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발칸 반도 여행(2020. 02. 14 ~ 02. 22)

2020. 11. 15. 18:23시우의 여행기

20. 02. 20. 목. 맑음.
자다르, 점심 먹고서 세자나 아드미랄 호텔

 

이젠 돌아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여섯 시 반에 일어난다고 했는데 나는 다섯 시에 일어났다. 신해 선생하고 같이 잤는데 어제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바로 잠들었고 눈을 떠보니 네 시 반 정도였는데 다섯 시에 일어나 씻고 기도했다. 일곱 시에 아침을 호텔 조식으로 가볍게 먹고 자다르를 향해서 출발했다. 호텔이 있는 곳 주변이 사진을 찍을만한 곳도 있지만 전혀 아닌 곳도 있는데 오늘은 별루여서 그냥 방에서 신청곡을 신청하는 글을 썼다. 어제 보니 우리 일행 중에서 아침에 엘비스 주에게 쪽지로 신청곡을 주면 그 사연과 노래를 들려주길래 나도 이번 여행을 기념하는 쪽지를 쓴 것이다.

"감사합니다. 채윤이와 할머님, 두 자매와 어머님, 승준이와 아버지, 전북대 동기이신 네 분 친구님, 그리고 부부 한 팀, 우리 식구 열세 명, 엘비스 조님께 감사드립니다.
날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눈을 뜨고, 셀레는 마음으로 아침을 먹고, 즐거운 기대감을 가지고 버스에 탑니다. 버스에선 느끼한 엘비스 조의 멘트와 노래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추억에 잠기게 했는데 이제 그 즐거움이 하루 밖에 안 남았다는 아쉬움에 많이 섭섭해집니다.
8박 9일, 이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옵니다. 저는 작년까지 34년의 직장 생활을 했고 1년의 정년을 남겨 놓았습니다. 인생을 90으로 생각할 때 30년은 부모님의 보살핌으로 잘 살았다면, 저의 3막 중 2막 34년은 저와 함께한 동반자의 배려로 살았습니다.
34년을 한 직장에서 같이 보낸 동반자가 일주일 뒤에 저보다 먼저 직장을 떠나는데 제겐 남은 1년이 지나간 34년보다 더 길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우리 동반자와 헤어짐을 생각하면 정말 아득하지만 헤어짐이 끝이 아니기에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누가 내게 '너의 인생 2막은 어떠했느냐?' 묻는다면 '좋은 동반자가 있어 행복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것입니다.
우리 동반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 이선희의 '인연', '그 중의 그대를 만나'를 신청하고 싶지만 엘비스 조에게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노래 신청은 거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들 좋은 여행 마무리하시기 빕니다. 마루 올림”

 

이렇게 써서 엘비스 주에게 가져다주었는데 주고 나서 생각하니 '주'를 '조'로 잘못 쓴 것 같아 가서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주덕근‘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는데 엘비스 주 보다는 조가 더 빨리 생각났던 것 같다.
08시 30분에 버스를 타고 자다르로 출발했는데 바로 엘비스가 이 신청 글을 읽어 준 뒤에 이선희의 '인연'과 '그 중에 그대를 만나'를 유튜브로 찾아 들려줘서 너무 감동이었다. 늘 듣는 노래였지만 이국 땅 버스 안에서 들으니 더욱 좋았다. 울컥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아홉 시 55분에 휴게소에 들러서 20분 정도 쉬고는 10시 15분에 출발했고, 10시 30분에 자다르에 도착했다. 아드리아해의 바닷가에 있는 자다르는 과거 9세기경에 마을이 형성되어 이탈리아의 영토가 된 적도 있고 베네치아의 지배를 받은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 유고슬라비아연방을 거쳐 지금은 크로아티아의 영토라고 했다. 유고 내전 때에 도시가 많이 파괴되어 예전 도시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지금도 계속 재건 중에 있다고 한다.
바닷가에 있는 바다파이프오르간이 유명하고 LED감광판을 이용한 태양의 인사가 유명하다고 한다. 이것들은 해가 질 무렵에 아주 좋다고 하는데 우리는 점심때에 도착해서 그냥 설명만 듣고 움직였다. 성 도나트 대성당과 성 아나스타나 성당, 나로드니 광장 등이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하는데 우리도 그냥 스쳐 지나면서 봤다.

 

11시 50분에 모여서 버스를 타고 점심 먹으러 이동했다. 큰 식당이 없다고 작은 호텔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닭고기스테이크를 먹었다. 먼저 나온 스프가 맛있다고 했는데 괜찮았다. 닭고기가 조금 작았지만 빵도 먹어서 그런대로 괜찮았다. 곁에 있는 전소영 선생이 고기를 조금 덜어줘서 더 먹었다. 13시 10분에 출발해서 15시에 휴게소에 들렀다. 20분 정도 쉬다가 다시 출발했는데 나는 휴게소에서 마시는 커피가 별로 맛이 없었지만 다들 맛있다고 잘들 마셨다.

 

다시 출발해서 16시 50분에 휴게소에 또 들렀다. 지난 며칠 동안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여행을 했기 때문에 다시 돌아오는 길이 멀었던 것 같다. 오늘은 자다르 한 곳만 보고는 계속 차를 타고 이동하여 크로아티아를 벗어나 슬로베니아에 가서 잠을 잔다고 들었다.


여기 고속도로 휴게소는 양 방향에 있는 것이 아니고 양 방향의 차들이 한 곳으로 집결할 수 있도록 한 곳에만 설치한 것이 특이했다. 우리가 먼저 갈 때에 들렀던 곳을 다시 오면서 들르게 되는 거였다. 우리나라처럼 통행하는 차가 많다면 생각도 못할 일이지만 차가 많이 안 다니니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렇게 하면 환경 파괴가 덜 된다는 장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7시 20분에 출발해서 17시 40분에 크로아티아를 벗어나 슬로베니아로 들어갔다. 18시 40분에 세자르에 있는 아드리말호텔에 도착해서 방을 배정 받았는데 208호였다. 오늘은 신해 선생이 짐을 정리하기 위해 사모님과 같은 방에서 잔다고 해서 나 혼자서 방을 쓰게 되었다.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에 용범, 치훈, 재량, 기성, 용주, 소영, 희정, 화진 선생은 시내로 들어가서 저녁 먹고 한 잔하고 온다고 택시를 호출했다고 나갔다. 일곱 시 20분에 신해 선생 부부와 나, 춘식 선생, 신소영 선생은 호텔에 남아서 저녁 식사를 했는데 연어파스타와 무슨 생선구이와 감자 으깬 것이 나와서 맛있게 그리고 배불리 먹었다. 아주 좋았다.
그런 뒤에 여덟 시 반에 춘식 선생 방으로 모여 오늘도 와인 세 병을 마시고 열 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방에 들어와서 짐을 정리하고 열한 시 반쯤에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