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스런 투정

2016. 11. 17. 21:37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오늘이 수능시험일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나이가 들었다고 감독을 나가지 않아서 하루 쉬는 날입니다. 2년 전만 해도 제가 담임을 했던 아이들을 위해 절에 가서 108배를 했는데 이젠 담임을 한 지가 꽤 되어서 절을 하면서 이름을 부를 아이도 없어 그냥 하루 쉬고 있습니다.


 오늘 하늘공원에 잠깐 들렀는데 거기 수험생을 둔 엄마가 왔는지 자기네 애가 12년 공부를 한 것을 하루에 시험을 보고 그것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고 했다는 얘기를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 해서 속으로 웃고 왔습니다.


 지금은 수시모집이 전체 입학의 70% 가까이 됩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남과 다르게 뭔가 성과가 있는 일이 있다면 수시모집에 원서를 내고 그걸로 합격할 수 있습니다. 조건부로 수능성적을 요구하는 곳도 있지만 그것은 뭔가 조금 미진할 때의 일입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갈 때는 예비고사가 있었습니다.

이 예비고사는 대학정원의 2배를 뽑는 것인데 여기서 탈락하면 대학 지원 자격을 주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이 전국 시도 중에서 2곳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자기가 선택한 곳에 합격하지 못하면 당연히 대학 입학원서를 낼 수가 없었고 더구나 지망하지 않은 시도에는 다른 곳에서 합격을 해도 원서를 낼 수가 없었습니다.


대개 자기가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가 있는 시도와 서울을 1, 2지망으로 원서를 내게 마련인데 제가 시험을 보던 해는 서울의 커트라인이 198점이었고 충남은 150점 정도였습니다. 그러니까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려면 서울을 지망해서 198점 안에 들어야 원서를 낼 수 있었고 충남에 있는 대학에 가려면 충남을 지망한 뒤에 150점이 나와야 지원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대학은  전기와 후기 두 번을 볼 수 있었고 여기서 탈락하면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재수를 해야 했습니다. 요즘처럼 대학진학 방법이 다양하고 또 특별한 제한도 없는 때에 대학을 가는 것은 예전에 비하면 정말 좋아진 것입니다.


 옛날에 대학을 가는 것이 쉬웠다는 둥. 예전 학생들이 공부를 덜 했다는 둥 하는 사람들은 정말 예전에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고 그 시절에 대학가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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