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자, 조국, 조국이라는 굴레

2024. 2. 19. 06:49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4월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무능한 검찰독재 정권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는 출사표였다. 그러나 그가 어떤 상황인지 아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지난 8일 조 전 장관의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업무방해·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그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대신 재판부는 원심과 이 법원에서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거나 그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 범죄 사실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지 않은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양형 기준상의 진지한 반성이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질타했다.

 

조 전 장관이 법정 구속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버젓이 총선 출마를 하는 광경은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됐던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와도 대비된다. 지난해 7월 항소심 선고에서 최씨는 통장잔고 증명서 위조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 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항소심까지 충분히 방어권이 보장됐으며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법정 구속을 했다. 당시 최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판결은 끝났다. 대통령의 장모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돼 실형 선고까지 받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법 앞에서는 대통령의 장모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보여 준 장면이었다.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두 사건의 판결 결과는 묘한 대비를 드러낸다.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대통령의 장모는 법정 구속돼 감옥에 갇힌 반면 그보다 형량이 높은 조 전 장관은 법정 구속을 면하고 선거 출마까지 했다. 조 전 장관의 경우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이 설명됐지만, 현직 대통령의 장모 또한 그럴 우려가 없음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상고심에서야 사실을 다투는 것도 아니니 증거인멸의 필요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대통령 장모의 사례를 떠나서 2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으면 구속되는 것이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이다.

 

문제는 재판부의 이 같은 관용적 판결이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계기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 전 장관은 “4 10일은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정권 심판뿐 아니라 복합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2심에서까지 징역형을 선고받은 당사자가 총선에 출마한다는 것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우리 정치가 정상적이라면 당연히 공천 배제의 1순위 대상이어야 한다. 여론의 역풍을 불사하면서 조 전 장관이 출마를 강행하려는 것은 일종의 원한 감정’(르상티망)일 것이다. 그러나 성찰 없는 복수의 적개심은 우리 사회의 가치를 전복시킬 위험이 농후하다.

 

도스토옙스키 소설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도 자신에게 갇혀 있었다. 자신을 나폴레옹과 같은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로 생각했던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무엇이든, 심지어 살인조차도 허용된다고 믿었다.

 

오만했던 그로 하여금 죄를 뉘우치게 한 것은 여인 소냐의 사랑이었다. 자신이 죽인 것은 사람이 아니라 해롭기만 한 ’()라고 믿었던 오만함에서 빠져나오고서야 그는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법원의 일관된 판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만함의 성에 갇혀 있는 조 전 장관은 그가 주장하는 검찰독재 정권을 심판할 자격이 없다. 카뮈의 소설 전락에 나오는 정의로운 변호사 클라망스는 그 시대의 다른 사람들을 심판하기 위해 먼저 자신의 과오를 고백하며 참회했다. 심판도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 해야 공감을 얻는다.

 

법원의 거듭된 판결도 무시하면서 출마하겠다는 조 전 장관의 모습은 심판자가 아니라 무법자에 가깝다.>서울신문. 유창선 정치평론가

 

   출처 : 서울신문. 오피니언 열린 세상, ‘무법자 조국의 출마 선언

 

 

  <2020 12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날 음식칼럼니스트인 황교익씨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인사청문회장에서 조국을 앉혀두고 사퇴하라며 압박을 하고 절정의 지점에서 검찰이 기소를 할 때에 저는 예수를 떠올렸다. (...) 골고다 언덕길을 조국과 그의 가족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예수의 길입니다.”

 

소름이 돋았다. 조 전 장관을 치켜세운 것이 아니라 조국 가족에 예수의 길을 걸으라고 요구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열성 지지자에겐 조국 가족은 없는 죄를 뒤집어쓴 순결한 피해자가 돼야 한다. 이에 부응하듯 조 전 장관 일가는 사과는 하되, 구체적 혐의는 인정하지 않는 전략을 취했다.

 

오죽했으면 조 전 장관의 항소심 재판부가 범죄 사실을 인정 않는 사과와 유감 표명은 진지한 반성이 아니다라고 밝히지 않았나. 그의 딸은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지만 유튜브 구독자가 38만 명이나 되는 인플루언서 대열에 올랐다. 조 전 장관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을 선언한 것도 바로 이런 팬덤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이미 법원이 소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비법률적인 방법으로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이 나오자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그렇다면 정치인 조국의 비전은 무엇인가.

 

무도하고 무능한 윤석열 검찰 독재 조기 종식과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불쏘시개가 되겠다.”(12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 후)

그는 지난해 12월 오마이TV에 출연해 “200석이 있어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결정될 가능성은 희망적이지 않다. 민주개혁 진영이 내년 총선에서 200석 이상을 얻는 압승을 하면 개헌을 하고 그 부칙에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넣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2024 12월에 다음 대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 독재 조기 종식은 이런 맥락일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있는 상황에서 그가 존재감을 보이려면 열성적인 반윤 세력에 호소하는 것밖에 없다. 지난 13일 창당 선언에서 강소정당을 내세우며 민주당보다 강하게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치인 조국은 믿을 만한가. 그는 내로남불의 대명사였다. 조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 직전인 2019 8 웅동학원 이사장인 어머니가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비롯해, 저희 가족 모두는 웅동학원과 관련된 일체의 직함과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제게 밝혀 왔다. 향후 웅동학원은 국가나 공익재단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 어머니도 당시 학교 홈페이지에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어머니는 22 7월 연임해 이사장직을 지키고 있다. 학교 홈페이지에도 법인 이사장의 사진과 약력이 나와 있다.

 

법인 등기부엔 웅동학원 이사였던 부인 정씨가 22 1 27일 사립학교법 조항에 따라 퇴임했다고 나온다. 이날은 정씨가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이 확정된 날이다.

 

내려놓은 게 아니라 학교법인 임원으로서의 결격 사유가 생겨 퇴임 처리됐다는 의미다. 피고인으로서 범죄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본인 선택이다. 하지만 대국민 약속을 안 지키며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1·2심 판결문을 보면 그는 서울대 법대 교수 시절 직접 문서 위조를 했다.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 시절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한 것도 유죄로 인정됐다. 조 전 장관은 아직 사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수 있는데, 선거에 뛰어들어 표를 달라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웅동학원을 보니 주변 정리도 안 됐고 그의 말을 신뢰하기도 어렵다. 선거 과정에서 그의 내로남불만 다시 부각될 수 있다.

 

2019년 가을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대한민국을 쪼개 놓은 '조국 사태'가 떠오른다. 이 문제로 친구끼리, 부모 자식, 부부간에도 다툼을 했다는 얘기를 여럿 들었다. 의도했든 아니든 그는 사회 갈등의 아이콘일 뿐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3일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갈등을 이용하는 정치가 아니라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국 사태 이상의 혼란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윤석열 정권 조기 종식을 외치고 있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더이상 조국이란 이름이 상징하는 갈등의 굴레에 매여 있을 수 없다. 정치인 조국은 시대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중앙일보. 김원배 논설위원

 

  출처 : 중앙일보. 오피니언 김원배의 시선, 조국이라는 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