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와 귤
2007. 11. 15. 15:17ㆍ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기와 렌즈
시험감독이 두 유형입니다.
하나는 말 그대로 교실에 들어가서 시험지를 나눠주고, 아이들이 시험을 잘 치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험감독이고, 다른 하나는 본부요원이라고 해서 아이들이 제출한 답지를 확인하여 이상유무를 가리고, 행정적인 일을 다루는 일입니다.
시험감독이 훨씬 어렵습니다. 아무 말도 않고 100분이나 120분을 서 있으려면 정말 지루하고 힘이 듭니다. 저는 지난 3년 학교에서 직책이 부장이라 본부요원으로 감독을 하고 있습니다. 본부요원은 아침 1교시와 점심 먹고 3교시에 수험생 듣기영역 시험을 볼 때는 학교 밖으로 나가 차량을 통제하는 일도 합니다.
아침에는 조금 쌀쌀했습니다. 차량통제를 이해하고 다른 길로 가는 분들이 많지만, 무척 신경질을 내거나 거짓말을 하면서 기어이 학교 곁으로 차를 몰고 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경찰과 함께 하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차를 몰고 가려 합니다. 아침에 그런 일로 몇 번 얼굴을 붉혔습니다. 그러고 있는 교사들 모습이 안 되어 보였던지 학교에 오는 야쿠르트 아줌마가 서 있는 교사들과 경찰들에게 제일 비싼 것으로 한 병씩 주어서 고맙게 마셨습니다. 솔직히 추운 날씨에 차가운 것이 반갑지는 않았지만 아줌마의 고마운 마음씨가 좋아서 기분 좋게 마셨습니다.
점심 먹고는 과일가게 앞에서 30분 가량 통제를 하는데 말들 참 안 듣습니다. 하나하나 사정을 설명하려니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안 되어 보였던지 전혀 모르는 과일가게 아줌마가 귤을 하나 껍질을 벗겨서 가져다 줍니다.
경찰에게만 맡겨서 하면 된다고 할지 모르지만 학교마다 많은 숫자가 필요할 것인데 그 많은 인원을 동원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시민들이 조금 불편을 감수하면 더 좋을 일인데 자기 애들 시험 볼 때가 아니면 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언짢았지만 두 아줌마의 친절이 또 웃음을 주었습니다.
오늘 학교에서 감독을 하며, 영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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