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25. 18:50ㆍ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은 관심이고, 만남이며, 사랑입니다
천단공원을 처음 갔을 때는 제게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곳이라고 어렴풋이 알고 있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사직공원과 비교할 때에 도저히 그 가늠이 안 서서였습니다. 규모가 큰 것은 '까짓거...' 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거기 나무들은 정말 부러웠습니다. 수령이 수백 년이라는 편백나무가 몇 그루나 되는지 셀 수가 없이 많았고, 그 나무들이 모두 열을 지어 서 있는 것을 보고는 탄성이 절로 나왔었습니다.
그렇게 두 번을, 여름과 가을에 갔고 이번에는 겨울에 갔는데 사람이 별로 없어서인지 조금 황량해보였습니다. 중국에서는 들어가는 문과 나오는 문이 다른 곳이 많던데 속으로, 그거 다시 돌아가면 될 것인데 왜 늘 아니라고 얘기하나 했더니, 입장료 때문이었습니다.
천단공원도 입장료를 세 번 내야 다 볼 수 있나 봅니다.
우리는 단체로 입장권을 사 가지고 들어가서는 자유로 보고서 나오라고 했는데 다음 코스에 가니까 입장료를 또 받습니다. 그게 20위안인가 했으니 적어도 3000원은 넘는 돈입니다. 제가 경복궁 입장료가 1000원씩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3000원으로 오른 뒤에 욕을 바가지로 하고서 한동안 안 다니다가 중국에 갔다 온 뒤로는 찍소리 하지 않고 자주 다닙니다. 경복궁 3000원은 정말 껌값도 안 되는 입장료라는 것을 중국에 가서 알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중국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해서 내국인은 아주 싸고 외국인에게만 비싸게 받는다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던데 지금은 다 똑 같다고 합니다.
두 번 낸 것 까지는 그래도 참았는데 원구단인가 가려니까 또 입장권을 사야한다고 해서 그냥 나왔습니다. 바람은 차갑게 불고, 날은 어두워져서 가난한 여행객의 마음은 더욱 떨렸습니다.
혹 서울에서 원구단을 보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조선호텔 부근에 있던 원구단은 고종임금께서 대한제국을 선포하시고 황위에 오르실 적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든 것인데 천단공원의 그것과 비고하면 소박하기 짝이 없습니다.
모임장소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는, 북경 서역에서 출발하는 시안행 기차를 타고 밤새 달려 시안으로 갑니다. 6인승 침대칸인데 우리나라 예전 완행열차 수준보다도 더 지저분한 화장실이며, 기차 안에서 3층으로 올라가서 가는 사람들의 처지를 걱정했더니, 입석도 꽤 많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칸에는 다행히 예쁜 여학생 셋이 동승을 했는데 그 중에서 같이 얘기를 많이 나눈 시안대학교 3학년 학생인 조우지이첸이라는 여학생 덕에 두어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어 덜 지루했습니다. 독어과에 다닌다고 하던데 장래 희망이 중국 CCTV 아나운서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북경을 하직하고 시안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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