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일(雪日)로 새해를 엽니다
2008. 1. 1. 00:42ㆍ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기와 렌즈
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로써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김남조, 설일(雪日)
김남조 님의 '설일'로 새해의 문을 엽니다.
삶이 생각보다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느끼는 일상사입니다.
그러나 그 삶이 치열한 것이기에 우리는 더욱 부대끼며 삶을 즐기는 것이라 믿습니다.
지난 한 해, 잊고 싶었던 일은 다 잊고 새로운 희망으로 한 해를 시작하기 바랍니다.
우리, 멋진 한 해를 열어 봅시다.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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