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등에 탄 것이

2022. 7. 3. 07:41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강경파(强硬派)”는 사전에 나와 있는 말입니다.

강경파의 사전적 정의는 ‘타협이나 양보 없이 주장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이에 대응되는 말은 “온건파(穩健派)”로 ‘사상이나 입장 또는 그에 따른 행동 등이 부드럽고 조심성 있는 사람이나 그 당파’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치판에서는 ‘강경파’를 ‘매파’라 하고 ‘온건파’를 ‘비둘기파’라고 한다는데 이 말이 나온 것은 ‘베트남 전쟁 당시 전쟁을 지속 ・ 확대 하자고 주장했던 정치파를 매의 공격적인 성향에 빗대어 ‘매파’, 전쟁을 막고 외교적 측면을 활용해 평화적으로 해결하자고 주장했던 정치파를 온순한 ‘비둘기파’라고 불렀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매파와 비둘기파는 경제 분야에서도 얘기가 되는데 과열된 시장을 억제해 물가를 안정시키고자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세력을 ‘매파’, 성장과 경기부양을 중시해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세력을 ‘비둘기파’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정치가 아닌 정당에서 소위 ‘강경파’ 때문에 골치가 아픈 모양입니다. 예전엔 ‘조정(朝廷)’에서나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어 싸운 것인데 이젠 한 정당 안에서 강경파의 득세가 판을 혼란으로 몰고 가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 24일 이후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를 성토하는 글로 도배가 됐다. 박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를 위해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직을 내주겠다고 한 데 대한 비난의 글들이다.

 

박 원내대표를 겨냥한 글중엔 “협치같은 현실성 없는 소리 그만하라”, “단독 국회 개원을 당론 채택하라”는 요구는 물론, “역사에 죄인으로 남을 것”, “배신자 XXX” 등 욕설도 적지 않았다. 특히 박 원내대표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며 “게시판을 잘 안 본다고 하니, 문자를 보내자”고 독려하는 글도 많았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 도중 자신의 휴대전화로 온 6200건의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며 “대부분 ‘법사위 양보하지 마라’, ‘저쪽은 배 째라는 식인데 왜 야당이 양보하느냐’는 내용”이라며 이를 “엄청난 압박”이라고 했다. 170석 거대 야당의 원내 사령탑마저 강성 지지층의 문자 공격을 ‘정치적 압박’으로 느낀다는 뜻이다.

 

당내에선 당원 게시판과 SNS 여론은 물론, 당의 입장을 정하는 공식 논의의 장인 의원총회에 대해서도 “강경파들의 욕설과 좌표 찍기 등이 무서워 다수가 침묵하면서, 강경 세력들의 주장이 전체 의견으로 과포장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민주당의 원내 지도부를 맡았던 재선 의원은 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강경파들의 요구로 ‘언론재갈법’으로 불린 언론중재법 강행처리에 무게가 실렸던 배경도 합리적 의견을 무조건 물어뜯는 강경파 때문이었다”며 “당론 채택을 결정할 의총 전날 의원 40명에게 전화를 걸어 강행처리에 신중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대부분 ‘무서워서 못하겠다’며 난색을 표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나마 의총 당일 몇몇 의원들이 신중론을 펴면서 당시 지도부는 간신히 의총 결과를 ‘지도부에 전권을 일임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언론법 강행처리를 막았다”며 “그런데 당시 용기를 내서 신중론을 폈던 의원들은 어김없이 문자 폭탄에 시달려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지난달 본지 인터뷰에서 “다른 의견을 무시하고 나만 옳다고 여기는 것이 바로 독(毒)이고, 이러한 강성 당원들만을 보고 가는 정치자체가 민주당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런 교만에서 독선과 내로남불이 나오고,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을 바꾸니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이다. 신뢰를 잃은 정당은 정당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팬덤정치’로 상징되는 강성 지지자들에 의한 여론 왜곡 현상은 8월 전당대회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강한 팬덤을 바탕으로 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프레임에 맞선 ‘97세대(90년대 학번ㆍ70년대 출생)’ 후보들이 팬덤정치의 근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강병원 의원은 출마 선언 전부터 재선 의원들과의 회동 등을 통해 “언어폭력, 욕설, 좌표찍기, 문자폭탄, 색깔론 등을 배타적 팬덤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천명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박용진 의원도 30일 출마 선언 이후 간담회에서 “더 이상 진영 논리를 위해 악성 팬덤과 정치 훌리건, 좌표부대에 눈을 감는 민주당이 돼선 안 된다”며 “민심이 우선하고 상식이 지배하는 민주당, 다른 의견을 포용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민주당, 다시 자랑스러운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강경론으로 흐르는 폐쇄적 의사 소통구조와 팬덤정치의 한계를 지적하는 말이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본지 통화에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호남의 전북 유권자들이 ‘김앤장’ 출신이자 민주당을 탈당해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김관영 전북지사에게 82.11%라는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인 사실이 실제 민심이자 당심”이라며 “호남도 강경파들이 내세우는 이념적 선명성이 아닌 경제적 합리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광주시장 선거의 투표율이 37.7%로 전국 최하였다는 것은 강경론으로 치닫는 민주당에 대한 광주의 심판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당이 민심과 동떨어진 강경론으로 흐르는데도 민주당 의원들이 문자폭탄 등을 핑계로 침묵할 경우 민심은 민주당 전체를 ‘처럼회’ 등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집단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중앙일보. 강태화 기자

 

 강경파가 득세할 때가 많지만 그 결과가 좋았던 적은 별로 없을 겁니다. 히틀러가 유럽에서 야심을 드러낼 적에 영국수상이던 체임벌린이 계속 온건책으로 대응해서 히틀러의 야심을 부채질했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체임벌린 입장에서는 영국에서 전쟁이 나는 것보다는 유럽이 다 먹혀도 영국만 평화가 된다면 굳이 히틀러에 대항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범할 적에 영국과 프랑스가 강경하게 나갔더라면 2차 대전이 발발하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떡 하나에 맛이 들린 히틀러의 야욕은 유럽 전체를 먹는 것이었습니다. 강경파도 처음부터 다 자기들 마음대로 하려는 것은 아니겠지만 하나, 하나 넘어오는 것을 보면 이젠 통째로 삼키고 싶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강경파가 늘 옳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온건파가 늘 옳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정치판에 발을 들여 놓은 사람들은 세상을 보는 지혜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호랑이 등에 타고 있다고 좋아할지도 모르지만 그 호랑이가 자신을 잡아먹게 될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 세상을 보는 지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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