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대통령의 ‘1호 당론 법안’의 운명

2024. 5. 18. 08:34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반론의 여지 없이 여의도 대통령이 됐다.

 

국가 권력 서열 1.5위에 올라선 것 같은 기세다그런 이 대표가 1호 당론 법안으로 나눠주겠다는 이른바 민생회복지원금을 두고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다민주당은 일주일 전만 해도 6월 국회 처리를 장담하다가이젠 고소득층을 제외하거나 정부 예산편성권을 침해 않는 쪽으로 선회할 여지를 두기 시작했다.

 

이 법안은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을 지역화폐로 나눠주도록 정부에 강제한다는 것이다그 지역화폐는 연말까지 안 쓰면 소멸되는 만큼 저축할 수 없다.

 

정부가 쓴 나랏돈의 파급 효과는 연구가 대체로 끝난 상태다. 100원을 현금으로 주면 20원쯤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쓸 때는 40원쯤 기여한다고 한다주류 경제학자들은 금융위기나 코로나 등 극단적 위기가 아니면 현금성 복지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지역 자영업자에게 다 써야 하는 지역화폐는 현금 살포가 아니다승수(乘數효과가 크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그래서 궁금해졌다공짜 마다할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폭발력 큰 이 정책을 두고 이 대표는 왜 절충안을 찾아나선 걸까.

 

이 대표는 작전상일지라도 후퇴하지 않기를 바란다제대로 추진해 거대한 정책 논쟁을 주도했으면 좋겠다이 정책에 동의해서가 아니다정부와 국회가 국가 정책을 다룰 때 정치와 감정보다 숫자와 논리를 더 중시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전제 조건이 있다이 대표는 세금 13조 원을 한 번에 투입하는 이 정책이 왜 우리 경제에 좋은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하고그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경제전문가들이 다들 반대하는데 오랜 시간 굽힘없이 주장했다면 그 근거가 있을 것이다비주류 정치인이 아니라 여의도의 대통령이 된 지금 그 근거를 내놓을 때가 됐다.

 

 때마침 민주연구원은 25만 원씩 지급하면 국내총생산(GDP)을 0.20.4%포인트 증가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이번 주에 발표했다지난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1.3%였다. 0.20.4%포인트 추가 성장이면 꽤 큰 성장 기여인데 숫자 도출의 근거는 빠졌다.

 

실망스러운 것은 연구자 개인 의견이라면서 민주연구원은 빠져나간 사실이다대중의 뇌리에 좋은 정책이란 이미지는 심으면서도 사후 책임은 안 지겠다는 꼼수 아닌가만년 야당 시절엔 이런 게 이해 받았겠지만 이젠 곤란하다.

 

이 대표는 민주연구원에 지시해 당 이름을 걸고 GDP 증대 효과가 저렇게 큰 것이 맞는지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동시에 금리와 물가를 소폭 상승시켜 경제적 약자의 부담을 키울 것이란 비판에도 구체적 반론을 펴야 한다또 취약계층을 두텁게 돕는 게 낫다는 국민의힘의 주장보다 전 국민 지급이 더 낫다는 점도 납득시킨다면 이 대표 지지 여론도 더 커질 것이다.

 

이 대표는 이를 직접 발표하고, 24년에 걸쳐 사후 검증을 받겠다고 약속하면 좋겠다역대 어느 정치 지도자보다 정책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이재명은 포퓰리즘 정치인이란 비판을 뛰어넘을 기회도 된다.

 

이런 설명의 의무는 이 대표만 질 일은 아니다. 25만 원 지역화폐에 반대하는 정부와 국민의힘 역시 반대 논리를 숫자로 설득해 보길 바란다국회 제1당이 낸 정책을 두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 것이 아니란 걸 입증시켜 줘야 한다.

 

재추진한다는 양곡관리법도 마찬가지다남는 쌀 매입에 매년 3조 원씩 투입해야 한다는데이 큰돈을 투입해야 하는 정책에 여건 야건 정교한 숫자 설명이 없었다.

 

이 대표에겐 지금 사법 리스크와 대통령 찬스가 모두 어른거린다위상이 달라진 그가 나랏돈 13조 원을 쓰자면서 어떤 책무감을 보여줄지 궁금하다.>동아일보김승련 논설위원

 

    출처 동아일보오피니언 오늘과 내일이재명 대표와 ‘1호 당론 법안의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