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28. 10:25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시시비비(是是非非)”는 ‘옳은 것을 옳다고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함. 곧, 옳고 그름을 가리어 밝힘’의 뜻으로 백과사전에 나와 있는데 어학사전에는 ‘여러 가지의 잘잘못’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말은 어떤 일에 대해 진상을 밝히는 것으로 쓰일 겁니다. 살다보면 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때가 많이 있지만 그게 항상 다 제대로 밝혀지지는 않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의 일일 겁니다.
요즘 우리나라 모든 매체들이 매달려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 파문에 대해 저는 잘 알지 못하지만 아래 기사를 보니 생각이 많아집니다. 정말 이런 일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아래 기사에 많이 공감을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 동영상 녹취를 100번 이상 들어봤다.
사실 이런 저런 단어라는 사전정보가 없었다면, 그리고 아무런 선입견 없이 들었다면, 무슨 말인지 몰랐을듯하다. 주변이 시끄럽고 잡음도 많아 혼잣말 하듯 툭 던진 그 논란의 단어는 아무리 들어도 명확치 않았다.
다만 일부 언론과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바이든'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들으면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또 대통령실이 해명한 '날리면'으로 생각하고 들으면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다 싶은 정도였다.
머리 속에 특정 단어를 담고 있으면 그렇게 들리는 각인효과 영향을 무시하기 힘들어 보인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것만 듣는 확증편향 오류도 강해 보인다.
진영에 따라 한쪽에선 '바이든'이 확실하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바이든'은 절대 아니라고 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듣고 싶은대로 듣는 것이다.
하여튼 반복해서 계속 들으니 '바이든''날리면'외에도 '말리면(믄)' '발리면(믄)'으로 들리기도 한다. 들으면 들을수록 정확히 어떤 단어를 쓴건지 100% 확신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내 귀가 이상한가 싶어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뭐가 들리는지" 물어봤다. 역시나 의견이 다 갈렸다. 결국 100% 확신을 갖고 '대통령이 말한 단어가 뭐다'라고 말하기 힘들다는 게 정확한 팩트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 발언을 최초 보도한 언론이 "(미국)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는 자막을 넣어 보도한 것 자체가 사람마다 각자 다르게 들을 정도로 불명확한 단어를 무슨 배짱으로 '바이든'이라고 떡하니 단정적으로 명기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음성 전문가들조차 명확하게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를 더 잘 들을 수 있는 초인적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말이다. 더군다나 미국 입법부는 통상적으로 '국회'가 아닌 '의회'라고 칭한다. 그런데도 '국회'라는 말 앞에 친절하게 '(미국)'이란 단어까지 자의적으로 집어넣은 건 상식을 한참 벗어난다.
명확치 않은데도 사실 확인조차 없이 자신들이 들은 대로(혹은 듣고 싶은 대로) 자막을 입혀 대통령을 한미동맹을 폄훼하고 미국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을 모욕한 사람으로 기정사실화 해버린 것이다.
취임일성으로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외쳤던 대통령은 위선자로 만들어버렸다. 이처럼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에 약점을 잡히고, 한미동맹까지 크게 훼손시킬 수 있을 만큼 심대하고 민감한 사안을 사실 확인조차 없이 보도한건 언론의 기본을 벗어나는 일탈행위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CNN 등 주요외신도 "똑같이 보도했다"며 발끈한다. 하지만 우리 언론이 그렇게 말했다고 기정사실화해소 보도하니, 그런 줄 알고 추종보도를 했을 뿐이다. 우리에게도 잘 들리는 않는 단어를 외국인들이 우리보다 더 명확하게 더 잘 들을 수 있겠나.
물론 사태가 이처럼 통제 불능 상황으로 악화된 데는 대통령실 늦장대응 탓이 컸다. 이미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버렸는데도 최초 보도 후 15시간이 지나서야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바로잡은 건 이해불가다.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귀국 후 첫 도어스테핑도 아쉽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보도로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바이든'을 언급한 적도, 미 의회와 바이든을 욕보인 적도 없다는 주장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하지 않은 말을 기정사실화해 보도한 경위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다만 '이XX'라는 비속어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입장을 내놨어야 했다. 실제로 그런 말을 했다면 당연히 야당과 국민에게 사과하는 게 옳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소명이 없으니, 소모적 논쟁이 이어지는 것이다.
국민들은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찌됐든 간에 이번 사태의 원인제공자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결자해지하는 게 맞다. 속 시원히 밝혀 사과할건 사과하고, 그의 발언이 왜곡돼 선동 조작된 게 있다면 그 부분은 바로잡고, 책임을 물을 사람이 있으면 물으면 된다. 그게 죽어도 사과하지 않았던 전 정권을 넘어서는 길이기도 하다.
민주당도 이제 그만해야 한다. 이재명 당대표까지 나서 '불의' 운운하는 건 코미디다. 범법행위로 검경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가 '불의'를 입에 담는 건 유체이탈이나 마찬가지다.>매일경제. 박봉권 논설위원
“검은등뻐꾸기”라는 새가 있습니다.
저는 이 새를 본 적이 없지만 소리는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 이 새가 많이 있는데 보통 4음절의 소리로 웁니다. 그런데 이 새의 울음소리를 ‘하하 호호’, ‘머리 깎고 빡빡 깎고’, ‘너도 먹고 나도 먹고’,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자식 죽고 계집 죽고’ 등 아주 다양하게 받아드린다고 합니다.
결국 듣는 사람의 심리상태에 따라 새 소리의 해석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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