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9. 08:18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조상(弔喪)과 문상(問喪)를 합쳐 조문이라고 한다. 조상은 고인의 죽음을 슬퍼하여 인사하는 것으로 빈소에 예를 갖추는 것이며, 문상은 ‘죽음을 묻는다’는 의미로 상주에게 상을 당한 것을 위로한다는 뜻이다.>문화콘텐츠용어사전.
조문의 원래 의미는 '고인의 죽음을 슬퍼하여 인사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물론 조문의 대부분이 상주를 보고 가는 것이지만 그렇다해도 고인의 영면을 슬퍼하고 명복을 비는 것입니다. 그런 조문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을 보니 정말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모친상 조문이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언론에 공개된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를 비롯한 각 기관장들의 조화와 조기, 여권 정치인들의 조문이 줄을 이었다.
정의당이 6일 논평을 내고 "이런 행태가 피해자에게 한국 사회에 '성폭력에도 지지 않는 정치권의 연대'로 비춰지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지만 야당 의원마저 "정의당이 못됐다"며 조문 행렬의 편을 들었다.
8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안 전 지사 모친 빈소 조문이 '인간에 대한 도리'라고 말하는 정치인들은 아직도 일상을 살고 있지 못한 피해자 김지은씨의 존재를 지우고 잘못된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성 중심적인 한국 정치 상황에서 여성 대표성 함양을 위한 연구와 비평을 하는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이번 안 전 지사 모친상 조문에 대해 가장 먼저 비판적인 논평을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두기로 일반인들은 조문을 삼가는 분위기이지만 안 전 지사측은 빈소를 언론에 공개하고 조문을 받았다. 권 대표는 "안 전 지사측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드러내고자 했고, 조문객들은 이를 인정해 준 셈"이라고 짚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빈소에 조화를 보낸 것도 문제라고 권 대표는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개인 자격으로 조의를 표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공개적인 조화를 보낸 것은 '너는 아직 우리 편'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외부에 주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범죄자라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매장해야 하느냐'는 반문에 "피해자 김지은씨는 안 전 지사로부터 제대로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고, 인신공격과 모욕 속에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함을 상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폭력 등 젠더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을 요구하는 여성들에게는 '내가 뽑을 대표'의 판단 기준을 김씨가 보여준 것이지 않나. 그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유력 대권 후보였던 안 전 지사의 실체를 알지 못했을 것"이라며 "김씨의 노력이 더 존중받고 그가 일상을 복구해야 많은 여성이 성폭력의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민주당 정치인들의 조문 행렬에는 결국 여성 유권자의 의사를 남성과 동등한 무게로 인지하지 못하는 오만한 태도가 내포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빈소 조문을 놓고 정치권은 조용하다. 이정미 전 정의당 의원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고 밝힌 게 전부다.
권 대표는 "안 전 지사 사건이 터졌을 당시 더불어민주당을 이끌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젠더 폭력 범죄에 대한 새로운 형사사법 연구'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나서 며칠 뒤 안 전 지사 상가에 장관 명의 조화를 보냈다"라며 "안 전 지사가 왜 수감 중인지 인지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21대 국회 여성의원 57명이 한목소리를 내도 성폭력 문제가 해결될까 말까인데, 사실상 안 전 지사 문제에 대해 공개 발언하는 정치인이 한 명도 없는 게 현실"이라며 "성차별, 성폭력 문제를 확실히 인지하고 성평등으로 이끄는 정치인이 빨리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한국일보, 박소영 기자.
저는 '안희정'이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하고, 그가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얘기와 그 재판과정도 별 관심없이 보아서 그 사건의 진상을 잘 알지 못합니다. 분명한 것은 그가 잘못을 했으니까 처벌을 받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평소에 친분이 있던 사람들이 조문을 가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게 더 지탄을 받을 일 같은데 거기 조문 간 사람들과 조화를 보낸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는 말이 아마 이런 데서 생겨난 것 같은데 남녀의 편을 가르는 사람들의 생각이 이 정도까지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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