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과 996

2024. 10. 30. 05:47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포용적 제도의 중요성을 연구해 밝힌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MIT 경제학과 교수, 사이먼 존슨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 등 3인이 받았습니다.

 

이들의 수상 업적은 제도의 발달을 정치적 민주주의 지수로 수량화하고, 이 변수가 경제 성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쳤음을 보여준 계량분석입니다. 이들의 논문 서론은 남북한을 비교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공통적 경험은 개발독재라는 권위주의 단계를 거친 뒤에야 민주주의로 발전한 일종의 우회적 경로인데 이들은 놓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권위주의 독재가 모두 경제성장을 낳은 것도 아닙니다.

 

한국의 경우 개발독재는 좋은 교육과 일자리를 갖춘 중산층을 창출했고, 1987 넥타이 부대가 상징하듯이 민주화 과정 자체가 평화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사실 이러한 평화적 민주화야말로 정치적 기적이라고 할 만한 대단한 성과입니다.

 

동아시아의 개발독재는 다른 독재와는 달리 국민에게 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포용적이었습니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 등의 연구 역시 한국을 사례로 들면서 아제모을루 교수 등이 제시한 제도 변수가 통계적으로 강건하지 않으며, 오히려 교육 등 인적자본 변수가 더 유의미한 변수임을 증명했습니다.

 

빌 게이츠도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에 실망했다고 했습니다. , 어떻게 포용적 제도를 실시할 것인가에 대한 유용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실패에 대해 비판만 한다는 지적입니다.

 

아랍의 봄으로 민주화를 달성한 나라들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다시 독재로 회귀하고 있는 사례는 경제성장과 물질적 기반 없이는 민주화 자체가 뿌리를 내릴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동아시아 기적의 또 하나 핵심 변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계시장에서 선진국 기업과 경쟁하는 초우량 대기업의 등장입니다. 아제모을루 교수 등은 정경유착 등 대기업의 부정적 측면만 부각하고 공헌을 굳이 외면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일찍이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는 핵심 변수는 경쟁력 있는 대기업의 창출임을 계량적으로 입증했습니다. , 제도가 아니라 기업이 동아시아 기적의 핵심입니다.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와 세계 최대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은 1980 1인당 실질 소득이 미국의 5%도 안 되는 빈국이었는데 지금 중국은 미국의 30%에 도달했으나 인도는 15%가 안 됩니다.

 

그동안 중국은 포춘 500대 기업을 130개 이상 창출해 미국을 넘보고 있지만 인도는 유니콘은 많이 창출했지만 포춘급 기업은 10개 미만으로 대만보다 적습니다. 한국은 15개 내외로 한국·대만 모두 경제 규모보다 더 많은 대기업을 창출했고 바로 이 덕분에 선진국이 된 것입니다.

 

요컨대 민주주의 제도와 시장 개방은 후발국 경제성장의 충분조건이라기보다 필요조건이었습니다. 동아시아가 실패하지 않고 성공한 원인은 개발독재와 기업 육성 후에야 민주화와 개방으로 간 우회 전략 때문임을 노벨상 수상자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이근 서울대 경제학과 석좌교수·한국경제학회 수석부회장

출처 :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7786)

 

   <중국에서 잠 못자는 사람들을 위한 독특한 직업이 등장했다고 한다.

 

이른 바 '수면 메이커'(Sleep maker). 편안한 대화와 정서적 공감대를 통해 수면을 유도하는 게 이들의 일이다. 주 이용 고객은 젊은 직장인, 결혼 스트레스나 생활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특히 일명 '996' 기업문화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많다고 한다.

 

'996'은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주 6일 근무한다는 뜻이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일주일 내내 일하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엔 '996'을 넘어 '896'을 도입하는 기업도 생기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전문가포럼(CSF)에 따르면 지난 6월 대표적 SNS인 웨이보(微博)에는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업체 CATL이 주 6일 오전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일하는 '896' 근무제를 시행했다는 글이 인기 검색어 목록에 올라왔다. CATL이 직원들에게 매일 오전 8시 출근, 오후 9시 퇴근,  6일 일하는 방식으로 100일동안 분투하자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CATL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서에는 "최근 신에너지 승용차 시장 보급률이 처음으로 50%를 넘겼지만, 시장 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경쟁도 치열해졌다" "조직이 부여한 임무를 더 잘 완수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 첨부돼 있었다. CATL이 이렇게 한시적으로 '896'까지 도입한 것은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하락, 2 BYD와의 격차가 좁혀졌기 때문이다.

