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규, 즐거운 편지

2011. 3. 9. 14:56세렌디피티(serendipity)/올드스쿨입니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밤이 되면서 골짜기에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 뿐이다.

 

그동안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뭇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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