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계륵?

2024. 4. 27. 08:02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누가 뭐래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낳은 부모는 더불어민주당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공약으로 발표한 이후 17년의 산고를 거쳤다요즘 민주당의 공수처 홀대가 불편한 이유다공수처가 나름 공들여 온 채 상병 사건을 특검 대상으로 밀어붙인다수사기관 입장에서 중대한 사건을 빼앗기는 것만큼 허탈한 일은 없다.

 

노무현 공약 이후 17년 만에 관철

지금까지는 검찰이 특검에 사건을 내줬다검찰을 불신하는 야당이 이를 주도했다한 건당 수십억원의 예산이 드는 특검 수사가 늘 성공적인 건 아니다. ‘특검이 성과를 내지 못한 데는 특검에 파견된 검사와 특별검사 사이의 갈등도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박준휘 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관한 연구). 검찰과 특검은 천적 관계다.

 

공수처는 다르다검찰 견제가 목적인 기관이다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때 공수처법을 강행했다이에 앞서 노무현 정부는 17대 국회에서 공직부패수사처의 설치 법안을 제출했다. 18대 국회에서 비슷한 법안을 밀어붙인 것도 민주당이다지향점이 비슷한 특검에 공수처 수사를 넘긴다니 수긍이 어렵다.

 

채 상병 수사 중인데 특검하자니

민주당의 찜찜한 속내가 짐작은 간다당초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을 중시해 처장 인선에 야당이 비토권을 갖도록 설계했다과반 의석을 무기로 이를 무너뜨린 장본인이 민주당이다총 7명인 처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의결정족수를 6명에서 5(3분의 이상)으로 낮췄다야당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해도 지명이 가능해졌다.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을 강하게 압박했던 이해찬 전 대표 머릿속엔 민주당 정부가 20년 정도 집권할 계획이 들어 있었으니 여당 입장에서 만만한 공수처를 원했으리라그러나 5년 만에 국민의힘 정부가 들어서는 바람에 민주당은 공수처장 후보자를 비토조차 못 하는 신세가 됐다.

 

그렇다고 해서 채 상병 사건처럼 장성급 장교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등 3급 이상 공무원이 연루된 의혹을 수사하라고 만든 공수처를 두고 특검을 하겠다니 답답하다. 200억원 넘는 공수처 예산이 아깝지도 않나.

 

문 전 대통령이 공수처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특수 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에 관한 특별 사정 기구로서도 의미가 매우 크다”(2019년 국회 시정연설)고 밝혔듯 수사 범위는 꽤 넓다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등을 포함한다.

 

여당서 야당 되니 생각 달라졌나

막대한 돈이 드는 특검을 주장하기 전에 공수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민주당의 도리다처장 인사 비토권을 없앤 게 후회된다면 이제라도 후보 추천 의결정족수를 6명으로 환원하면 된다공수처법 개정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력히 반대했기에 이제 와서 야당 비토권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

 

민주당에선 지난 2월 처장 후보 두 명이 추천됐는데도 지명을 미루는 윤석열 대통령을 탓한다김영배 의원은 지금 공수처가 처장도차장도 없는 비정상적 상태이고 특히 윤 대통령이 공수처를 무력화하려는 모습이 계속 노정됐기 때문이라며 이제라도 공수처 수사가 제대로 진행된다면 그걸 중단시킬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채 상병 사건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이 수사와 관련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가 쟁점이다이 과정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는지 밝히면 된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해 호주 대사로 임명된 그와 현 정부를 곤경에 빠뜨렸다민주당으로선 큰 신세를 진 셈이다이제 막 관련자 소환을 시작한 공수처를 외면하고 특검을 추진하는 건 옳지 않다민주당에는 한 해 200억원을 쓰는 공수처를 궤도에 올려야 할 책무가 있다.

 

지난해 사퇴한 검사 출신 김성문 전 공수처 부장은 공수처 근무 기간은 공직생활 중 몸은 가장 편했던 반면 마음은 가장 불편했던 시기였다고 털어놨다마음이 불편한 건 그렇다쳐도 공직 생활 중 몸은 가장 편했다는 대목에서 내가 낸 세금이 떠올라 몹시 화가 난다.>중앙일보강주안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오피니언 강주안의 시시각각민주당은 공수처에 벌써 싫증 나나

 

 

'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 오판과 편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치인 윤석열` 보여줘야  (0) 2024.04.29
술자리 회유?  (2) 2024.04.28
백지수표?  (2) 2024.04.26
거부권 무력화  (2) 2024.04.25
민주 또 힘 자랑  (0) 2024.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