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대해 많이 바라고들 있지만....
2009. 1. 25. 09:51ㆍ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기와 렌즈
SLR클럽 포럼에 댓글을 달은 내용입니다.
삼성의 개 디카를 기다리는 분들의 열망이많이 담긴 글들을 올리기에 제가 아는 선에서 답변한 글입니다.
사진기는 크게 렌즈와 본체로 나눌 수 있었는데 디카에서는 촬상소자의 문제도 큰 작용을 하나 봅니다. 물론 이것은 필름에서도 마찬가지이긴 했습니다. 코닥필름과 후지필름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다르고 각 필름이 어느 피사체의 촬영에 더 좋다는 말도 많이 있었지만 저는 일관되게 코닥만 쓰고 있습니다. 코닥이 눈에 띠게 더 좋아서가 아니라 가급적 일제를 안 쓰는 것이 무역수지에 도움이 되리라는 얄팍한 생각에서였습니다. 다행이 삼성에서 만드는 촬상소자가 현재 일본에서 나오는 것들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하니 그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오늘날 일본이 독일의 사진기를 제치고 세계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피나는 노력에 의한 결과입니다. 다들 말로는 일제가 독일제를 모방해서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 모방이라는 것이 생각처럼 단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본이 광학유리를 자체 생산하기 위해 들인 노력은 정말 피눈물이 나는 과정이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전쟁을 치루기 위한 광학무기 생산을 위한 일이었지만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체 광학유리를 개발했고, 그것이 2차대전이 끝난 뒤에 일본 광학산업의 초석이 되었던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자체적으로 광학유리를 생산하는 곳이 없습니다. 창원에 일본과 합자한 회사에서 광학유리를 만들고 있는 곳이 있지만 기본적인 광학유리일뿐 고급 유리 생산은 전무합니다. 그렇다면 고급 렌즈를 만들 초저분산 유리 등은 다 일본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그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렌즈 설계 수준은 우리나라도 상당한 수준이 되었다고 들었지만 그것은 삼성이 러시아 광학업체로부터 이전을 받은 것일 겁니다. 일본이나 독일의 광학업체들이 삼성에게 기술이전을 쉽게 해줄 리는 만무합니다. 다들 얘기하는 것이 역부메랑효과입니다.
우리나라 광학산업 초기에 삼성이 미놀타와 제휴했을 적에 미놀타에 건너간 돈이 천문학적 숫자일거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삼성이 미놀타와 제휴를 해서도, 롤라이를 인수해서도, 광학기술에서는 별 효과를 얻지 못한 것입니다. 삼성이 놀라이를 인수한 것은 좋았지만 놀라이 자체는 그대로 존재하면서 경영권만 인수했었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이 바란 것은 롤라이를 완전하게 삼성으로 만드는 것이었겠지만 놀라이 입장에서는 회사가 없어지는 것을 받아드릴 수가 없었을 것이고 그래서 다시 결별을 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삼성이 만드는 렌즈는 기존의 광학업체보다 나을 수가 없습니다. 성능이 현저하게 좋거나 성능이 대등하다면 가격이 저렴해야 시장에 진입할 수가 있는데 둘 다 현재로는 불가능합니다. 일본에서 수입해다가 만든 렌즈가 어떻게 일제보다 가격이 저렴할 수 있겠습니까? 렌즈를 만든다면 라이카나 차이스 정도는 되어야 일제를 앞설 수 있을 것인데 그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 차이스는 일본에서 라이선스로 렌즈를 만들었지만 실제로 독일제와은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하고, 라이카도 일제가 더러 라이센스로 나오지만 그것은 라이카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만약에 삼성이 라이카와 같은 렌즈를 쓰는 마운트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라이카렌즈의 가격 때문에 쉽게 접근할 사람은 드물 것이고, 삼성의 이름으로 현재와 같은 렌즈를 생산한다면 또 고급이 아니라고 살 사람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삼성의 고민이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판을 치는 캐논과 니콘은 워낙 한국에 유저층이 두터워서 어떤 기종을 내든 소화가 되는 편이지만 당장 삼성에서 최고급 풀프레임 사진기가 나온다고 할 때에 과연 얼마나 팔리겠습니까?
한국시장에서 외면받는 삼성 디카가 다른 곳에서라고 각광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에게 왜 풀프레임을 만들지 않느냐고 삼성을 탓하기는 앞뒤를 생각지 못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렌즈만 해결이 된다면 본체 문제는 삼성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자기술이야 지금 삼성의 수준이 세계 최고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전자기술이 사진기와 직접 연결이 되기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삼성이 디카시장에 뛰어 든 이상 소니하고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것이고, 그렇다면 적어도 소니와 대등한 수준의 사진기는 내어놓을 것이라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본체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이 된 사진기가 나온다해도 문제는 다시 렌즈에 있다는 것이 현실의 모순입니다.
현재와 같이 펜탁스의 렌즈에 의존하는 체계는 오래 갈 수 없을 겁니다. 펜탁스가 이미 마이너로 전락했기 때문에 삼성도 펜탁스와 계속 제휴하는 것이 큰 득이 없으리라는 것은 계산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대로 삼성이 펜탁스를 인수해서 지금보다 더 많은 렌즈를 생산해서 물량에서만이라도 충분히 공급한다면 조금은 나아지겠지만 캐논과 니콘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디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광학기기는 사진기시장보다 엄청 더 큰 의료기기 시장을 겨냥하는 것이기 때문에 삼성이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삼성이 더 빨리 좋은 기기를 내어 놓아 디카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그것을 계기로 의료기기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저는 그냥 사진기와 사진을 좋아하는 사진인입니다.
제가 가진 기기, 제가 찍는 사진에 대충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삼성이 사진기를 잘 만들어 세계시장에서 우뚝 설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차대전 뒤에 독일 사진기가 일본 사진기에게 밀려 전멸할 줄을 누가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소니가 굴욕을 당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볼 때, 우리 대한민국 사진기가 세계시장을 지배할 날이 오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그래도 많은 분들이 의식을 가지고 삼성에 기대를 거는 것을 보면서 저도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지금 삼성마저도 없다면 디카시장은 완전 일본판이 되었을 것입니다.
지루한 글 읽어주시어 감사합니다.
좋은 명절되시기 바랍니다.
마루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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