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16. 05:47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논의하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문을 닫은 셈이 됐다고 합니다.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급하게 하기보다 더 충실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막판 여야 합의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1년 10개월 동안 공전을 거듭한 국회 연금특위는 무용론이 나올 정도인데, 보험료율(내는 돈)을 13%까지 올리는 데는 합의했으나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3%로 올릴지, 45%로 올릴지를 두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단 2%포인트 차이. 그래도 여야 의견이 이렇게 근접한 적이 없었다고 하니, 극적 타결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었지만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 여야 협상이 중단됐습니다.
과거 연금 개혁 과정에선 정부가 엑셀을 밟고, 국회가 브레이크를 걸곤 했는데 이번엔 야당이 “대통령이 재를 뿌렸다”고 반발했습니다.
이제 지금 정부가 연금 개혁을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진의가 헷갈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가 되었습니다.
2022년 2월 여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대통령은 “정권 초기에 이걸(국민연금 개혁) 해야 한다”고 했고, 대선 공약으로는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해 연금 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껏 어느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지난해 9월 국회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의 암묵적 부채를 1825조원으로 추계했다.
인구로 나누면 1인당 3540만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월 개혁이 늦어지면 연 50조 원가량 부채가 늘어난다고 봤다. 하루가 급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이번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건너뛸 게 거의 확실시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지금 21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조급하게 하는 것보다 22대 국회로 넘겨서 좀 더 충실하게 논의하자"고 말했다.
그간 물밑 접촉을 이어오던 여야와 정부가 대통령의 회견 이후 얼어붙어 버렸다. 4.10 총선~21대 국회 임기(5월 29일)의 연금개혁 골든타임이 이렇게 사라져 간다.
국민연금법 제4조에는 재정이 장기 균형을 유지하도록 급여 수준과 연금보험료를 조정하고, 재정 전망과 보험료의 조정 및 기금의 운용 계획 등이 포함된 운영계획을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하게 돼 있다. 5년마다 시행하는 재정재계산을 말한다.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려는 필수적인 절차이다.
현 정부는 재정재계산(5차)을 해서 지난해 10월 18가지 시뮬레이션 안을 국회에 냈다. 그러나 정부안이 뭔지 밝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강조해온 터라 단일 개혁안을 낼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9일 회견에서 "6000쪽에 가까운, 책자로 하면 한 30권 정도의 방대한 자료를 국회에 냈고, 국회가 선택할 수 있는 걸 만들어서 냈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선 약속을 이행했다고 말했다. 국회에 선택을 맡겼다고 해놓고는 회견에서는 "22대 국회로 넘기자"고 했다. 국회 연금특위가 막판 조율할 수 있는 여지를 닫아버렸다.
전 정부는 2018년 4차 재정재계산 때 사지선다 안이라도 냈다. 당시 국민의힘은 전 정부를 맹비난했다. 그래놓고 5년 후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5차 재정재계산이 무위로 끝날 판인데도 별 말이 없다.
국회 연금특위가 지난 2년 가까이 허송세월했다. 그러다 막판에 힘을 냈다. 공론화위원회 토론과 설문조사에 이어 막판 협상을 했고, 지난 7일 보험료를 9%에서 13%로 올리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에서 어긋났다.
국민의힘은 40%를 43%로, 민주당은 45%로 올리는 안을 고집했다. 보험료 4%p 인상 합의는 큰 의미가 있다.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26년간 손을 못 댔다. 요샛말로 하면 9%가 '넘사벽(넘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보험료율 13%'를 되살리는 게 중요하다.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 45%로 올리는 건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다. 재정 안정에 역주행한다. 대체율 인상 효과도 40년 후 나타나 실효성이 떨어진다. 그래도 현실을 직시하자.
