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너무 늦지는 않았다?

2024. 5. 19. 07:03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명나라 멸망을 지켜본 사상가 고염무
(1613~1682)는 그는 집권한 청나라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벼슬을 거부하면서 일지록(日知錄)을 작성했습니다.

 

고염무는 이 책에서 "망국(亡國)은 임금의 성이 바뀌고 나라 이름이 바뀌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바뀐 것은 정권교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입니다.

 

고염무는 망국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정권교체는 집권세력의 문제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천하가 망하는 점을 더 중시했습니다. 나라가 망하는 과정에서 목격한 윤리와 정의가 사라진 세상을 보면서 "천하를 보전할 줄 알아야 나라를 보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정권의 흥망은 왕후장상들이 할 일이지만 천하의 흥망 책임은 일반 백성에게 돌렸습니다.

 

고염무의 일지록을 속독한 계몽 사상가 양계초(1873~1929)는 청나라 멸망 과정을 지켜본 후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천하흥망 필부유책(天下興亡 匹夫有責)'

 

인류가 이룬 세상이 흥하고 망하는 건 일반 국민들의 책임이라는 뜻입니다.

 

한 유명가수가 9일 오후 11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차를 몰던 중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한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후 매니저가 자신이 운전했다며 자수했고, 가수는 사고 발생 17시간 만에 뒤늦게 자신이 운전한 사실을 시인했다고 합니다.

 

논란이 일자 소속사 대표는 매니저에게 자수를 지시한 이가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소속사는 그가 유흥주점에 자리하긴 했으나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가수를 둘러싼 음주 정황이 여러 개 드러나면서 논란이 식지 않고 있고, 사고 후 매니저가 경찰서에 가서 자신이 운전했다고 자수했으나, 경찰조사 끝에 가수가 운전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합니다.

 

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에 출마를 하고 당선이 되다보니 이젠 웬만한 일은 범죄도 아니고 그저 큰소리로 우기면 그게 통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담할 뿐입니다.

 

   <냉전 해체 이후, 인류 절반을 좌우했던 소련 제국의 멸망에 관한 성찰들은 그 붕괴의 원인이 전쟁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니라 철저하게 내부 요인 때문이었다는 점을 규명한 바 있다.

 

인간 자유와 자아실현의 부재, 이념·파당을 넘는 국가 전체 의제의 방기, 국가 기제의 작동 불능, 내부 분열과 파쟁으로 인한 최후 충돌 등이 그런 내부 요인들이다.

 

실제 거대 제국이 무너지는 광경은 (외부인들에게는) 일대 충격인 동시에 역사적 장관이었다. 한 시대 앞서, 최고의 경제학자 케인스는 평화에 관한 저작에서 어떤 사회질서든 자신의 손에 의하지 않고는 절대 소멸하지 않는다는 말은 역사적으로 진실일 것이라며 인간 공동체 멸망 원인의 일단을 진단한 바 있다.

 

소련의 사례와 케인스의 견해가 아니더라도, 인류 역사와 지혜는 제국 및 국가 소멸의 근원에 대해 합의에 가까운 경로와 해석을 보여준다. 로마제국의 붕괴 사례는 그 정수요 고갱이다. 근대 권력분립과 민주공화국 사상을 정초한 선현은 권력의 독임과 전제, 빠른 발전과 번영이 로마 몰락의 한 원인이었음을 주장한다. 현대 한국의 궤적에 비추어 로마 몰락이 빠른 과업 성취의 산물이라는 지적은 섬뜩하다.

 

로마제국 쇠망에 대한 대저작을 남긴 역사가에 따르면 자연과 시간, 외부의 침략과 파괴, 자원과 물질의 남용이 아니라 내부 불화와 적대가 가장 치명적인 쇠망 원인이었다. 외부 전쟁에는 승승장구했던 로마제국도 내부 분열이라는 적에는 패배했던 것이다. 법의 전제가 불화와 파괴를 완성했다. 조화와 균형 대신 항상 처벌과 저항을 가르기 때문이다. 시간도, 야만족도 하지 못한 로마 파괴와 멸망을 초래한 것은 로마인 자신들이었다.

