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15. 18:24ㆍ시우의 여행기
20. 02. 21. 금. 맑음.
트리에스터, 베니스공항에서 출발
다섯 시 반 알람이라고 했는데, 나는 네 시에 눈을 떠서 시간을 확인하고는 네 시 반에 일어났다.
샤워하고는 기도를 했다. 시간이 꽤 여유가 있는 것 같았어도 오늘이 돌아가는 날이라 그런지 시간에 쫒기는 느낌이었다. 짐을 다 정리해 놓고 여섯 시 15분에 내려가서 호텔 밖에 나가 바람 쐬고 들어와 20분에 아침식사를 했다. 오늘도 가볍게 먹기로 생각해서 빵 두 개와 요구르트 커피 등으로 조금 먹었다. 맛이 있다고 당기는 대로 먹었다면 체중이 크게 늘어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방에 와서 시간 조금 보낸 뒤에 짐 챙겨서 내려갔다. 오늘은 일곱 시 반에 출발해서 이탈리아 트리에스터에 갔다가 공항으로 간다고 했다.
트리에스터는 유럽 커피의 본고장이라고 했다. 오스만투르크와의 전쟁을 합스부르크가가 이긴 뒤에 그들이 두고 간 커피 두 자루를 마시기 시작한 것이 유럽 커피의 시작인데 그게 바로 트리에스터였다고 한다. 지금도 유럽에서 유명한 커피회사의 본사가 거기 있다고 했다. 여덟 시 40분에 도착했는데 우리 팀은 한데 모여, 지금까지 쓰고 남은 경비라고 하면서 55유로를 돌려줘서 받았다. 그간 가는 곳마다 풍족하게 쓴 것 같은데 비용이 이렇게 많이 남았을 줄은 몰랐다. 공돈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들 커피를 마시러 가거나 선물을 사러 간다고 하는데 나는 혼자서 항구로 나가 사진을 찍었다. 지중해의 한쪽인 아드리아해는 참 묘한 것이 바닷물이 항구 깊숙이 들어오고 간만의 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바다처럼 경사면이 거의 없는 것이 놀라웠다. 트리에스터도 그런 지형이었다.
항구 한 쪽엔 즐비한 요트들이 있고, 또 다른 곳은 평지에 배가 들어 올 수 있는 구조였다. 요트가 있는 곳에 가서 사진을 찍고 시간에 맞춰 모이는 곳으로 갔다. 아홉 시에 모이기로 했는데 조금 늦춰져서 15분에 출발했다.
우리가 첫날 왔던 길로 다시 돌아나가는데 열한 시 55분에 처음 섰던 휴게소 에서 쉬었다. 선물을 살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우리 스물여섯 명이 우루루 몰려나갔는데 나는 엘비스가 얘기한 '싱글쵸콜릿'을 20유로 어치를 샀다. 쵸콜릿 속에 커피가 들어 있어 입에 넣고 녹이면 커피가 나온다고 했는데 먹어본 것은 아니지만 우리 혜경이가 좋아할 것 같아 조금 많이 산 것이다.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점심을 먹는다고 공항 근처에 가서 옆길로 빠져 코리안레스토랑 '독도'로 갔다. 그렇게 외진 곳에 식당이 될까 걱정이 될 만한 곳인데 한국에서 그쪽으로 왔다가 가는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가는 곳 같았다. 우리 팀 말고도 다른 팀이 와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우리는 비빔밥을 먹었는데 그런대로 괜찮았다. 12시 10분쯤에 식당에 도착해서 점심 먹고 또 거기서 물건들을 산 뒤에 한 시 20분에 출발해서 베니스공항에 갔다. 공항에 도착한 것이 두 시 가까이 되었고 바로 들어가서 수속을 밟았다. 두 시 반이 넘어서 공항터미널에 들어갔는데 다들 또 선물을 산다고 돌아다니고 나와 춘식 선생만 그냥 앉아서 쉬었다.
대부분 와인이나 발사믹 식초, 올리브기름을 사는 것 같은데 그거 조금 사가서 먹는다고 뭐가 달라지랴 싶어서 나는 아무 것도 사지 않았다.
공항까지 오면서 엘비스가 유럽 여행하기 좋은 곳을 설명했는데 서유럽 4개국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9일 코스를 5월에 가면 좋고, 동유럽 3개국 '헝가리, 체코, 오스트리아' 9일을 5월이나 10월에 가면 좋다고 했다. 발칸은 우리가 간 곳인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2개국을 5월이나 10월에 가면 좋다고 했다. 북유럽은 5월 말 6월 초의 2주 사이에 러시아를 경유하는 코스로 9박 10일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던을 가면 좋을 거라고 했다. 그리스와 터키를,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같이 묶어서 가면 좋을 거라고 했다. 기회가 된다면 집사람과 둘이서 가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와인을 고르는 방법과 발사믹 식초, 올리브기름 등 이탈리아와 지중해 연안에서 구하기 좋은 것들에 대한 얘기도 했다. 이번 여행에서 정말 놀라운 것이 엘비스 주였다. 룸펜처럼 생긴 겉보기와는 달리 싹싹한 면도 많고 무엇보다도 여러 지역과 유럽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놀라웠다.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유럽 여행을 엘비스와 함께 통 째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정대로 세 시 15분에 보딩하고 45분에 출발했다. 나는 31C 좌석으로 먼저와 같았는데 a가 사모님, b가 강신해 선생이라 비좁아 유재량 선생이 나와 자기 자리를 바꾸어 앉더니 한 시간 쯤 뒤에 내 자리를 다시 30f로 옮겨주어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이륙하고 한 시간이 채 안 되어 기내식이 나와 나는 비빔밥으로 먹고서 조금 뒤에 시계를 서울 시간으로 맞춰 놓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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