노후빈곤율이 높아서 조금이라도 보완하기 위해 대체율을 올리자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공론회위원회 시민대표 500인 조사에서 확인됐다. 소득보장론(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0%→50%)을 지지한 비율이 56%, 재정안정(보험료율 12%, 대체율 40%)은 42.6%였다. 22대 국회에서 새로 논의해도 소득대체율 인상론을 무시하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대체율 인상은 거대 야당 민주당의 당론에 가깝다.
상황을 종합하면 '보험료 13%-소득대체율 44%안'이나 그 언저리가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아쉽긴 하지만 '13%-44%' 선에서 합의하는 게 (개혁을)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한다. 소득대체율이 44%로 올라가면 보험료 인상분 2%p를 상쇄한다.
그래서 보험료율을 13%로 4%p 올리더라도 순수 인상 효과는 2%p이다. 그러면 기금 고갈 시기가 2055년에서 2064년으로 9년 늦춰진다. 2093년 누적적자가 1293조원(현재가치 기준) 줄어든다. 미래가치로는 3738조원 줄어든다. 효과가 작지 않은 것이다.
현 제도가 지속가능하려면 보험료율이 20%로 올라야 한다. 한꺼번에 올릴 수 없다. 설령 그리한다고 해도 중간에 13% 구간을 지나가야 한다. 양재진 교수는 우선 13%로 올려놓고 후일을 도모하자고 한다. 모두에게 박수받는 '원샷 개혁안'은 없다.
특히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이 기다린다. 윤 대통령이 "임기 내 개혁하겠다"고 강조하지만, 상황이 절대 녹록지 않다. 국민의힘은 구조개혁을 강조하는데, 그건 더 어렵다.
국민의힘이 구조개혁 밑그림을 낸 적도 없다. 기초연금을 손보자는 건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부분 통합하자는 건지, 국민연금·공무원연금을 통합하자는 건지 모호하다. 기초연금 대상자를 축소하고 저소득층 연금액을 올리는 게 구조개혁이라면 굳이 국민연금 개혁과 같이 안 해도 된다.
우선 급한 불부터 끌 필요가 있다. 여야가 소득대체율 2%p 이견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21대 국회에서 처리해 봄 직하다. 아직 2주 남았다. 22대 국회에서 한다면 이를수록 좋다. 관련 자료가 수북이 쌓여있고, 토론도 할 만큼 했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협치 1호 정책으로 이만한 게 없지 않을까.>중앙일보. 복지전문 신성식 기자
출처 : 중앙일보. 오피니언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원샷개혁은 불가능…'연금보험료 13%' 여야 협치 1호 삼을 만
역대 정부마다 연금 개혁이 실패한 것은 고양이 방울이 아니라, 고양이 목에 방울 달 사람이 없어서였을 겁니다.
국회 연금특위에 참가한 한 전문가는 “이번 연금개혁만큼 온 우주가 응원한 적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2018년 8월 문재인 정부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각각 ‘11%-45%’, ‘13%-40%’인 두 개의 초안을 내놓았지만, 여론이 들끓었고 연금 개혁은 없던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역대 정부마다 이처럼 연금 개혁 실패가 반복되자 연금기금 재정 고갈에 대한 국민적 학습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데, ‘더 내는 안’에 대한 저항도 줄었고, 야당과 노동계가 보험료율 4%포인트 인상에 동의한 것은 상당한 진전이라고 할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14일 “개혁은 적을 만드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정부로선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이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는데 연금 개혁까지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부담일 것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개혁 과제 중 연금 개혁만큼 진척된 과제는 없고, 이조차 결단을 망설인다면 다른 개혁은 정말 수사(修辭)로 끝나고 말 것이 확실합니다.(동아일보 우경임 논설위원의 글입니다)
'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 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 16일, 17일, 18일. (0) | 2024.05.18 |
---|---|
티타늄 낯짝 (0) | 2024.05.17 |
'명심이 민심'? (0) | 2024.05.15 |
돈 크라이포미 아르헨티나 (0) | 2024.05.14 |
답정너 (0) | 2024.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