 

이런 살인적인 근무는 주요 업체들에 일상이 된지 오래다. 치루이(奇瑞·Cherry) 자동차 부사장은 토요일도 정상적인 근무일이라며 관리자급 직원에게 법적인 리스크를 피할 방법을 강구하라는 메일을 보냈다. 전기차 업체 NIO(蔚來) 직원은 입사 후 3년간 초과근무가 일상이었다며, 8개월 동안 500시간 가까이 초과근무를 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노동법에 따르면 일일 근무시간은 8시간,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44시간을 초과해선 안 된다. 필요에 따라 협의 하 근무시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연장 근무시간은 하루 1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하루 3시간 이내,  36시간 이내 가능하다. 또한 매주 최소 하루의 휴일은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법조항과 직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주요 기업들 사이에 '996', '896'이 일반화된 것은 CATL이 밝혔듯 국내외 시장에서의 경쟁 격화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경쟁은 미국의 강력한 견제에도 불구, 중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우뚝 선 원동력이 되고 있다. 중국은 명실상부한 '제조대국'으로 부상했다. 싸구려 '짝퉁'만 생산하고 있다고 여기면 큰 오산이다. 여러 산업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위협할 국가로 떠오른 지 오래다.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세계 1위이며, 배터리 시장도 한국을 추월했다. 영상 디스플레이 시장에선 고급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글로벌 시장도 49.7%를 장악, 한국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조선 산업 종합경쟁력도 1위이며, ICT·SW, AI(인공지능), 우주·항공·해양, 에너지·자원, 석유화학 등도 한국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반도체 산업도 중국에 주도권을 넘겨주는 건 시장 문제다. 중국은 메모리를 제외하고 생산능력, 팹리스 및 후공정 경쟁력 등 모든 분야에서 이미 한국을 앞서고 있다. 일본에서 산업을 넘겨받은 대한민국이 디지털 시대에 중국으로 주도권을 넘기는 징후가 뚜렷하다.

 

이처럼 질주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은 '996', '896'을 앞세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경기 불황과 높은 청년 실업률이 이를 지탱하는 한 이유가 될 것이다. 두려운 건 중국 기업인들 사이에 팽배한 '위기의식'이다. 잘 나가면서도 삐끗 잘못하면 한순간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미국과 맞설 수 있는 힘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기업문화는 잘못된 것으로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되는 건 지금 우리에겐 그런 위기의식조차 없다는 점이다. 사회의 주 화두는 '웰빙'이며, 정치권은 어떻게 하면 기업을 옥죄는 법안을 만들까 혈안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세계 최고의 상속세율,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노동자 측에 기울어진 노동관계법 등 기업하려는 의지를 꺾어놓는 법·제도와 문화가 팽배하다. 자유롭게 일할 자유는 사라진지 오래다. 이러고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는 건 우물에서 숭늉 찾기다.

 

지난 2분기 0.2% 마이너스 성장했던 우리 성장률은 3분기 겨우 0.1% 성장에 그쳤다. 미국보다 잠재성장률은 떨어졌다. 위기의 징후는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오는데 정치권은 날이면 날마다 쌈박질이고, 퍼주기 정책에 골몰한다. 대한민국의 '피크'는 이미 지난 것인가.>디지털타임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출처 : 디지털타임스. 오피니언 [강현철 칼럼], 대한민국 `웰빙` 외칠때  `996`으로 질주했다

 

   일하지 않고 잘사는 방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제가 여기서 자주 인용하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가 진리입니다.

 

우리는 2000년대 초반부터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비아냥을 받았습니다.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야 하는 문턱에 머물면서 선진국에 안착한 것처럼 착각을 했다는 것입니다.

 

남들보다 더 일을 하는 사람이 더 잘 산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상식일 겁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지금 선진국에 안착한 것처럼 착각하고 샴페인 잔을 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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