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2024. 11. 8. 05:51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
간첩(間諜)” 단체나 국가의 비밀을 몰래 탐지, 수집하여 대립 관계에 놓여 있는 단체나 국가에 제공하는 사람으로 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첩보원(諜報員), 스파이(spy), 프락치, 첩자(諜者), 밀정(密偵), 세인(細人), 세작(細作), 간자(間者), 간인(間人) 등으로도 쓰이는데, 간첩 행위는 영어로 ‘espionage’라고 합니다.

 

간첩에 대해 알려면 우선 정보기관의 블랙과 화이트 요원 구분의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고 하는데, 화이트는 외교관 등의 합법적인 신분으로 대놓고 들어가 비교적 공개적인 정보 수집을 진행하는 요원들입니다.

 

반면 블랙의 경우에는 위장 신분으로 몰래 들어가 여러 불법적이고 위험한 흑색 작전을 실행합니다. 미디어나 언론에서 주로 다루는 스파이의 사례가 거의 대부분 흑색 요원, 즉 블랙의 경우에 해당되기에 대개 간첩과 흑색요원은 같은 개념으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너무 오랜 시간 간첩 문제로 말이 많았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이웃집에 오신 손님, 간첩인가 다시 보자는 황당한 표어가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북한과 대적하다보니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요즘 보면 너무 황당합니다.

 

그런데 그 황당함이 오늘날 너무 자행이 되는 곳이 산업계라고 합니다. 이제 이념의 문제가 아닌 경제적 문제의 간첩이 성행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부임한 외국 대사나 외국 고위관리들이 빠지지 않고 방문하는 곳 중 하나가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인 것에 주목해야 한다.”

 

한 전직 외교부 고위 인사의 말이다. 그곳 기업들을 통해 한국의 경쟁력 있는 과학기술 동향을 살펴본다는 것이다.

 

과거 정치·군사 분야에 머물렀던 국가 안보가 경제 안보로 확장된 지 꽤 됐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단절 등으로 경제 안보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의 침공 위협을 받는 대만을 보면 더 실감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는 대만의 수호신으로 불린다. 핵심기술인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글로벌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기업이니 전쟁 시 대만을 지켜 줄 반도체 방패로 믿는다.

 

최근 중국이 중국 현지에서 근무하던 삼성전자 출신 한국인 기술자를 기밀 유출의 반간첩죄 혐의로 구속한 것도 반도체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에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기여한 과학자가 기술 유출 반역죄로 7년형을 선고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 각국이 국가 핵심기술 유출에 대해 고강도 칼을 휘두르는 것은 경제 안보가 국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만이 2022년 국가안전법을 개정해 첨단 기술 유출에 대해 경제 간첩죄를 적용하는 것도 그래서다. 미국은 1996년부터 경제스파이법을 제정해 국가 핵심 기술 유출을 간첩죄로 규정, 최고 징역 30년 이상 가중처벌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산업 기밀 등을 마구 빼내 가자 중국학자나 유학생 비자 발급까지 제한할 정도로 미국은 경제 스파이에 대한 방첩 경계령이 삼엄하다.

 

분단국가인 한국은 미 4강이 대결을 펼치는 곳이자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나라여서 전통적 의미의 지정학과 첨단 기술을 놓고 벌어지는 기정학’(技政學)이 동시에 작동하는 드문 나라다. 그러다 보니 세계 각국의 치열한 첩보전 무대가 되고 있다. 서울은 스파이 천국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현재 기술 유출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는 연평균 56조원에 이른다. 기업들이 수 조원을 들여 개발한 첨단 기술이 유출돼도 대법원 확정 판결은 최고 징역 5년형이다. 뒤늦게 양형 기준을 높였지만 국부 유출이라는 범죄의 중대성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이다. 경제 간첩 사건의 70%가 중국과 관련됐다.

 

첨단 기술 유출에 대해서는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이 아니라 경제 간첩죄로 엄히 다스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경제 스파이는 대부분 내부 직원들인데, 첨단 기술 유출로 처벌을 받아도 경제적 보상이 더 커 남는 장사가 된다면 돈에 팔려 기업과 나라를 배신하는 일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의 심각성은 냉전시대에 형법이 제정된 이후 70년간 간첩을 적국, 즉 북한과 관련된 간첩 행위에만 한정한 데서 비롯됐다. 형법 제98(간첩죄)에 따르면 북한 외 다른 국가에 핵심기술 등 각종 기밀을 유출해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간첩죄를 적(북한)으로 한정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여야 모두 이런 사정을 안다.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은 2004년 민주당 최재천 의원 발의 이후 수차례 발의됐다. 하지만 여야 정쟁으로 법사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22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여러 개 발의됐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간첩법 개정을 강력히 주장하지만 과거 법원행정처와 함께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소극적 자세가 번번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을 감안하면 결국 민주당의 행보가 변수다.

 

군사독재 시절 간첩죄로 무고하게 옥살이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정치적 트라우마 때문에 군사 안보에서 경제 안보로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도 간첩의 대상과 행위의 범위를 확대하지 못한다면 시대착오다. 우리만 손해다.

 

표에 도움이 되면 어떤 법이든 단독 강행 처리를 불사하는 민주당이 왜 국익을 챙기는 데는 적극 나서지 않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국가 안보에 눈을 감으면서 수권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나.>서울신문. 최광숙 대기자

 

   출처 : 서울신문. 오피니언 [최광숙 칼럼] ‘경제 간첩을 간첩으로 못 잡는 나라

 

   지금 우리나라에서 간첩 얘기를 하면 어느 시대에서 왔냐고 핀잔이나 받을 겁니다. 하지만 어제 11 6일에도 북한으로부터 지령문을 받고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민주노총 간부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수원지법 형사14(재판장 고권홍) 6일 국가보안법상 간첩 혐의로 기소된 전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53)씨에게 이같이 선고했습니다. 또 국가보안법상 특수잠입 및 탈출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모(49)씨에게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전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모(55)씨에게 징역 5년에 자격정지 5년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이런 상황이고, 지금은 남북한의 문제가 아니고 다른 나라와의 경제 간첩이 큰 문제라고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자기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가장 중요한 비밀을 통 째로 들고 다른 나라로 가서 똑 같은 공장을 세우려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게 삼성 반도체 얘기일 겁니다.

 

사실 이것은 북한 간첩보다 더 문제일 겁니다. 그런데도 거대 야당은 이런 문제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엊그제는 방산수출을 국회에 동의를 받으라는 법안까지 냈습니다.

 

그저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정쟁에만 시간 가는 줄 모르니 나라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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