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받은 세 번째 경고

2024. 7. 25. 06:46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한동훈 압승의 팔 할은 김건희 여사의 힘이라고 본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초반김 여사는 디올백 수수 사과에 관해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보이지 않는 선수로 등장했다경선 막판인 20일엔 검찰총장 패싱 여왕 조사를 받은 것이 드러나 무더운 여름 다수 국민을 더 열받게 했다.

 

당 대표를 뽑는 ARS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가 2122일 진행되는 걸 김 여사가 알고도 그 전날 나선 것이라면대선 캠프 시절 개 사과를 연상케 하는 정무감각이다이 나라가 검사 위에 여사의 나라란 말인가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때 들고나왔던 공정과 상식은 정녕 개나 주라는 건가?

 

민심은 윤 대통령에게 이미 두 번의 경고를 보냈다작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4·10총선 때 회초리를 들었으면 대통령은 아픈 척이라도 해야 했다윤 대통령이 달라지기는커녕 이번엔 김 여사까지 한동훈의 당 대표 당선을 막으려 드니 마침내 당심마저 돌아선 것이다대통령도 아닌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실을대한민국을 지켜온 보수 집권당을심지어 국법과 국민을 우롱하는 것까지 봐줬다간 저 불안하고 불길한 거야 대표한테 나라가 넘어갈 듯싶었던 거다.

 

한동훈의 당 대표 당선은 윤 대통령이 받은 세 번째 경고장이다양남당(서울 강남·영남)에 꼰대정당이던 국힘의 당심(62.69%)도 민심(63.46%)과 동률이 됐다한동훈만이 국힘 내에선 유일하게 김 여사에게 “No” 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비대위원장 시절 김 여사가 보냈던 문자에 읽씹(읽고 답장 안 보냄)한 게 그 증거다검찰 출신 윤 대통령의 한계를 모르지 않으면서 또 검찰 출신 당 대표가 나온 것도 신군부 출신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처럼 서로가 외려 잘 알기에 획기적 변화로 정권 재창출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 믿고 싶다.

 

당선 직후 한동훈은 김 여사의 비공개 검찰 조사를 놓고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말했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그렇게 민심과 동떨어진 채 V1, V2 심기만 챙기는 인사가 대통령실 고위직에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그러니 윤 대통령의 격노와 김 여사의 개입에 국가 에너지가 소모되고 민생은 도탄에 빠지는 것이다.

 

2년 10개월을 이렇게 보낼 순 없다한동훈은 대표 수락 연설에서 국민이 명령한 변화로 민심에 대한 반응을 첫손에 꼽았다2부속실과 특별감찰관 설치를 최우선 처리하기 바란다윤 대통령과의 면담도 좋고당정협의도 좋고, ‘약속 대련이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도 좋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눈에는 사소한 문제일지 몰라도 국민의 눈에는 그렇지 않다입만 열면 법치를 강조하는 검찰 출신 대통령이 자기 부인은 법 위에 두어선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한다2부속실은 단순히 김 여사의 일정과 업무를 보좌하는 게 아니다대통령실 업무 계통을 명확히 함으로써 대통령 부인이 국정과 인사와 당무와 이해관계에 관여하는 일이 없음을 명명백백히 하는 조직이다김 여사 문제부터 처리해야 윤 대통령 지지율이 움직이고 그 힘으로 개혁과 정책을 성공시켜 정권 재창출의 희망도 살릴 수 있다.

 

1987년 전두환 각본-노태우 연출 6·29선언은 나를 밟고 넘어가라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통 큰 가슴과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의 차별화 전략이 있어 가능했다윤 대통령은 원팀과 운명공동체를 강조했지만 지금처럼 무능한 대통령실, ‘개 사과’ 수준의 정무감각에 국힘과 한동훈이 원팀 돼 운명을 같이하자고 요구한다면 민심도 민생도 되찾기 어렵다.

 

안타깝지만 이젠 윤 대통령이 한계를 인정할 때다어쩌면 한동훈은 노태우의 길을 갈지 모른다물론 그는 총선 때 제2의 6·29선언을 하지 못했다윤 대통령의 가슴통과 한동훈의 전략은 그때 그 사람들만 못했고 국힘은 정권 재창출은커녕 당의 화합도 불안한 상태다그럼에도 지금으로선 윤 대통령의 검찰 통치’ ‘여사 정치를 제어하고 거야 대표와 맞설 수 있는 사람은 검찰과 대통령을 잘 아는 한동훈뿐이라는 기대가 있다.

 

영민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연초 노태우 대통령은 (전두환을백담사까지만 보냈기 때문에 본인도 나중에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역사 바로 세우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민심을 먼저 생각하라는 일침이었다.>동아일보김순덕 칼럼니스트

 

    출처 동아일보오피니언 [김순덕 칼럼], 한동훈 압승윤 대통령이 받은 세 번째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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