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知知)의 도(道)

2016. 11. 8. 10:45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지족불욕(知足不辱), 지지불태(知知不殆)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오늘, 중국 진나라 때 분서갱유에 관한 자료를 찾다가 진의 승상이었던 이사(李斯)에 대한 글을 네이버블르그에서 찾았습니다. 솔직히 이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강한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까 싶은데 사람에 대한 판단은 호불호의 문제라 제가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다만 이사에 대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얘기들이 나와 있어서 여기 옮겨 봅니다.

 

<상채 촌놈 출신의 빈천한 인물이 진제국의 승상이 된 그 자체만으로도 이사는 매우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거기에 진시황이 천하 통일을 완성하는 데 결정적인 정책 보좌를 했습니다. 한 유방의 장자방과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대단한 활약을 펼칩니다. 그리고 통일이후 진제국의 인프라를 완성하는 데 모든 것이 이사의 머리에서 나왔습니다. 

 

중앙집권 군현제, 문자통일, 도량통일, 법제완성 등 춘추전국과 다른 새로운 체제였습니다. 이 모든 체제를 한나라가 고스란히 인수하여 꽃을 피웠고, 이 기반으로 현재 중국을 한(漢)족, 한문화이 융성했습니다. 한(漢)은 실상 이사의 체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사마천의 사기 열전에 보면, '이사의 네 번의 탄식'이라는 내용이 나온다고 합니다.

  
첫번째는 젊은 시절 시골 상채의 하급관리로 있을 때 일입니다. 변소에 사는 쥐와 창고에 사는 쥐의 대조적인 반응을 보며 첫번째 탄식을 합니다. 사람이나 개가 다가오면 변소 쥐는 놀라 혼비백산 도망가는 데, 창고 쥐는 별로 겁내하지 않습니다.

 

 이를 보며 이사는 "사람의 잘나고 못난 것도 쥐와 같으니, 어떤 환경에 처했느냐에 달렸을 뿐이다"라고 탄식합니다. 이를 계기로 출세 지향의 욕망을 강렬하게 갖게 되고, 모든 것을 걸고 인생의 매 순간 승부를 걸어 결국 진나라 승상까지 됩니다.

 

 

두번째는 진나라의 승상으로 막강한 권한를 누릴 때, 아들 이유가 휴가차 집으로 옵니다. 이사는 사랑스런 아들을 위한 축하연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 고관 대작들이 대거 참석하여 축하를 빌었는데 그들이 끌고 온 수레와 말이 수 천을 헤아릴 정도였습니다.

 

이에 이사는 "만물이 극에 이르면 쇠퇴하거늘, 내가 어디서 멈추어야 할 지 난감하구나." 하며 탄식합니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엄청난 부귀와 권력에 두려움을 미리 감지했던 것입니다

 

세번째는 진시황 순행을 함께 동행 중에 황제가 갑작스럽게 죽어버렸습니다. 환관 조고의 회유를 거절하지 못하고 후계자를 바꾸는 쿠데타(탈적, 脫嫡)에 가담하게 됩니다.

 

 "아아! 어지러운 세상을 만나 나 홀로 죽을 수도 없고, 대체 어디에다 이 목숨을 맡긴단 말인가!" 하며 탄식합니다. 권력과 부귀에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자기를 합리화하는 말이었습니다.

네번째는 함께 쿠데타에 가담했지만, 환관 조고의 모략에 이사조차 역모자로 몰려 체포되어 숙청됩니다. 갖은 고문과 고초 끝에 허위자백하고 형장에 끌려나와 탄식합니다.

 

 함께 끌려나온 둘째 아들을 보며 "내 너와 함께 누렁이를 데리고 고향 동산에 나가 예전처럼 토끼 사냥이나 하려고 했는데 다 허사가 되었구나!"하며 두 부자는 서로를 끌어 안고 통곡하고, 삼족이 멸족하게 됩니다. > 네이버 블로그, 나의 인문학(건축, 사마천, 투자)

 

 어제 다른 글에서 놀란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대단한 역사학자로 추앙하는 중국 한나라의 '사머천'이 역사책 '사기'를 쓰면서 너무 거짓말을 많이 써 놓았다는 비판을 한 것입니다.

 

 자기가 보지도 않고 만나지도 못한 사람들에 대해서 마치 만나고 같이 얘기한 것처럼 써놓아서 뒷날 다른 사람들이 이를 본받아서 역사가 사실이 아닌 문학이 되었다는 비판을 하고 있었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역사가 그냥 사건만 기록해 놓은 것이라면 후세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수가 없을 것입니다. 거짓된 것들을 사실로 꾸며서는 안 되겠지만 자료가 부족하던 시절에 어느 정도 윤색이 된 것을 너무 탓하는 것도 지나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지족불욕(知足不辱), 지지불태(知知不殆)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이 명언은 이사 뿐만 아니라 지금 세상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교훈이 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