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묵의 계절

2016. 11. 16. 18:59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도루묵의 계절입니다.

요즘 오가는 길에서 보는 생선좌판에 도루묵이 쟁반 가득히 담겨서 사갈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도루묵에 대한 얘기들이 많지만 가장 확실한 얘기는 맛이 없다는 것일 겁니다.

알배기 도루묵이라고 잔뜩 광고를 하고 있던데 사실 도루묵의 알도 별로 맛이 없습니다. 제가 예전에 백파 선생님의 글을 보고서 속초에 가 도루묵알을 시켰다가 먹지 못하고 온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제가 어디 가서 음식 시켜놓고 그냥 안 먹고 오는 일은 정말 드문 일이었습니다.


 그때는 그 도루묵알이 맛이 없던 이유를 제 나름대로 추정을 해보았습니다.

대부분의 도루묵을 일본으로 수출을 할 때여서 우리 밥상에서는 보기 힘든 때였고, 도루묵알이 배긴 것은 일본으로 다 가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알을 먹을 수가 없어서 수초에 알을 낳아 놓은 것을 떼온다는 얘기를 듣고 그래서 맛이 없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마침 알배기 도루묵을 지인이 집으로 보내 기대를 크게 갖고 먹어봤더니 역시 예전 맛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아무 맛도 없는 것, 그것을 점잖게 표현하는 말이 '담백하다'라고 보는데 정말 담백한 맛이었습니다.


 도루묵의 얘기가 여럿 있지만 분명한 것은 도루묵의 한자이름이 '목어(木魚)'입니다.

'목어'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것은 나무와 같은 고기, 혹은 나무고기일 것이니 아무 맛이 없다는 얘기와 같은 겁니다.


 그럼에도 그걸 은어라고 했다니, 얼마나 굶주렸으면 그랬을까 하는 측은한 마음입니다.

담백한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요즘 도루묵이 제철이라고 하니 많이 드시기 바랍니다. 단 다른 맛을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무에 나무 썰어넣고 찌개했다고 생각하시면 틀리지 않을 겁니다.




'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 오판과 편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능 부정행위  (0) 2016.11.18
사치스런 투정  (0) 2016.11.17
죽도 못 먹었느냐구?  (0) 2016.11.15
피로연(披露宴)  (0) 2016.11.14
차라리 대통령을 빨리 법정에 세워라  (0) 2016.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