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4. 05:52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그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이 아무 성과 없이 끝나 큰 후폭풍이 몰아닥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회동은 김건희 여사 문제의 해법을 도출할 계기란 기대를 받았으나 서로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하고 돌아섰는데, 회동 뒤 양측에서 흘러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종전과 달라진 게 조금도 없는 듯하다는 것이 중론인 것 같습니다.
회동에서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우리 의원들이 헌정을 유린하는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할 경우 나로서도 어쩔 수 없겠지만 나는 우리 당 의원들을 믿는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지난 4일 국회의 ‘김건희·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에서 최소 4표 이상의 여당 이탈표가 나왔고, 다음 표결에서 이탈표가 불과 4표만 더 나오면 정권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입니다.
그런데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아무런 전향적 조치 없이 그냥 여당에 지켜달라고만 하는 건 매우 무책임한 자세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여당 의원들도 전부 독립적인 정치인인데 민심이 계속 나빠지면 동요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런 와중에도 윤 대통령은 “어처구니없는 의혹에 대해선 대통령실에서 입장을 내면 당에서도 같이 싸워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니 참으로 안이한 상황 인식이라는 생각입니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6289
이제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금도를 넘는 일은 한 번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쉽다.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김건희 여사 동행명령장을 들고 대통령 관저까지 찾아갔다.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김 여사가 불출석하자 야당은 동행명령장을 일방적으로 발부했다.
현직 대통령의 부인을 국회에 세우려는 시도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어쩌다 이런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 현실이 될 지경에 왔을까.
야당은 대통령 탄핵을 대놓고 거론한다. 급기야 하야를 입에 올린다. 임기 반환점을 채 돌지 않은 현직 대통령에게 이런 무도한 언어는 발설하지 못해야 정상이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아도 국정이 흔들리는 혼돈을 상식 있는 국민이라면 용납하지 않는다. 여론 역풍이 무서워서라도 금기어는 금기어로 남겨 두게 마련이다. 그런데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한 정권에서 한두 번만 일어나도 나라가 술렁거렸을 ‘사건’들이 밥 먹듯 이어지고 있다. 세계 정치학자들이 연구 사례로 주목할 놀라운 헌정 교란 사건들이 자고 나면 하나씩 보태진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음날 곧장 검찰총장을 탄핵하겠다고 한다. 검찰 수사를 받는 일개 정치 브로커가 시한폭탄을 쥔 듯 대통령 부부와 얽혔던 일들을 폭로한다. 대통령을 들었다 놨다 협박하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 초반에 갇힌 지 두 달째다. 수도권에서는 1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경제·민생·물가. 금배추, 금배는 엄밀히 대통령 개인의 잘못은 아니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두 번째 이유가 김 여사 문제다.
야권이 추진하는 김여사특검법에 찬성한다는 여론이 60%를 넘는다. 국정 동력인 지지율을 왜 이렇게 방치하는지 사람들은 정말 궁금해한다. 금배추는 어쩔 수 없더라도 김 여사 문제는 다르다. 개선의 의지만 보여 줘도 지지율 복원의 여지는 있었다.
그제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어렵게 만난 ‘그림’에도 여론은 물음표를 찍는다. 사진 한 장의 메시지가 대단한 위력일 수 있다는 사실을 대통령실이 모를 리 없다. 대통령은 굳은 얼굴로 두 팔을 옆으로 뻗어 탁자를 짚었다. 공개된 사진을 대통령실은 직접 찍었다.
늦은 밤 기사에 붙는 댓글을 잠시만 훑어도 민심이 생생했다. 대통령이 검찰 조사실에서 피의자를 앞에 두고 취조하는 검사 같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저녁 시간에 밥 한 그릇 같이 먹는 제스처도 못하느냐는 쓴소리가 쏟아졌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되지 못하는 이유를 선명하게 설명한 사진이기도 했다. 민심을 달래려는 의지가 대통령에게 읽히지 않는다. 국민은 지지율로써 국정 변화를 요구하는 신호를 보내는데 대통령은 반응이 없다.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오기로 비친다.
민심의 온도에 국정 최고 지도자는 태도 변화로 조응해야 한다. 악화일로 여론 속에 이달 해외순방길에 오를 때도 대통령은 부인 손을 더 꼭 붙잡고 비행기에 올랐다. 여론이 어떻든 내 사람 내가 지키겠다는 결기로 이해하게 된다. 국민은 여염집 필부의 모습을 대통령에게서 보고 싶지는 않다. 설령 억울하더라도 화가 난 국민 앞에서는 잠시 그 손을 놓아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예의다.
민심을 읽고 있는지 모른 척하려는지 궁금해진다. 10·16 재보궐선거에서 간신히 텃밭을 지킨 다음날 대통령은 “많은 저항이 있지만 4대 개혁을 반드시 완수할 것”이라고 했다. 인기 없는 개혁 때문에 대통령이 인기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정말 궁금해졌다.
야당은 국민 역풍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아무 일이나 생각대로 지르듯 벌인다. 계엄령 의혹의 실체가 없는 줄 알면서 특검과 국정조사를 밀어붙인다. 4개 재판을 받는 야당 대표가 “끌어내리자”는 말을 주저 없이 꺼낸다. 야당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더 심각하다.
한동훈 대표가 아무리 답답했던들 김 여사에 대한 요구 사안들을 국민 앞에 먼저 공개할 수 있었겠나. 야당이 세 번째 발의한 김여사특검법 표결에서 여당 이탈표가 더 나와 특검법이 확정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낯선 장면들은 계속 나올 것이다. 지금 대통령은 지지율 숫자에 일희일비해야만 한다.>서울신문. 황수정 논설실장
출처 : 서울신문. 오피니언 [황수정 칼럼], 대통령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주요 고비 때마다 터닝 포인트를 놓쳐 화를 키웠습니다. 명품백 사건이나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논란 등이 그런 경우입니다.
이번에 명태균씨의 카톡 폭로로 메가톤급 이슈가 된 김건희 여사 문제는 대통령 취임 후 가장 심각한 형국인데 아직도 이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죽는 것이나 사는 것이나 다 업보이고, 돌을 던지면 맞으면서 가겠다고 하는데 문제는 돌이 아니라 산사태가 올 거라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부인을 챙기는 것이 나라 일보다 더 먼저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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