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풀어야 할 정치 군림

2024. 4. 2. 06:09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혐의 사건을 다루는 재판부가 야박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총선을 이유로 공판 일정을 연기해 달라는 이 대표의 요청을 거부한 것 때문이다.

 

김부겸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3월 27)에서 지금 벌써 뭐 어떤 재판을 1년 이상 끌어왔는데 그래서 불과 한 보름을 그걸 못 봐주겠다고 나오라 (한다)”고 했다재판부에 대해 고집스럽고억지스럽고야박하다고 비판했다.

 

대장동 재판이 어차피 늘어졌다는 것인지오래 끄는 다른 재판들도 많은데 굳이 이 재판만 원칙대로 하는 게 불공평하다는 뜻인지는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김 위원장의 발언은 형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일반 형사피고인 측 입장에서는 거론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지난해 3월 이 대표가 기소된 대장동위례 특혜 개발과 성남 FC 불법 후원금’ 사건그리고 이후 추가 기소된 백현동 특혜 개발’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장 김동현)에서 병합해 다루고 있다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혐의 사건 등 다른 재판도 진행 중이지만 이 대표 측에서는 대장동 관련 재판에 가장 민감해한다.

 

이 대표는 지난달 12일에는 오전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오후에 지각 출석했다재판부가 일정을 변경하지 않았음에도 이날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하느라 늦었다.

 

7일 후인 19일에는 아예 법원에 나타나지 않았다총선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를 댔다전날 불출석 요청을 했지만 재판부는 허가하지 않았다그러다 안 나오면 강제 소환을 검토하겠다고 재판부가 강력히 경고하자 지난달 26일과 29일에는 법정에 나왔다.

 

2일과 9일에도 그럴 것이다지난해 국회 일정과 이 대표의 단식그리고 피습사건의 영향으로 재판이 늦어지고 있어 일정을 미룰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입장이다형사소송법에는 원칙적으로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만 재판을 진행하도록 돼 있다.

 

재판부가 강력한 제재 의지를 밝히지 않았다면 이 대표의 재판은 총선 때까지 열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법률가이면서도 제가 없더라도 재판 진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지 않으냐고 반문한 이 대표그리고 본인 후보자 지위뿐 아니라 당 대표 지위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선거 직전까지 기일 잡는 건 너무나 가혹하다는 변호인의 법정 발언은 사법부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을 여실히 보여줬다. “

 

피고인 정치 일정을 고려해서 재판기일을 조정하면 특혜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원칙적으로 판단한 재판부가 용기 있어 보일 지경이다.

 

정당한 국회 회기피습과 같은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한 재판 연기야 어쩔 수 없지만선거운동을 이유로 법정에 서지 않으려는 시도는 의도적 재판 지연이다.

 

지난해 9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는 상황에서 사법리스크 탓에 제대로 총선을 치를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 대표와 현 민주당 주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예정된 재판 일정을 무시하겠다는 생각그러려면 당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전략이 그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닐까.

 

총선 후는 어떨까각종 여론조사에 의하면 민주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거기에 반정권 선명성을 강조하는 조국혁신당까지 가세한다면 방탄 국회 회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판 지연을 가능케 할 수 있다.

 

어떻게든 선고를 늦춰 이 대표가 2027년 대선 후보로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여기저기서 시사하고 다니는 것처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를 통해 재판이 하나라도 마무리되기 전에 대선을 치르고 싶을지도 모른다.

 

이 대표를 비롯한 일부 정치인들의 사법부 무시는 법원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만 하더라도 2022년 9월 기소된 이 대표는 지난해 단식 등을 이유로 수차례 출석하지 않았다.

 

원칙적으로 기소 후 6개월 안에 1심 선고가 났어야 했지만사건을 16개월 동안 맡아오던 재판장이 지난 1월 사임하는 바람에 언제 선고가 날지 모른다지난해 9월에는 정당의 현직 대표라는 점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의 한 이유로 제시되기도 했다.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시하는 정치인들의 행위는 반드시 평가받아야 한다공식적인 양형 사유는 아니더라도 훗날 선고를 내릴 때 재판 불출석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정당 대표 등 운운하며 판결에 잣대를 달리하지 말고 사법부 위에 군림하려는 왜곡된 정치 문화를 법원이 바로잡아야 한다.>중앙일보문병주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오피니언 문병주의 시선], 법원이 풀어야 할 정치 군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