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4. 06:06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워터게이트’를 파헤친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가 1996년 출간한 ‘선택’은 그해 대선 뒷얘기를 담았다.
그런데 정작 책에서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은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 부인 힐러리 여사의 영적 대화 장면이었다. 힐러리가 95년 심령사를 백악관에 초청해 세상을 떠난 엘리너 루스벨트 여사, 마하트마 간디와 영적 대화를 했다는 것이다. 힐러리는 영부인임에도 도맡은 의료개혁법안이 무산된 데 따른 좌절감을 달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는 미국 역대 최고의 영부인 중 한 명이다. 그런 그도 남편 임기 중 점성가의 말을 듣고 국정 일부에 개입한 일이 폭로되기도 했다. 훗날 자서전에서 대통령 주요 행사 날짜를 정할 때 점성가와 상의했음을 인정했다. 이유가 “81년 남편에 대한 암살 기도 이후 두려움 때문”이었다.
주술 비판은 오래가지 않았다. 미 국민들은 대통령 부인의 위치가 주는 압박감, 개인적 상처 등을 일시적 일탈 원인으로 봤을 뿐 이들의 품격, 지혜를 부정하진 않았다. 지금도 둘은 존경받는 인물로 남아 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한국민의 시각과는 천양지차다.
21일 국정감사장에서 강혜경씨가 공천 개입 의혹 인물 명태균씨와 김 여사에 대해 쏟아낸 폭로 중 “명씨가 김 여사와 영적 대화를 많이 한다”는 부분이 눈에 띈다.
강씨에 따르면 김 여사는 명씨를 보자마자 ‘조상의 공덕으로 태어난 자손’이라 했고 명씨는 장님(윤석열 대통령)의 어깨에 올라타 주술을 부리라고 맞장구를 쳤다. 명씨가 김 여사의 해몽을 해주자 신뢰를 얻었다 한다. 정상적 사고로는 말도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대선 전 공개된 녹취록에서 김 여사는 “나는 영적인 사람이라 도사들과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웬만한 사람보다 관상을 잘 본다”고 했다. ‘왕(王)자’·천공 논란도 있어 다수 국민은 강씨 전언을 사실로 여긴다.
야당 원내대표는 급기야 “아무리 영험한 주술사를 데려와도 (김 여사는)결코 특검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 탓을 할 수 있겠나.>국민일보. 고세욱 논설위원
출처 : 국민일보. 오피니언 [한마당] 영부인의 영적 대화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29574859&code=11171211&sid1=c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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