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5G 상용화

2020. 7. 13. 08:52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세계 최초, 최대, 최고, 1위 등을 좋아하는 나라 사람들도 없을 것 같습니다.

혹 있다면 중국이나 일본 정도일 것입니다. 물론 세계 최초나 1위가 나쁜 것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다만 그게 실속이 있는 거야지 아무거나 다 세계 최초를 부르짖고는 뒷감당을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게 하필 정부가 주도하는 일이라면 더 웃기는 일이 되고 말 것입니다.

 

<국내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사용자가 지난 5월 기준 680만명을 넘어섰다. 현재와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말 5G 가입자 1000만 명 시대가 열릴 것이 유력하다. 이변이 없는 한 세계 최초 5G 가입자 1000만 명 돌파라는 타이틀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된다. 화려한 성과 이면에는 서비스 이용자들의 불만이 가득하다.

 

매달 10만원에 가까운 통신요금을 지불하면서도 하루 중 5G를 사용하는 시간은 3시간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연결이 끊어지기 일쑤다. ·사무실·지하철 등 실내공간에서 5G를 사용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총체적난국에 빠진 5G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 초고속 인터넷 상용화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다.” 지난해 48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진행된 세계 최초 5G 상용화, 대한민국이 시작합니다기념식에서 5G 상용화를 쾌거라고 표현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표준이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하며 5G 상용화를 자축했다.

 

1년 뒤 이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지방은 물론 서울 한복판에서도 5G는 온전히 이용할 수 없다. 대형 건물과 지하에만 들어가면 5G는 홀연히 사라진다. 이동통신사는 가입자 모집에 열을 올렸고 이들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5G 서비스를 신청한 수백만 명의 가입자는 불안정한 5G 서비스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정부는 시민의 불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45G 도입 1년 성과를 공개하면서 스스로 세계 최고라고 평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입자와 기지국이 크게 늘었다. 올해도 5G 산업육성에 65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G는 최대 속도가 20Gbps(기가비피에스·초당 보낼 수 있는 정보량(비트)을 나타내는 단위)에 달하는 이동통신 기술로, 현재 다수가 이용하는 4세대 기술인 LTE(Long Term Evolution)에 비해 속도가 20배가량 빠르고 처리 용량은 100배 많다. 이 같은 5G 세계 최초 상용화 프로젝트는 정부가 주도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2017년부터 5G 상용화시기를 2019328일로 결정하고 모든 일정을 진행했다. 201865G 주파수 배분 당시에는 5G 상용화에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자며 이통3사를 다그쳤다.

 

통신업계는 단말기 안정화 테스트가 진행되지 않았고 기지국 수도 턱없이 부족해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이동통신 전문가인 장석권 한양대 교수도 정부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매달리다가 5G 시작부터 부실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과기정통부를 이끌던 유영민 전 장관은 “5G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해야 한국이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며 전문가와 이통사의 목소리를 묵살했다.

 

5G 전국망 구축이 힘들다는 의견에도 정부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였고 결국 사달이 났다. 완벽하지 않은 필드테스트’(실제 사용 환경에서 통신서비스 품질을 측정하는 시험)는 사용자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5G 네트워크는 극도로 불안정함을 노출했고 사용자는 4G에 기반을 둔 LTE보다 비싸진 요금제에 혀를 내둘렀다. 5G 환경에서 즐길만한 콘텐츠도 없었다. 정부는 20183분기 추경예산 198억 원을 투입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실감콘텐츠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2년 가까이 어떤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정부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의 당위성으로 언급한 5G 기술 수출도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재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해외통신사와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5G 기술수출 관련 실적에 대해 한 이통사 관계자는 “5G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이란 인식 때문에 상당수 국가에서 자체 개발하는 경우가 많고 수출이 쉽지 않다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의미 있는 정도의 액수는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유일하게 수출 규모가 공개된 것은 LG유플러스의 5G 콘텐츠 수출액으로 1000만 달러(119억 원)에 불과하다.

 

정부의 전시행정에 680만명(과기정통부 추산. 20205월 기준)5G 가입자도 피해를 입었다. 5G 망이 완전하지 않은 탓에 상당수 가입자는 아예 5G 연결을 차단하는 ‘LTE 우선 모드를 사용한다. 그러면서 월 8만원의 통신요금과 120만원의 5G 단말기 대금을 납부한다.

 

630일 영국 무선통신서비스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대한민국 5G 사용자경험이란 보고서를 통해 한국 5G 사용자의 5G 가용성은 15%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5G 가용성은 서비스 사용자가 해당 네트워크에 접속한 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실제 5G 망을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알아보는 지표다. 5G 가입자가 하루 24시간 중 5G 네트워크를 이용한 시간은 3시간36분에 불과하다는 것.

 

20195월부터 5G 서비스를 이용 중인 유모씨(36)강남 집에서 송파 회사까지 이동할 때도 5G 네트워크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아예 LTE 우선 모드를 사용하고 있다매월 통신요금 9만원을 납부한다. 5G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전보다 2만원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는 2017년 출범 당시 가계통신비 인하를 국정과제로 삼았다. 같은해 11월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 협의회를 출범시키고 2018보편요금제도입을 추진하는 등 통신비용 잡기에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5G 도입으로 모두 허사가 됐다.

 

완벽하게 망을 구축하지도 않은 5G의 상용화를 정부가 부추기면서 시민들이 납부하는 통신요금은 되레 올랐다. 국내 이동통신 요금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 SK텔레콤의 경우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고 KTLG유플러스는 요금제를 과기정통부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정부의 용인 없이는 비싼 요금제가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5G 서비스에 대한 시민의 불만이 거세지자 정부는 자신들의 무리한 5G 상용화 추진에 대해 사과는 하지 않고 통신 불안의 원인을 이통사로 떠넘겼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611통신분쟁조정 상담센터를 열고 통신사와 이용자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이통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5G 상용화 일정이 무리해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정부는 이 같은 의견을 무시하고 201945G 상용화를 강행했다정부가 세계 최초라는 명예를 얻은 반면 이통사는 이용자에게 욕을 먹는 신세가 됐다는 점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머니 S, 박흥순 기자.

 

제가 폰을 바꾼 지가 4년이 되어가서 이제 자주 충전을 해야하는 일이 생겨 폰을 바꾸려 했더니 최신 폰은 대부분 5G여서 요금이 비싸다고 합니다. 저는 솔직히 2G부터 지금까지 그 -G가 무얼 뜻하는지도 모르고 있고, 속도가 빠르고 늦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인데 요금이 비싸진다면 굳이 5G폰을 써야할 이유도 없습니다.

 

대통령이 나와서 기념식까지 한 행사의 일들이 이렇게 되면 정말 면이 안 설 것 같은데 이젠 좀 정신 차리고 앞뒤를 분명하게 살핀 뒤에 행사를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