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22. 05:49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민심은 말 그대로 백성의 마음입니다. 통치자 입장에서 보면 대중의 심리를 이르는 말일 겁니다. 오늘날은 백성이라는 말 대신에 국민입니다. 국민의 마음이 민심입니다.
문제는 통치권자가 법보다 대중의 요구를 중시하게 되면 국가의 통치기능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데, 대중의 요구가 곧 민심은 아닐 겁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민심과 추종세력의 요구를 혼동하면서 그걸 민심이라고 자의적 판단을 하다 보니 정치가 개판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국민정서법도 이런 배경의 용어입니다. 실정법에는 어긋나지만 국민의 법 감정에 호소하여 법보다 우선하여 판단하는 경우인데 이런 오판이 법 경시 풍조를 유발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예로부터 민심을 천심이라 했는데 세상 민심이 곧 하늘의 뜻이라는 것입니다. 민본주의나 민주주의의 민(民)은 백성입니다. 서구의 민주주의와는 상당히 다르지만 크게 보면 과히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맹자가 민본사상을 주장한 것은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기 때문입니다. 위민(爲民)정치가 같은 말이고, 오늘날 민주주의도 같은 의미로 이해됩니다.
민심무상은 서경(書經)에 나오는 말입니다. “백성의 마음은 일정하지 않다(民心無常). 군주가 선정(善政)을 베풀면 사모(思慕)하고 악정(惡政)을 하면 앙심(怏心)을 품는다.”고 했습니다.
민심무상은 백성의 마음이 혜택을 주는 쪽으로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는 말입니다. 요즘 이재명과 더민당이 입만 열면 ‘민심’을 꺼내고 있는데 그 민심이 정말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고나 하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정치권에선 근래 보기 드문 이변이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미애 대세론’을 꺾고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되는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찐명’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입후보한 조정식·정성호 의원을 만나 ‘추미애 국회의장’을 위한 교통정리까지 했다는데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로선 경악할 일이 아닌가. ‘이재명 일극 체제’ 완성에 흠집이 났으니 화가 날 만도 하다.
우 의원은 졸지에 ‘왕수박’(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이 돼 버렸고, 당원 게시판에는 우 의원을 뽑은 수박을 색출하자는 분기탱천이 거의 봉기 수준이다. 강성 팬덤이 뒤흔들 22대 국회의 전초전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그는 지난 18일 광주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강성 당원들을 다독이기 위해 ‘당원 중심 정당’ 강화 계획을 밝혔다. “첫길을 가다 보니 이슬에도 많이 젖고 스치는 풀잎에 다치기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재명 리더십에 작은 흠집이 났지만, 그저 시행착오였을 뿐이니 상처받은 마음을 풀라는 것이다. 우 의원에게 패배한 추 당선인을 개딸들이 밀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추 당선인이 선거에 앞서 라디오에서 발언한 “당심이 곧 명심(明心·이재명 대표 의중)이고 명심이 곧 민심”에 압축돼 있다.
그러나 추 당선인의 발언은 명백한 민심 오독(誤讀)이다. 명심은 개딸들의 정치 효능감에 기댄 팬덤 정치에 지나지 않고, 더더욱 민심과는 거리가 멀다. 국가 권력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당대표가 좌지우지하는 것이 어떻게 민심이 될 수 있나. 국회의장 후보로 나섰던 4인 모두 명심 경쟁을 벌였으니 22대 국회가 강성 팬덤의 놀이터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민주당의 총선 민심 오독은 불치병 수준이다. 거대 야권이 얻은 192석이 마치 ‘입법 폭주 면허증’이라도 되는 양 밀어붙일 태세다. 총선 민심을 받들어 입법 폭주를 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한다. 개헌 선이나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 선인 200석까지 8석이 부족한 것에 대해선 아랑곳하지 않고 아전인수격 해석만 난무한다.
여권의 민심 오독은 어떤가. 오독이 아니라 외면에 더 가깝다고 하겠다. 최근 있었던 윤 대통령의 고위급 검찰 인사는 여권 내부에서조차 술렁거릴 정도로 말이 많았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수사를 앞두고 대대적인 물갈이를 했다는 것에 일단 국민은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이에 대해 가타부타 설명도 없는 즉흥적 인사에 대해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김 여사가 지난 16일 한·캄보디아 정상 부부 오찬에 등장하면서 153일 만에 공개 활동을 재개했으나, 제2부속실 설치는 감감무소식이다. 21일로 예정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국회 재표결을 보며 민심은 또 한번 요동칠 것이다. 거부권과 재표결의 소용돌이 속에서 갈 곳 잃은 민심의 대가는 혹독할 것이다.
‘웰빙당’ 체질을 벗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아예 갈 방향을 잃었다. 총선에서 참패하고도 40여일째 ‘한동훈 책임론’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것은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있나. 한 전 위원장이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위원장직에서 물러난 것은 쇼에 불과했던 것인가. 요즘 몸풀기에 나선 한 전 위원장이 조만간 있을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는 것부터 일반 국민이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다.
민심무상(民心無常)이라는 말이 있다. 백성의 마음은 일정하지 않다는 뜻으로, 군주가 선정을 베풀면 사모하고 악정을 하면 앙심을 품는다고 했다. 서경(書經)의 ‘채중지명’ 편에 나온다. 총선에서 참패하고도 반성 없는 국민의힘도, 총선에서 압승했다며 기고만장한 민주당도 모두 새겨야 할 격언이 아닐까.>서울신문. 황비웅 논설위원
출처 : 서울신문. 사설·오피니언 [서울광장]여야의 ‘민심 오독’이 가져올 후폭풍
“오독(誤讀)”은 ‘잘못 읽거나 그릇되게 이해하다’는 뜻입니다. 민심을 오독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지금 명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는 말을 주구장창 외는 사람들이 여럿 있나 봅니다.
명심이 당심일 수는 있겠지만 당심이 민심이라는 말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명심이 민심’이라고 우기려는 생각이라 믿습니다. 이거야말로 오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재명 대표가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기고만장하고 있지만 그게 정말 민심인지 되돌아보고 제대로 판단했으면 합니다.
'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 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기꾼의 둔갑술 (2) | 2024.05.24 |
---|---|
세 김씨 특검 (0) | 2024.05.23 |
요즘 '꼬라지' (0) | 2024.05.21 |
황탄무계 (0) | 2024.05.20 |
아직 너무 늦지는 않았다? (0) | 2024.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