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7. 19. 06:54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다 비슷한 말일 겁니다.
흔히 변명을 할 때에 쓰는 말인데 대부분 구차한 소리들입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홍상수 감독이 2015년에 만든 영화 제목인데 세계 여러 나라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영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아서 내용은 알지 못합니다.
요즘 많은 일들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와 맞물리는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할 때는 맞았지만 남들이 하면 틀리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관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한 편이 올라왔습니다.
<건국 이래 수많은 강력 범죄가 발생했지만, 잔혹성과 인명 피해에서 ‘페스카마호 선상 반란 사건’을 능가할 범죄는 별로 없다. 1996년 8월 2일 남태평양에서 참치 잡이 조업 중이던 254t급 원양어선 페스카마 15호에서 벌어진 끔찍한 집단살인 사건이다. 당시 그 배엔 선장을 포함해 한국인 8명, 인도네시아인 9명, 중국 국적 조선족 7명이 승선했다.
그런데 조선족 선원들이 일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한국인 간부들이 폭행을 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발생했다. 결국 한국인 선장은 조선족 선원들을 중간에 하선시키기로 결정했는데, 빈털터리가 될 것을 걱정한 조선족 선원 6명이 배를 탈취하기로 마음먹었다.
범인들은 선장ㆍ갑판장 등 한국인 간부들을 한 명씩 조타실로 불러내 흉기로 난자한 뒤 바다에 던졌다. 범행에 가담하지 않은 조선족 1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3명은 냉동고에 가뒀다가, 이들이 죽지 않자 5일 뒤 끄집어내 바다에 던졌다. 심지어 맹장염 긴급후송 때문에 다른 배에서 옮겨왔던 해양고 실습생(당시 18세)도 같은 방식으로 살해됐다.
범인들이 죽인 사람은 무려 11명. 조타 기술이 없었던 범인들은 한국인 중 항해사 1명은 살려 뒀는데, 나중에 이 항해사가 기지를 발휘해 범인들을 창고로 유인해 가둬 놓으면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부산지법은 1996년 12월 1심 판결에서 범인 조선족 6명 전원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이듬해 4월 부산고법 2심에선 주범 전재천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이때 2심에서 범인들의 변호를 맡았던 사람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1년 10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들(조선족 동포)에 대해 은연중에 멸시나 깔보는 심리가 있다. 페스카마 15호 사건의 가해자들도 동포로서 따뜻하게 품어줘야 하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사형이 확정됐지만 우리나라가 실질적으로 사형 폐지국이고 전씨가 특별감형으로 무기징역을 살게 돼 결과적으로 변론이 결실을 봤다”고 말했다. 전씨의 감형은 200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 시절에 결정됐다. ‘문재인 실장’의 의중이 반영됐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여기까지는 인권변호사의 아름다운 선행 스토리가 되겠다. 그런데 페스카마호 살인범들의 영치금까지 챙겨 줬다던 문재인 변호사가 대통령이 되고 나선 180도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1월 2일 강원도 동해 군항으로 나포된 북한 어민 2명을 5일 뒤 강제 북송한 건 그들에게 간접적으로 사형을 집행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16명을 살해한 엽기적인 흉악범마저 우리나라 국민으로 받아야 하냐”며 강제 북송의 정당성을 방어한다.
민주당이 극우 정당이면 그런 소리를 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민주당은 “사람이 먼저다”라고 했던 당 아닌가. 문명 사회라면 아무리 사람을 16명 죽인 흉악범이라도 정부가 재판이나 공론화 절차 없이 마음대로 사지(死地)에 몰아넣을 수 없다. 실제로 페스카마호에서 11명을 죽인 중국인들은 한 명도 사형당하지 않고 26년째 한국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교도소에서 무탈하게 지낸다.
심지어 그 북한 어민들이 16명을 죽인 게 과연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경위는 뭔지 명확히 드러난 게 없다. 국제법상 ‘난민을 박해할 것이 분명한 나라로 강제로 돌려보내선 안 된다’는 농 르플르망(non-refoulement) 원칙도 있다. 판문점에서 안대를 벗기자 죽음을 직감한 북한 어민이 발버둥치던 모습을 보라.
당초 문재인 정부는 강제 북송을 비밀리에 처리하려 했다. 스스로도 찝찝했던 모양이다. 이런 정도의 일이 대통령 재가 없이 이뤄졌다곤 믿기 힘들다. 페스카마호 살인범들에겐 “죄는 무겁지만 사정이 딱했다”며 동정심을 보였던 인권변호사가 탈북 어민들은 왜 그토록 냉혹하게 대했는지 정말 궁금하다.>중앙일보. 김정하 정치디렉터
저는 솔직히 얘기해서 인권 운운하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권리’라는 것이 허구라는 유발 하라리의 견해에 동조하기 때문입니다. 다들 입만 열면 ‘인권’을 얘기하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인권’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런 개념이 성립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개념이 있다고 해도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이 인권입니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할 때와 정치인으로 활동할 때가 같기를 바라는 자체가 웃기는 소리겠지만 인권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면 그게 무슨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가지는 권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정치가 사람을 말아먹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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