리아를 내세우고 있지만 친북적인 단체다이 단체가 얼마나 큰지 모르겠으나 그 산하에 손정도목사기념학술원동북아종교위원회남북동반성장위원회오작교포럼 등 이름도 어마어마한 기구가 4개나 있다.

 

그는 손정도목사기념학술원장 자격으로 2014년 북한을 방문했다북한의 봉수교회와 함께 대표적 대외 선전용 교회인 칠골교회에서 설교도 하고 북한이 가정교회라고 주장하는 곳도 방문했다그 뒤 북한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고 지역 교인 10여 명이 집에서 예배를 보는 가정교회가 무려 530곳이나 된다고 선전하고 다닌다전형적인 친북 인사의 길을 가고 있다.

 

최 씨가 김 여사 문제로 여권의 분열이 심화되는 것을 틈타 그제 기자회견을 통해 최고권력자에 대한 몰래카메라 취재의 당위성을 내세웠다그러나 최 씨가 한 것은 단순한 몰카 취재가 아니라 함정 취재다몰카 취재는 평소와 다름없이 전개되는 상황 속에 취재하는 사람이 카메라를 숨기고 끼어들 뿐이다.

 

함정 취재는 취재하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미끼를 던지면서 상황을 조성한다최 씨의 경우는 김 여사에게 300만 원짜리 디올 백이라는 미끼를 들고 가서 상황을 만들었다전문적인 스파이처럼 손목 몰카 시계까지 차고서 그렇게 했다.

 

길바닥에 돈뭉치를 일부러 놓아두고 길 가는 사람들의 반응을 몰카로 찍는다고 해보자길에서 주운 돈뭉치라고 슬쩍 하는 것은 단순히 비양심적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실물 습득죄라는 범죄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런 반응으로 사람을 정죄해서는 안 된다왜냐하면 사람을 일부러 유혹의 함정에 빠뜨렸기 때문이다다른 사람도 아닌 목사라면 더구나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성경에서 마귀가 예수를 상대로 빵과 능력과 권력을 차례로 미끼로 던지며 한 시험이 바로 그런 짓이다.

 

물론 우리가 냉철해지려고 해도 몰카 속에 비친 모습은 마음속에 남기 마련이다누군가 돈뭉치를 주워 경찰서에 갖다 주지 않고 슬쩍 하는 모습을 본다면 그를 전과 같이 여기지는 못할 것이다우리 스스로도 그런 유혹에 빠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그렇다그래서 함정 취재는 하면 안 되고 용납하는 것으로 비치게 해서도 안 된다.

 

김 여사가 디올 백을 즉각 돌려주지 않고 받은 모습은 실망스러웠다그러나 균형감의 회복을 위해 노력할 때다김 여사가 못마땅하지만 나라가 친북 인사의 공작에 놀아나서야 되겠는가.>동아일보송평인 논설위원

 

  출처 동아일보오피니언 송평인 칼럼김건희 못마땅하지만 나라가 친북 인사에 놀아나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