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인구 사회적 논의 급하다

2024. 9. 2. 06:09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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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대 초 인구가 2500만 명 정도일 때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이 본격화되었다. 2005년에는 인구가 약 4800만 명으로 인구 증가 억제정책 초기보다 두 배 정도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장려로 인구정책이 전환되었다물론 정책 전환은 출산율 추이인구 성장률사회경제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혼란스러워했고이는 인구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만약 처음부터 적정인구가 몇 명인지 추정하고이를 근거로 인구정책을 설계하였다면 어땠을까아마 인구정책 전환의 시기와 강도 등이 실제와 달라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정인구란 무엇일까이는 일정한 사회에서 그 규모와 구조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인구이다이를 넘으면 과잉인구이보다 적으면 과소인구를 의미한다적정인구는 그 사회의 여러 조건즉 경제환경복지교육 등에 따라 다양하게 추정된다이들 조건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므로 적정인구 역시 변화하기 마련이다.

 

서구 사회에서 적정인구에 대한 논의는 경제적 측면에서 시작되었다경제적 조건은 학파나 학자마다 다르나적정인구는 주로 국가의 기술자본노동 등 생산요소를 고려할 때 현재와 후세대의 복지(well-being) 수준을 극대화하는 인구를 의미한다환경적 측면에서 적정인구는 자원 고갈과 환경 오염이 후세대의 복지를 훼손하지 않을 규모의 인구를 의미한다.

 

호주의 예로일부 전문가들은 호주의 자연적 및 사회적 자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규모의 적정인구를 1500만 명으로 제시한 바 있다영국 이주민감시단은 삶의 질과 공공서비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인구 규모를 7000만 명으로 추정하고이런 적정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정인구와 다소 다른 개념이지만일본 정부는 2050년 이후 인구를 1억 명으로 유지하는 목표를 세우고이를 달성하기 위해 합계출산율을 1.8명으로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추진 조직의 명칭도 ‘1억 총괄상(특임장관)’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 적정인구에 관한 연구들도 존재한다. 2006년에 발간된 사회적 합의에 의한 적정인구 추계란 보고서는 사회복지환경 및 인구학적 관점을 종합하여 적정인구를 46005100만명으로 추정하고이를 달성하기 위한 합계출산율을 1.82.4명으로 제시했다.

 

2011년에 발간된 미래 인구변동에 대응한 정책방안이라는 보고서는 국제적으로 국가 위상 및 국내적으로 지속가능성 유지그리고 성장·복지 간 재정 안정화라는 조건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적정인구를 2050년 4940만 명그리고 2080년 4300만 명으로 추정하고이를 달성하기 위한 합계출산율을 1.8명으로 제시했다물론 이들 연구와 다른 조건을 가정한다면 적정인구는 다르게 추정될 것이다.

 

저출생과 그로 인한 인구 감소의 여파는 교육 붕괴병력자원 부족노동력 절벽경제성장 둔화사회보장 불안정 등 미래사회 전방위로 확산될 것이다이 때문에 출생률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최근 들어 더욱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인구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인구 규모와 구조즉 적정인구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그러다 보니 출생률이 너무 낮아 회복되어야 한다는 당위성만 존재할 뿐 언제 어느 수준까지 회복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실정이다.

 

인구정책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어 합목적적으로 설계될 때 그 실효성이 높을 것이다이를 위해 미래 인구의 공급을 추정한 추계인구뿐 아니라 인구의 수요를 추정한 적정인구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국민은 우리나라 인구가 얼마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지그러한 적정인구 유지가 각자의 삶에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이는 저출산 대책 등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호응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세계일보이삼식 한양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원장·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

 

  출처 세계일보오피니언 [이삼식칼럼적정인구 사회적 논의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