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자신을 돌아 볼 시간

2022. 5. 6. 07:09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민주주의의 생명은 삼권분립에 있습니다. 그중 사법부는 원래 선출된 권력이 아니니, ‘삼권분립’이란 선출권력과 비선출 권력 사이의 견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요즘 더민당 사람들이 빈번히 사용하는 소리가 ‘선출된 권력’인데 이 표현은 ‘쿠데타’나 ‘통치행위’라는 말과 하나로 묶여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헌법 위에 올려놓고 청와대를 대한민국의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치외법권 지역으로 선포하는 데에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들이 언행은 ‘누구도 법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법치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표현인 소리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대통령도 법의 구속을 받습니다. 그 잘난 ‘통치행위’도 헌법과 법률 안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더민당 사람들에게는 이 상식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대통령에게 ‘통치행위’라는 이름의 초법적 행동을 할 권한이 있다고 믿고, 거기에 따르지 않는 이들은 ‘선출된 권력’에 저항하는 ‘쿠데타’ 세력으로 간주하려고 합니다.

 

김두관은 법원의 판결이 “대통령의 권력을 정지시킨 사법 쿠데타”라며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검찰과 법관에 의해 난도질당하는 일을 반드시 막겠다.”고 했고, 임종석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선출된 권력을 짓밟는 일을 반드시 막겠다.”도 거들었습니다.

 

이젠 사법부의 판사도 선거로 뽑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더민당과 그 추종세력들에게는 ‘오직 선출된 권력만이 정당하며 선출되지 않은 기관은 기득권층’인가 봅니다. 이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자기들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권력이니, 검찰이든 감사원이든 사법부든 선출되지 않은 자들은 자기들이 하는 신성한 개혁질에 손도 대지 말라’는 엄포였습니다.

 

이런 황당한 무리들에게 주는 따뜻한 충고가 있지만 이게 먹히겠습니까?

 

​<지난 1세기 동안에 우리는 세계의 관심을 유도할 만큼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 업적은 정치계보다는 국민의 성장과 노력의 결과였다. 3·1운동부터 사반세기 동안은 교육의 열정과 민족의식의 성장이 광복과 더불어 독립국가의 건립을 성사시켰다. 6·25 전란 이후에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국민 의지가 4·19를 계기로 독재정권을 종식시켰다.

 

그 뒤를 이어 태어난 박정희부터 전두환 정권까지의 군사통치도 국민의 민주화 염원과 투쟁으로 종결지었다. 모든 신생사회와 후진국가가 겪는 독재정치와 군사정권을 극복하고 나라다운 나라, 세계가 인정하는 법치국가의 기반을 구축했다. YS 때부터는 자타가 인정하는 자유 민주국가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념정권의 세력이 등장했다. 운동권 정치이념으로 불리는 친북좌파 세력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시민 조직인 참여연대가 형성되고 노동운동이 정치참여를 감행하게 되었다. 전교조도 그 일익을 담당하는 변화가 생겼다. 자유민주주의가 주도해 왔던 정치 방향이 흔들리기 시작했는가 하면, MB와 박근혜 정부는 좌우의 대립을 극복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의 실책을 계기로 촛불시위를 등에 업고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문 정부는 자유민주주의 노선을 실질적으로 이탈하기 시작했다. 남북관계를 평화로 정착시키겠다며, 우리 민족 주도의 자주통일을 위한 친북노선을 택했다. 불가능한 미래를 5년 임기 내에 성취시키려는 지나친 의욕을 정치과제로 삼았다. 친북 이념정권의 길을 모색하는 동안에 한미동맹과 일본과의 협력보다는 친중국적 노선과 반일정책을 수용하는 방향을 시도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현실을 혼란과 실책으로 몰아넣었다. 이념을 앞세운 정권은 국민보다는 정권 육성과 유지를 우선하게 된다. 국민을, 정권을 위한 정치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범악을 저지르게 된다. 그것이 이념국가의 불가피한 운명이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게 된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전체주의 국가의 경제정책이 경제 실패의 원인을 만들었다. 21세기 경제는 세계 무대에서 해결지어야 한다. 국내 울타리 안에서는 스스로의 한계와 폐쇄성을 극복하지 못한다.

 

권력에 의한 사회 평등화는 민주국가를 권력국가로 되돌리는 어리석은 정책이다. 이념과 상반되는 정치세력을 적폐청산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배제하는 과오를 자초했다. 우리 민족이 현재와 같은 극렬한 분열을 초래한 과거는 없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부터 퇴임 때까지 국민통합을 호소했으나 싸움을 부추기면서 융합하라는 모순을 저질렀다. 그것이 이념국가와 정권의 자화상이다.

 

지금은 좌우의 대립투쟁의 시대가 아니다.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는 과정을 넘어 열린사회로 번영하는가, 폐쇄사회로 파국을 자초하는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북한과 대한민국의 차이가 바로 그 현상을 입증해 준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는 고정된 선입관념이나 절대주의 정치이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유의 방법도 아니며 민주주의의 방향과 목적도 아니다. 더 많은 국민이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향과 방법을 계속 함께 찾아가는 길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리적인 문제보다도 더 시급한 과제가 있다. 국민은 지난 5년 동안에 너무 많은 것을 빼앗기고 상실했다. 정직과 진실이 자취를 감췄고, 정의의 가치는 찾아볼 곳이 없어졌다. 청와대는 실정을 은폐하기 위해 감사원이 지적한 사실을 왜곡했고 필요하면 통계 방향과 내용을 조작하는 일도 삼가지 않았다. 대통령의 위상과 권위를 높이기 위해 전시행정까지 연출했다.

 

국민들은 정부의 발표보다 동맹국의 발언에 신뢰를 두었을 정도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은 물론 북한의 조소까지 감당해야 했다. 정권 말기에는 언론 통제를 위한 법안 상정까지 시도했고, 지금은 ‘검수완박’이라는 입법을 통과시켰다. 국민을 위한 법은 존속되지만 정권이나 권력층을 위한 법은 폐지되거나 개선되어야 한다.

 

국민이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대통령이나 청와대, 민주당 강경세력에 대한 원한이나 증오심 때문이 아니다. 과거와 같은 정치적 보복을 되풀이하는 망국적 정치 행위를 바라지도 않는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 잘못을 사과하고 정직과 자유 그리고 인간애가 살아있는 자유 민주국가를 위해 마음을 같이하는 새 출발을 위해서다.

 

잘못을 모르거나 은폐하는 지도자는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 나와 우리는 무엇이나 할 수 있다는 독선적 정권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국민이 문 정권을 떠난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이 국민을 위배한 것이다.>동아일보.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이제 문재인 대통령의 시간은 오늘과 내일 모레 삼일 남았습니다.

오늘이 금요일이고 이틀은 휴일이니 실질적인 시간은 오늘 하루뿐입니다. 아직도 자신이 잘하고 있다는 환상 속에 빠져서 오늘도 구름 속 산책을 생각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할지 모르지만 역사는 그들의 생각하는 것처럼 그들에게 관대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 제 솔직한 생각입니다.

 

 퇴임 1주일을 앞둔 시점에서 국정지지율이 40%를 넘긴 역대 대통령은 없었다고 흐뭇해할지도 모르지만 이제 그 공과가 여과없이 드러날 시간이 시작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