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인사? 알박기?

2022. 7. 17. 07:09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보은 인사(報恩人事)”는 ‘은혜를 입은 사람을 관리나 직원으로 임용함. 또는 그런 인사.’라고 사전에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보은 인삼’이 아닙니다.

 

나라가 바뀌면 ‘개국공신’이 생기고, 정권이 바뀌면 캠프공신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겁니다.

 

고려와 조선이 개국한 뒤에 공식적인 개국공신 포상이 있었습니다. 고려 개국에는 태봉왕(泰封王)이던 궁예를 쳐부수고 왕건을 고려 태조로 추대한 사람들을 3등분해 포상했는데, 그들을 고려의 개국공신이라고 하였고 고려 개국의 일등공신으로는 홍유(洪儒)·배현경(裵玄慶)·신숭겸(申崇謙)·복지겸(卜智謙) 등이 책록되었습니다. 이등공신으로는 권능식(權能寔)·권신(權愼)·염상(廉湘)·김낙(金樂)·마난(麻煖) 등이 책록되었으며, 삼등공신에는 무려 2,000인이나 책록된 것으로 기록에 나와 있습니다.

 

조선에서는 개국한 지 한 달 뒤인 1392년 8월에 공신도감(功臣都監)을 설치하고, 그 해 9월에 이성계를 왕으로 추대한 신하 중에서 배극렴(裵克廉) 등 44인을 1·2·3등으로 나누어 책록하고, 그들에게 토지와 노비를 내리는 한편 여러 가지 특전을 부여하였습니다.

 

이것은 동서고금에 어느 나라나 다 마찬가지였습니다. 또 그건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정권 말기에 보은 인사를 하는 것은 별로 수긍이 가질 않는 것 같습니다.

 

<2015~2017년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서 상임위원을 지냈던 박종운 변호사는 윤석열 대선후보 당선 직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가 됐다. 임명권자는 문재인 대통령, 연봉은 1억4700만원이었다.

 

민노총 건설노조 부위원장이었던 이상원씨 역시 대선 직후인 3월15일 건설근로자공제회 비상임이사 자리를 꿰찼다. 전임자가 2022년 말까지였던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임했고, 보궐로 그 자리에 들어갔다.

 

이들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가 정권 교체를 앞두고 벌인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 주가 22명을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공개했다. 국민의힘이 최근 발표한 ‘문 정부 임기 말 알박기 인사’ 59명 외에 새롭게 22명이 추가된 것이다.

 

박 변호사나 이씨는 최소 업무연관성이라도 있지만, 전문 분야와 연관성을 찾기 힘든 곳의 임원으로 임명된 인사도 여럿 있었다. 2018년 5월 문 전 대통령과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정상회담에서 통역을 맡았던 오은경 동덕여대 유라시아투르크연구소장은 한전의 자회사 한국서부발전의 비상임이사가 됐다. 오 소장의 전문 분야는 인문학이다.

 

문 정부 시절 치안감으로 승진한 이상로 전 인천경찰청장도 비슷한 시기 한국서부발전의 상임감사가 됐다. 한국서부발전은 화력발전소를 주로 운영하는 회사다. 민주당에 입당해 지난 총선에 나섰던 원경환 전 서울경찰청장은 대한석탄공사 수장직을 꿰찼다.

 

문재인·노무현 정부 시절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인사 9명도 추가 확인됐다. 김종호 전 민정수석은 이사장으로 기술보증기금에,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배재정 전 문재인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비상임감사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새 둥지를 틀었다. 박종만 전 정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인천공항시설관리 상임감사가 됐고, 국정상황실에서 선임행정관이었던 최용선씨는 한전KPS 비상임이사가 됐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도 5인방도 공공기관장과 이사직을 차지했다.

 

민주당 국회의원의 측근들도 다수 포진됐다. 박범계 의원의 혁신성장 정책특보였던 곽영교씨는 한국중부발전 상임감사위원이 됐고, 박수현 전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권재홍씨는 한국전기안전공사 상임감사 자리를 꿰찼다. 그외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나 지지 모임, 민주당 산하 위원회, 민주당 지자체장·기관장의 임명직 출신 등이 공공기관 곳곳에 포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권명호 의원은 “지난 정권에서 윤 대통령 당선 뒤에도 잔여 임기동안 여러 건 측근 챙기기용 ‘알박기’ 인사가 이뤄졌다”며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정책 방향이 결정되기에,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뜻을 함께하는 공공기관장·이사진과의 호흡이 국정 운영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여야 합의를 통해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대통령의 임기와 일치 시키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조선일보. 최훈민 기자

 

정권 초기에 보은 인사를 하는 것은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겠지만 정권말기까지 그렇게 하면 욕을 먹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물론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떠날 때까지 챙길 수 있는 사람들을 챙겨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염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자제할 줄 아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남에게 충성을 한 적이 없어서 그런 자리를 얻을 형편이 되어 본 적이 없어 바랄 것도 없지만 정말 정권에 충성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리를 바랄 것인데 그걸 다 챙기자니 떠날 때도 욕을 먹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알박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 끝까지 챙겨주고 싶었던 것인지는 문재인 대통령 본인만 알고 있겠지만 남들이 눈살을 찌푸릴 일은 하지 않아야 이름이 욕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