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앞둔 아들을 생각하며
2007. 11. 14. 09:28ㆍ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기와 렌즈
내일이 대학입학을 위한 수능시험일입니다.
우리 둘 째가 내일 시험을 봅니다. 아비가 교직에 있지만 한 번도 진지하게 아들의 진로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새삼 미안한 마음입니다. 학교에 있으면서 가르치는 애들에 대해서는 늘 걱정하고 타이르고 다독거리는 것이 제 일상인데 집에서는 그것이 왜 잘 안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아이를 보면서, 저러다가 언젠가 철이 들면 스스로 하겠지하고 그냥 놓아두었던 것을 이제와서 후회한다고 무엇하겠습니까?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닐 적에도 학원을 간다고 하면 보내줄 생각이었고, 과외를 하고 싶다면 시킬 생각이었는데 스스로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다 싫다고 하더니 이제 시험을 앞에 두니 자신도 걱정이 앞서나 봅니다.
요 며칠 계속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갔는데 오늘은 일찍 들어가려 합니다. 오늘 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해주고 격려할 생각이고 또 좋은 성적이 안 나오더라도 실망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직 늦은 것도 아니고, 시험을 못 본다고 다 끝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아이를 위로하고 제 스스로 자위하지만 지나간 시간을 돌이킬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알아서 하기를 바랐다고 변명을 하고 싶지만 늘 밖의 일에 신경을 쓰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자식 공부는 소흘리했습니다. 사람 만나느라 바쁘고, 사진 찍으러 다니느라 정신 없었습니다. 분명 아비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 반성합니다. 그렇지만 아들 인생을 내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걱정입니다.
엊그제 일요일에 교회에 가자는 집사람의 얘기를 따라서 교회에 갔는데 거기서 차마 내 아들 시험 잘 보게 해달라고 기도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명색이 교사인데 어떻게 열심히 하지도 않은 내 아들 시험 잘 보게 해달라고 하겠습니까? 전국의 모든 수험생들, 자신의 실력을 다 발휘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내일 시험을 앞둔 자녀를 둔 동문들께서는 아이가 자신의 실력을 120% 발휘할 수 있도록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학교에서 만나는 3학년 아이들을 보면서 시험 잘 보라는 말만 전했습니다.
이럴 때 자식에게 많이 미안한 영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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