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3. 08:32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더불어민주당이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경찰 관계자들을 대동하고 마포대교에 도보 순찰을 나갔을 때 사진을 찍기 위해 퇴근시간대에 교통통제를 했던 것이 드러났다며, 이를 '김 여사의 대통령 놀이'라 규정하고 규탄에 나섰다고 합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12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김건희 여사가 마포대교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강변북로의 교통을 통제한 정황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통제한 시간도 가장 교통이 혼잡한 퇴근시간"이라며 "퇴근 시간에 경찰을 동원해 국민들의 발을 묶어놓는 김 여사의 무개념은 차치하고, 대체 무슨 권리로 퇴근길 교통을 막은 것이냐"라고 다그쳤다는 것입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지난달 10일 용강지구대 순찰 인력들을 대동하고 마포대교 도보 순찰에 나서 "자살 예방을 위해 난간을 높이는 등 조치를 했지만, 현장에 와보니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며 "한강대교의 사례처럼 구조물 설치 등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시했습니다.
이와 관련,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전날 경찰청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 마포대교 도보 순찰에 따른 교통통제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112 신고 수 건의 녹취를 공개했습니다.
나아가 "민주당은 김 여사가 대통령의 배우자라는 이유 하나로 마치 본인이 대통령이라도 된 양 구는 오만함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검법을 반드시 관철해 김 여사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천명했습니다.
김건희 여사는 왜 자꾸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김건희 여사 문제는 여권의 ‘목에 걸린 가시’이다.
대수롭지 않아 보여도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식도에 염증을 유발하고 세균이 인근 대동맥으로 침투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수 있다. 김 여사를 둘러싸고 이미 명품가방, 도이치모터스, 양평 고속도로, 관저 공사, 천공 등 시비가 끊이지 않았지만, 최근의 명태균·김대남 파문은 차원이 다르다. 녹취록과 문자 대화가 등장하고, 그것들은 윤석열 대통령 배후에서 김 여사가 국정·인사·공천에 관여한 물증처럼 비친다.
원래 정치권에는 별의별 사람이 몰려들지만, 대부분 정치 뒷골목을 배회하다 사라진다. 분별력이 있는 사람은 금방 그들의 속성을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 여사와 교류한 사람들은 다르다. 대통령실의 엉뚱한 대응을 보면, 참모들도 실상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 위법 여부를 따지기도 전에 부적절한 인사와의 유유상종만으로도 국민 눈길은 싸늘해졌다. 머지않아 무속인 녹취록이 나온다는 소문도 나돈다.
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이 코앞인데, 이런 일이 동시다발로 벌어진다. 전반기 동안 목표만 제대로 설정했을 뿐, 실적 측면에선 허송세월에 가깝다. 탈원전 폐기와 노동 현장 불법 척결 같은 성과가 기억에 남지만, 없던 길을 개척한 적극적 업적이 아니라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소극적 업적에 불과하다.
정작 의대 증원과 연금개혁 같은 미래 과제들은 표류하고, 국정 기관차인 공직사회는 얼어붙었으며, 정치적 엔진인 여당은 지리멸렬해졌다. 거대 야당의 폭주도 거세지면서 윤 대통령은 사면초가 신세다. 그렇다고 누구를 탓해서도 안 된다. 대통령은 원래 무한책임을 지는 고독한 자리다.
꼭 1년 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는 민심의 1차 경고였다. 윤 대통령은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했지만, 행동에 옮기진 않았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김기현 아바타 체제’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자 혁신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번에도 그뿐이었다.
김 여사에 대한 비판 여론 급등에도 감싸기로 일관했다. 온갖 인사와 정책에 김 여사 그림자가 더 짙어졌다. 그 결과는 개헌 및 대통령 탄핵소추 저지선만 겨우 지킨 최악의 패배였다.
그런데도 바뀌지 않았다. ‘액년 3년만 버티면 대운이 열린다’는 주술에 걸린 듯하다. 오는 16일의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도 정국에 파란을 일으킬 것이다. 민심이 총선 때와 달라졌다고 한다. 낮은 투표율 때문에 지지층 투표가 관건인데, 야당은 필사적인 반면, 여당 지지자들의 열의는 미지근하다고 한다.
지난 총선 때도 그랬다. 전반적 상황도 더 나빠졌다. 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한국갤럽 2023년 10월 둘째 주 정기조사)은 33%와 34%에서 23%와 31%(지난 9월 넷째 주)로 동반 하락했다.
올겨울은 윤 대통령에게 더 혹독할 것이다. 이재명 한 사람 상대하기도 벅찬데, 같은 편인 한동훈과의 갈등을 더 걱정해야 할 판이다. 윤 대통령은 ‘술도 안 마시는’ 한동훈 검사를 키워주고, 법무부 장관에 비대위원장까지 시켜주었다며 배신감을 느낄지 모르지만, 한동훈은 검사 윤석열의 명성은 자신의 수사 능력 덕분에 빛날 수 있었다고 본다.
지는 권력과 뜨는 권력의 투쟁은 더 노골화할 것이다. 이런 충돌의 뿌리에도 김 여사라는 ‘목엣가시’가 있다. 윤 대통령은 공자가 말한 무신불립(無信不立) 이치부터 깨달아야 한다. 내각제에서 20%대 지지율은 정권 붕괴 임계점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그 수준에서 물러났다.
혹한이 닥치기 전에 방한복을 준비해야 한다. 지지율을 반전시키지 못하면, ‘이재명 대통령’을 방조하게 된다. 엄정한 재판과 수사를 해야 할 판·검사들은 물론 일반 공직자들도 인기 없는 정권보다 야당을 더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더 늦기 전에 한남동 비선을 내치고 공조직을 살려야 한다.
김 여사 문제 대책이 시금석이다. 사과, 부속실, 특별감찰관 같은 뻔한 방안을 뛰어넘는 특단의 결단이 아니면 소용없다. 특검 수사나 정치적 유배도 자청해야 할 판이다. 동양 정치학의 고전인 논어의 자장 편에 이런 내용이 있다.
지도자의 잘못은 일식 월식 같아서 감추려 해도 결국 모두가 보게 되지만(過也見之), 잘못을 고치면 그를 우러를 것이다(更也仰之).>문화일보. 이용식 주필
출처 : 문화일보. 오피니언 [이용식의 시론], 혹독할 윤석열의 겨울
전직 두 대통령이 자기 아들을 구속시킨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건 아들이니까 가능한 일이지만, 가능하다고 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아들보다 더 힘든 것이 부인일 것입니다. 그래서 더 말이 많고 더 힘든 결정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전전긍긍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지금 알아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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