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노인 때문이 아닙니다

2020. 11. 22. 09:01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지하철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것 같습니다.

수송원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요금 때문에 이제 인상이 꼭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65세 노인 무임승차’가 또 도마 위에 오르고 있나 봅니다.

 

제가 65세가 되어 지하철을 무료로 타게 될 것인지는 아직 알 수가 없지만

저는 하루에 버스를 크게 두 번 타고 환승까지 하면 보통 여덟 번인데 지하철을 타는 날은 많지 않습니다. 지하철을 타는 것이 버스보다 많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다들 지하철을 타면 약속시간에 맞춰 갈 수가 있지만 버스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예정시간을 예측할 수가 없다고 얘기하는데 솔직히 그건 옛날 얘기입니다. 대부분 버스 노선이 버스지정차로로 되어 있어서 예정시간보다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제가 무임승차를 하게 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현재 65세 무임승차가 70세로 올라간다고 해도 크게 반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조금 억울한 측면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1984년 5월 22일은 서울지하철 2호선의 모든 구간이 연결돼 완전개통한 날입니다. 이날 개통 행사에 전두환 당시 대통령 내외가 참석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전 대통령은 "노인복지 향상과 경로사상을 높이기 위해 65세 이상 노인들에겐 지하철운임을 면제토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곧바로 다음날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겐 지하철 요금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시절 분위기로는 대통령 지시가 거의 법이었으니 전광석화 같은 일 처리가 이해됩니다. 이전까지는 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 따라 65세 이상 노인에게 경로 우대증을 발급해 시내버스는 무료, 지하철은 요금 절반을 깎아줬습니다.

 

사실 이때만 해도 노인에게 지하철을 무료로 타게 해주는 게 큰 부담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노인 인구가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80년대 노인 비율은 인구의 4%가 채 안 됐습니다. 게다가 서울 지하철만의 일이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갈수록 인구 고령화가 심화되고 부산(1985년)과 대구(1997년), 인천(1999년), 광주(2004년), 대전(2006년) 지하철이 속속 개통하면서 무임승차는 전국적인 현안이 됐습니다. 올해 노인 비율은 전체 인구의 16%가량으로 80년대에 비하면 4배 수준입니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수도권 전철도 예외는 아니어서 91년 노인에게 요금의 50%를 깎아주기 시작했고, 97년 8월부터는 아예 무료 탑승으로 바뀌었는데요. 여기에 국가 유공상이자(89년), 장애인(93년), 독립유공자(95년), 5.18민주화운동 부상자(2002년)도 차례로 지하철 요금이 면제됐습니다.

 

서울, 부산 등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에 따르면 84년부터 시작된 무임승차로 인해 누적된 손실만 약 15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최근 4년간(2016~2019년)만 따져도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금액은 평균 5814억원이나 됐는데요.

 

물론 수송원가의 13~65%에 그치고 있는 지하철 요금을 현실화하면 어느 정도 손실을 메울 수 있겠지만, 서민 부담 가중이라는 부작용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습니다. 서울만 해도 5년가량 요금이 동결되어 있습니다.>중앙일보, 강갑생 기자.

 

지금 위에 나온 얘기가 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65세가 되신 분들이 무임으로 승차를 하거나, 하지 않거나 지하철공사가 얻는 소득은 없습니다. 물론 타신 분들이 요금을 낸다면 수익이 증가하겠지만 그 분들이 타지 않거나, 무임승차를 하거나 손해는 똑 같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지하철공사가 무임승차를 하신 분들 때문에 적자가 크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얘기입니다.

 

어떤 식당에 열 사람이 들어와서 식사를 하고 있을 때에 다른 여섯 명이 들어왔다가 식사를 하지 않고 그냥 나갔을 때에 그 식당에서는 기분이 나쁘기는 하겠지만 크게 손해를 본 것은 없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공간인데다가 그 여섯 명이 음식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따로 음식을 준비하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문을 열고 들어왔고 문을 닫고 나가고 식탁에 앉았다가 일어나고 해서 부대비용이 어느 정도 발생했다고 얘기는 할 수 있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준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노인들 무임승차 때문에 적자가 크다는 것은 순전히 책임전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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