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만 '치킨게임'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2021. 12. 6. 06:41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예전엔 한적한 시골 면사무소 부근에 꼭 있었던 것이 다방하고 술집이었습니다. 아무리 작은 ‘면’이라 할지라도 면사무소가 있는 곳은 지서가 있고 농협이 있기 때문에 면사무소 부근엔 꼭 다방이 두세 개, 술집 두 세 곳은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면사무소는 몰라도 지서는 통폐합이 되고 농협도 바뀌어서 예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다방은 주민들이 일을 보러 나왔다가 들르거나 거기에서 여러 일들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골의 그런 다방도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면사무소 부근의 다방은 사라지는 대신에 경치 좋은 곳에 커피숍이 여기 저기 생겨나는 것이 요즘의 풍속도라고 합니다.

 

다방과 커피숍이 같은 곳이 아니라고 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그게 그거일 겁니다. 광복 이후 매년 늘어나던 다방 수는 1992년 4만 5,000여 개를 고비로 계속 줄어들기 시작하여 1997년 외환위기 전에는 3만 3,000여 개가 남았다가, IMF 사태로 9,000개 수준까지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IMF 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된 후에 다방이 다소 늘었지만, 과거의 형태로 돌아가지는 않았고, 전혀 새로운 유형의 커피 전문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다방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카페나 국내외 브랜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7년 6월 IBK투자증권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커피 전문점의 수효는 2014년 5만 4416개에서 2017년 9만 2201개로 70%나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이제는 커피 전문점이 다방을 다 몰아내고 사교공간뿐만 아니라 문화공간으로서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 커피 전문점도 다시 분화가 시작되었고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다보니 또 다른 그늘을 만들고 있나 봅니다

 

<올해 전국에서 새로 문을 연 커피전문점이 사상 처음으로 1만60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하루 평균 44개의 카페가 쏟아진 셈이다. 10개 중 3개는 33㎡ 이하 규모의 소형 저가 커피 매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배달문화 확산 붐을 타고 저가 커피전문점이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과당 경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전국에 문을 연 커피전문점은 1만4813개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해 신규 창업 커피점 1만4060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현 추세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만4628개)보다 개업 카페가 1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테이크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소형 저가 커피 매장의 증가 속도가 가팔랐다. 올해 창업한 카페 중 매장 면적이 33㎡ 이하인 포장·배달 전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29.1%에 달했다. 2년 전(19.2%)보다 9.9%포인트 증가했다.

 

1인당 연간 카페에서 쓰는 돈(99.9달러·약 11만8000원)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아 ‘커피공화국’이라는 별명이 붙은 한국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단기 급증이 국내 프랜차이즈업계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같은 상권에 여러 저가 커피 매장이 들어서면서 과잉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이상 기후와 물류대란 등으로 국제 원두 가격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하며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3년간(2018~2020년) 창업한 커피전문점 중 폐업한 점포의 비중은 26.5%에 달한다. 카페 네 곳 중 한 곳은 개업 3년 안에 망했다는 얘기다. 중소형 프랜차이즈들은 이미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200개 미만의 가맹점을 운영 중인 비브라더스, 비케이컴퍼니 등은 지난해 적자로 전환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가 커피 매장이 크게 늘어나면서 상권마다 카페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후발 주자로 카페 창업에 나설 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테이크아웃 붐에 저가 커피점 사상 최대

 

5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에서 영업 중인 커피전문점은 7만6000개를 넘어섰다. 국내 주요 편의점 5개사의 점포(4만7884개·지난해 말 기준)를 한참 뛰어넘는 규모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순증한 카페만 7290개에 달한다. 1만4813개의 카페가 새로 문을 열었고 기존 카페 가운데 7523개가 문을 닫았다. 카페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들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크게 늘어난 테이크아웃 수요를 겨냥해 우후죽순처럼 새 점포가 생겨나는 실정이다. 저가 커피 브랜드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평균 1500원 안팎으로 스타벅스 등 기존 대형 커피 브랜드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대학가와 오피스 상권 등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예비 창업자 입장에서도 저가 커피 매장은 상대적으로 초기 투자 비용이 덜 들어 위험 부담이 작다. 테이크아웃 판매에 중점을 두는 저가 커피전문점은 33㎡ 규모 소형 매장에서도 영업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 1억원 안팎이면 창업이 가능하다. 주요 상권에 대형 매장을 내야 하는 투썸플레이스 엔제리너스 등에 비해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초기 투자 비용은 물론 임차료 부담도 훨씬 적다. 키오스크를 비치해 주문을 받으면 인건비 부담을 덜 수도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 비교하면 저가 커피 전문점의 창업 비용은 평균 5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저가 커피 붐을 타고 프랜차이즈업체들은 공격적으로 가맹점을 늘리고 있다. 메가커피는 가맹사업을 시작한 지 5년8개월 만인 지난 9월 1500호점을 넘어섰다. 매장 수에서 이디야커피와 스타벅스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올해 새로 문을 연 가맹점만 380개에 달한다. 더벤티는 지난달 초 800호점을 돌파했다. 이 브랜드의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장 증가율은 45%에 달한다.

 

○“제2의 대왕카스테라 될라”

올 들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가 급증하면서 과당경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커피가 돈이 된다”는 소문에 자영업자들이 너나없이 카페 창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단기 급증에 따른 경쟁 심화, 원자재가격 상승 등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아지고 있어서다. 특색 없이 가격만 저렴한 저가 커피 시장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때 대유행한 뒤 지금은 자취를 감춘 ‘대왕카스테라’의 전례를 밟을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공격적인 점포 확대로 저가 커피 매장의 수익성은 점차 악화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브랜드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장사가 잘되는 기존 매장 옆에 다른 브랜드가 점포를 붙여서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인근 직장인의 커피 포장 수요가 늘어난 서울 미근동 서소문아파트 1층 상가에는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브랜드만 다른 저가 커피 매장이 줄지어 영업하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같은 상권에 같은 브랜드 점포의 출점은 제한되지만 콘셉트가 비슷한 다른 브랜드가 매장을 낼 땐 별다른 제약이 없다”며 “창업 초기에는 장사가 잘되다가 다른 브랜드 점포가 인근에서 영업을 시작한 뒤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일이 부지기수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가 커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적자로 돌아서는 가맹본부가 속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공시를 분석한 결과, 전국에 199개 가맹점을 둔 저가 커피 브랜드 감성커피의 본사인 비브라더스는 2019년 흑자에서 지난해 75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아마스빈(가맹점 166개)의 가맹본사 비케이컴퍼니도 지난해 1억8900만원 적자로 전환했다.>한국경제, 박종관 기자

 

하루에 44개씩 늘어나고 있다니 망하지 않으면 이상할 것 같습니다.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닌데 점포만 늘어나니 서로 잡아먹기가 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한 때는 치킨집이 그렇게 날마다 늘어나서 큰 문제가 되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커피전문점인 것 같습니다. 작은 점포로 시작할 수 있고 시설비가 그리 많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니 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기저기 생겨나면 소비자를 나눌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적 문제입니다.

 

결국 버틸 수 있는 곳만 최후에 살아남을 것이니 이거야말로 치킨게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어느 곳에서 장사가 잘 된다고 해도 같은 장사를 하러 끼어들지 않는다고 하던데 우리는 조금만 잘 되는 장사가 있으면 바로 옆에 똑 같은 업종이 비집고 들어와서 같이 망한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지만 그게 같이 망하는 것은 아닐지 깊이 생각해보고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