 

현대 사회과학을 정초한 최고 학자에 따르면, 장엄한 고대 문명의 몰락이라는 로마 붕괴의 드라마는 외부의 일격으로 갑자기 도래하지 않았다. 로마의 본질과 정신 내부로부터의 변질에 기인했다. 외부 요인은 오랫동안 진행되던 내부 요인에 종지부를 찍었을 뿐이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물질문명과 기술 수준, 국가 경제와 국력 면에서 세계 한 자릿수 등위 또는 선두권에 있다. 몇몇 첨단 상품·기술·문화·경제·국방·과학·의료 분야의 세계 순위는 10위권은 물론 4~6, 심지어 1~3위를 차지한다. 이 땅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래 오늘처럼 한국 문명의 위상과 넓이가 세계 앞자리에 선 적은 없었다.

 

여러 국제기구에 따르면 한국은 산업화 시작 이후 국가 경제나 1인당 소득의 증가 속도에서 세계 최고를 기록한 바 있다. 놀라운 성취다. 그들은 한국을 산업화 시작 한 세대도 안 되어  1세계에 진입한 국가로 분류한다. 모든 나라가 같이 벌인 경주에서 한국은 추월을 거듭하며 질주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이 바친 땀과 희생은 우리 모두를 숙연하게 한다.

 

어떤 종합 국력 지표에서는 한국이 일본과 프랑스를 연속으로 제치고 있다. 국제 체제 이론에 따르면, 한국은 제국 국가 사이 ()제국의 위상에 올라섰음이 분명하다. 근대 시기의 영국·프랑스·독일·일본과 비등하거나 오히려 넘어서는 위상이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하였듯, 인간과 생명의 부정적 지표에서도 한국은 단연 앞자리에 선다. 출산도, 자살도, 청년 사망도, 노인빈곤도, 인구소멸·지방소멸·국가소멸 지표도 그러하다. 자기 보존과 자기 연장을 근본 존재 이유로 삼는 인간과 국가가, 어떤 외부 침략이나 요인도 없이, 스스로 자기 생명과 자기 연장 중단의 경로를 가고 있다.

 

오히려 외부와의 전쟁에서는 훌륭히 나라를 지켜왔던 우리다. 그런 나라가 민주주의와 자유, 경제와 문명의 절정에서 한국 정점을 말하는 혹독한 역설에 직면하고 있다. 자멸적 선택, 자멸 국가 경로다. 소련과 로마처럼 청나라 멸망의 단초 역시 제국의 절정에서 비롯되었다는 통찰은 오늘의 한국인의 모골을 송연하게 한다.

 

한국은 여러 국제 비교 지표에서 보듯 내부 갈등에서 세계 선두권이다. 제국과 나라를 파멸로 이끄는 최고 원인인 내부 갈등을 극복할 제도와 리더십, 능력과 지혜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아니다. 반대다. 상대 진영에 대한 증오와 청산 의지 때문에 그런 제도나 인물을 향한 이성과 열정을 애당초 갖고 싶지 않은 것이다. 개인과 가정도 마찬가지지만, 스스로 갈라져 지탱한 나라는 없다. 스스로 갈라져 발전한 나라는 더욱 없다. 종교와 정치와 역사의 일관된 근본 가르침이다.

 

인간과 생명, 나라와 전체 문제에 관한 한 자멸로 달려가는 물줄기를 반드시 돌려야 한다. 문명의 멸망에 관한 인문역사와, 생명체의 멸종에 대한 자연과학의 최고 지혜들은 놀랍게도 결론이 같다. 진리라는 뜻이다.

 

한 번 소멸의 길로 접어든 문명과 생명체들을 되돌린 사례는 극히 적다. 아니, 거의 없다. 자멸은 말할 필요도 없다.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아직 너무 늦지는 않았다.>중앙일보.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출처 : 중앙일보. 오피니언 중앙시평, ‘자멸 국가의 물줄기를 돌리자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범죄자도 추종세력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습니다. 고등법원에서까지 실형을 받은 범죄자가 구속돼지 않았다고 국희의원에 출마를 해서 당선이 되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1심에서 실형을 받았지만 사회적 신분으로 구속이 돼지 않으니까 너도 나도 출마를 했고, 또 당선이 되는 세상입니다. 그러니 가수들도 자기 팬만 많으면 무슨 짓을 해도 그들에게 용서 받고 큰소리치는 세상입니다.

 

가수 오디션에 나왔다가 학폭으로 중도하차한 가수 지망생도 그를 따르는 팬덤으로 지금 당당하게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천하가 이렇게 흘러가면 자멸국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아직 너무 늦지는 않았다는 말이 이미 늦었다는 말로 들리니 참으로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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