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24. 07:26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리를 간다”는 중국 속담은 수양산의 규모가 매우 거대해서 그 그늘이 강동 팔십 리를 덮는다는 뜻으로, 어떤 한 사람이 크게 되면 친척이나 친구들까지도 그 덕을 입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입니다.
이 말이 그리 나쁘게 쓰인 것은 아닙니다. 어느 집안에 훌륭한 사람이 나오거나 어느 지역에서 대단한 사람이 나오면 다들 그 덕을 볼 수 있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래서 혈연, 지연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수양산 그늘이 아니라 교수의 그늘이 자녀를 덮는 꼴사나운 짓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황당합니다. 부모가 교수면 그 자녀들이 대학입시나 편입학에 큰 혜택을 받고 있다니 이게 지금 세상에서 어떻게 가능한지 황당할 뿐입니다.
<장관 후보자의 자녀 논문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이 학부생 때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 2편이 문제다. 후보자 본인이 아니라 자녀의 논문이 인사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은 2019년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에 이어 두 번째다.
이 두 건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고등학생 또는 학부생 자녀가 논문에 이름을 올린 석연치 않은 정황, 논문을 통해 스펙을 쌓아 의대에 편입(또는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과정, 입시제도가 변하는 시점에 동원된 사회자본 등이 비슷하다.
석·박사급과 논문 쓰고
정호영 후보자의 아들 정 아무개 씨는 경북대 IT전자공학부 학부생일 때 논문 2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논문은 2016년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됐다. 두 논문에 공동저자로 등재된 이들은 정씨를 제외하면 모두 석·박사급 연구원이었다. 학부생은 정씨가 유일했다.
연구에 참여한 15명 가운데 논문 저자로 등록된 사람은 6명에 그쳤다. 정씨는 이 논문 등재 이력을 경북대 의과대학에 편입할 때 서류에 기재했다. “제가 의학 연구에 뜻이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교수님의 추천으로 (연구에) 참여했다”고 자기기술서에 썼다.
정씨는 2018년 경북대 의대에 신설된 ‘학사편입 특별전형’에 지원해 합격했다. 경북대 IT전자공학부를 졸업하고 2017년 경북대 의대 학사편입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뒤 재차 도전해 성공했다. 당시 정호영 후보자는 경북대병원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정 후보자는 “아들이 논문 작성을 위해 자료를 검색하고 외국 자료 번역과 편집을 담당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3, 제4의 공저자로 등재됐다”고 해명했다.
조국 전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된 2019년 9월을 떠올리게 하는 해명이다. 당시 조 전 장관의 딸은 고등학생으로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자료 번역 등을 한 공로로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인턴 경험과 논문 등재 이력은 고교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됐고 고려대 입시에 ‘스펙’으로 쓰였다.
고려대는 2010년 세계선도인재전형을 시행하면서 토플 등 공인외국어성적, 외부 수상 경력 등을 평가 요소로 삼았다. 2007년 시범운영된 입학사정관제가 자리잡기 시작하던 때였다. 조 후보자의 아내 정경심씨는 자신이 교수로 일하는 동양대에서 자녀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총장 명의 표창장을 받은 것처럼 꾸민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고 2022년 1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최종 확정됐다.
함께 논문 쓴 교수들이 면접하고
부모를 통한 ‘스펙 쌓기’는 논문 공저자 등재만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졌다. 정호영 후보자의 두 자녀도 2015~2016년 아버지 일터인 경북대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의대 편입에 활용할 봉사활동 점수 쌓기였다. 당시 정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진료처장을 맡고 있었다. 2014년 2월 교육부가 의학전문대학원 축소에 맞춰 의·치과대학 학사편입학 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한 이후였다.
달라진 의대 입시제도에 맞춰 두 자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의전원 체제에서 기존 의대 체제로 복귀하는 대학들은 2015년 또는 2017년부터 4년간 한시적으로 학사편입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봉사활동 점수는 이후 경북대 의대 학사편입 서류평가에 반영됐다. 정 후보자는 딸이 합격한 2016년 12월에는 경북대병원 부원장, 아들이 2018학년도 학사편입 전형에 합격한 2017년엔 병원장이었다.
“의대에서는 부모님이 의대 교수인 학생을 두고 ‘로열’이라고 부른다. 로열은 향후 전공과를 선택할 때 성적이 좋지 않아도 원하는 학과에 붙는다는 분위기가 있다.” 지역 사립대 의대에 편입한 ㄱ씨의 말이다. 그는 “의대 편입 평가 기준이 정량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 보니 지원자 입장에서는 정확히 어떤 요소를 평가하는지 알기 힘들다. (정 후보자 자녀 이슈에) 분노하는 이유다. 나는 봉사활동 200시간도 없었던 터라 정성평가 점수가 큰 의대 편입은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 점 부끄럼 없다”
실제 경북대 의대 학사편입 과정에도 심사위원의 재량이 큰 정성평가 점수가 결정적이었다. 학사 성적, 공인영어 점수 등 1단계에서는 정량평가가 중심이라면, 2단계에서는 면접고사 100점, 구술평가 200점 등 정성평가가 주를 이뤘다. 정호영 후보자와 논문을 함께 썼던 교수 4명이 정 후보자의 딸과 아들이 입학한 2017년과 2018년 학사편입 전형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아들이 합격한 2018학년도 지역인재 특별전형 서류전형에서 정 후보자의 공저자는 정 후보자 아들에게 29점(30점 만점)을 줬다. 당시 서류전형 심사위원 6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였다. 구술전형에서는 다른 공저자가 아들에게 20점 만점에 19점을 줬다. 그가 구술전형에서 준 최고점이었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대구·경북 지역 소재 고교 또는 대학 출신자에게만 지원자격이 주어지는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학사편입 모집인원 총 33명 가운데 17명이 특별전형에 배당됐다.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경북대는 의대 학사편입 전형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었다.
이처럼 ‘아빠 찬스’ 논란이 점점 커짐에도 정 후보자는 4월21일 기자들과 만나 “도덕적 잣대에 한 점 부끄럼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정 후보자가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4월17일 “부정한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며 인사청문회까지 판단을 미루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완료 법정 시한은 5월3일이다.>한겨레신문. 이정규 기자
고등학교 교사가 학교 시험지를 빼돌려서 자녀가 1등을 했다는 얘기도 우리를 분노하게 했는데 교사는 감옥에 가도 대학교수들은 더 놀라운 수법으로 자녀들을 대학에 보내고도 떳떳하다고 항변을 하니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가늠이 안 됩니다.
‘한 점 부끄럼 없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살아오면서 하루도 부끄럽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제가 너무 못나서 그런가 봅니다. 요즘 세상에 한 점 부끄럼 없다는 사람들을 자주 보면서 대체 사람의 부끄럼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자신이 알고, 자녀가 알고, 하늘이 아는 일을 손바닥으로 덮으면서 아니라고 하면, 그 자녀들도 나중에 똑 같은 거짓말장이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또 그들이 이 사회의 상류계급이 되서 온갖 거짓말로 세상을 혼탁하게 만들 것임은 안 봐도 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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