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pjil'

2022. 7. 5. 07:06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갑질”은 갑을(甲乙)관계의 ‘갑’에 어떤 행동을 뜻하는 접미사인 ‘질’을 붙여 만든 속어로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 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행하는 부당한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는 말입니다.

 

‘갑질’은 2013년 이후 대한민국 인터넷에 등장한 신조어인데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우월한 신분, 지위, 직급, 위치 등을 이용하여 상대방에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행동을 말한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갑질의 범위에는 육체적, 정신적 폭력, 언어폭력, 괴롭히는 환경 조장 등이 해당되는데 부당한 업무 지시나 계약 강요, 반말과 무시, 선물이나 향응 요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갑질이 우리 대한민국에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젠 이 말이 영어 'gapjil'로 표기가 되어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비하할 때에 쓰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우리나라의 갑질 현상에 대한 외신들의 보도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약화로 출근이 재개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CNN은 4일(현지시간) "한국의 직장인들이 회사로 돌아오면서 직장내 괴롭힘 갑질도 돌와오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매체는 갑질을 'gapjil'로 표기하며 '부하들을 지배하는 권력자'라는 의미를 단 뒤 '특히 한국의 기업과 정치를 지배하는 가문에서 오랜 기간 만연해 온 문제'라고 설명했다.

 

CNN은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된 지난 3월 조사에서는 직장내 괴롭힘을 경험한 비율이 23.5%였지만 지난달 조사에서는 이 수치가 29.6%로 6.1% 포인트 상승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상사의 모욕적 언사에 위협을 느꼈다거나, 한밤중에 술 취한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포함한 문자를 받았다는 갑질 사례들을 소개했다.

 

이 방송은 여성과 계약직 직원들이 주로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며 가사도우미 등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저질렀던 한진그룹 이명희씨 사례도 설명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도 지난달 우리나라의 갑질 문화와 함께 직장인들이 갑질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자세히 보도했다. 이 매체 역시 갑질을 'gapjil'로 표기하며 권력을 가진 '갑'이 그들을 위해 일하는 '을'을 학대할 때 사용되는 말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한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직업, 직함, 그리고 부에 의해 결정되는 한국의 깊은 계급사회에서 아무도 이 (갑질의) 발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대한항공의 땅콩회항사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사건, SK가문 최철원씨의 야구방망이 구타사건, 종근당 이장한 회장의 운전기사 학대사건 등의 사례를 나열했다.

 

이 매체는 반복되는 갑질 문제 발생 원인과 그에 대한 한국사회의 반성 및 근절 노력 등도 서술했다.>노컷뉴스. 워싱턴 권민철 특파원

 

 미안한 말이지만 권력이 높을수록 갑질을 저지를 확률이 높을 겁니다. 우선은 대통령부터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사람부터 국회의원, 장관, 판검사, 경찰 등 힘을 쓸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다 갑질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갑질은 권력을 가진 사람뿐이 아니고 사회 모든 곳에서 이뤄지는 특수한 행위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겁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자유와 평등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하지만 이것은 이론일 뿐 두 사람 이상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에서는 평등과 자유가 있을 수 없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둘 이상이면 반드시 상하관계가 성립된다는 것이 이 이론의 바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갑질에 피해를 봤다고 얘기하는데 요즘엔 ‘을질’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고 합니다. 상하관계에서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위에 있는 사람을 집단으로 괴롭히는 것이 을질이라고 하는데 이도 만만치 않게 나오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갑질이든, 을질이든 남을 괴롭히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사람이 사는 사회는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