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과 조국의 ‘악연’

2024. 4. 12. 06:01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문재인정부 초반 심상정 의원이 대표이던 정의당은 장관 후보자 등에 조그만 흠집이라도 있으면 임명 불가를 선언했다.

 

해당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하며 정의당 데스노트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2019년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이 불거졌으나 정의당은 그를 데스노트에 올리길 주저했다.

 

당시 국회에서 한창 진행 중이던 선거법 개정 협상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눈치를 본 결과로 풀이됐다.

 

협상의 핵심 쟁점은 비례대표제를 소수당에 유리하게 고치는 것이었다정의당 입장에선 민주당의 지원이 절실했다두 당이 손을 잡은 가운데 지금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이 탄생했다.

 

비례대표 의원 선출 방식이 너무 복잡하다는 불만이 일자 심 의원은 국민들은 산식(算式)이 필요 없다고 발언해 구설에 올랐다. ‘국민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선거법 개정을 엄호한 것이다.

 

정의당이 조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자 청와대는 안심하고 임명을 강행했다.

 

대한민국을 두 쪽 낸 조국 사태의 시작이었다조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정의당 지지자들조차 분통을 터뜨렸다정의당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계기가 됐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정의당은 20대 총선과 같은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2017년 대선 당시 6%를 넘긴 심 의원의 득표율도 2022년 대선에선 2.37%로 뚝 떨어졌다.

 

그제서야 심 의원은 조 전 장관 옹호에 대해 정치적 오류였다며 제게 두고두고 회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사과했지만 이미 늦었다.

 

정의당이 녹색당과 합쳐 만든 녹색정의당이 22대 총선에서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충격을 받은 심 의원은 어제 정계은퇴를 발표했다.

 

반면 조 전 장관이 대표인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만 12석을 확보했다심 의원이 주도해 만든 현행 선거법의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그간 선거 때마다 지역구는 민주당비례대표는 정의당을 각각 찍어 온 유권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번에 정의당 대신 조국혁신당을 택했다는 후문이다.

 

조국 사태 당시 데스노트를 덮은 결정을 놓고 두고두고 회한으로 남을 것이라던 심 의원의 탄식이 현실이 됐다.>세계일보김태훈 논설위원

 

   출처 세계일보오피니언 [설왕설래심상정과 조국의 악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