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목이 아닙니다

2024. 11. 22. 05:48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정치권에 대응해 재계 사장단이 소수 주주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면 상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합니다
.

 

21일 한국경제인협회는 삼성 SK 현대차 LG를 비롯한 16개 주요 그룹 사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의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4대 그룹을 포함한 한경협 회원사 CEO(최고경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입장을 낸 것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라고 합니다.

 

이날 사장단은 성명을 통해 현재와 같은 어려움이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는 헤어나기 힘든 늪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규제 입법보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법안에 힘써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특히 상법 개정안 논의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많은 기업들은 소송남발과 해외 투기자본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 운영이 어려워지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상당한 애로가 예상된다 결국 기업 경쟁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고, 이는 한국 증시 밸류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소수 주주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경영 전반에 차질을 야기할 수 있는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 등 다른 방식의 접근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최근 상법상 이사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바 있는데, 개정안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대상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 확대 등이 포함됐습니다.

 

  <어제는 27년 전 국가부도 위기 앞에서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한 날이다.

 

1997 11 21 YS정부는 나라를 IMF사태로 몰고 갔다. 원인을 두고 국민의 흥청망청을 탓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서 정치 실패, 경제 실책인 것이 분명해졌다. 산은 오르기보다 내려오기가 더 어렵다던 YS가 정작 하산 길에 나라를 휘청거리게 했다.

 

정치 상황은 지금처럼 혼란스러웠다. 집권 2년 뒤 지방선거에서 참패했고, 독단적 국정운영과 아들의 국정개입, 인사농단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해외에선 한국 투자금지까지 언급했지만 정치권은 선거에 올인한 상태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통령이 위기에 무지했고 참모들마저 징후를 발견해 보고한 이가 없었다.

 

당시와 비교할 건 아니나 경제를 외면하고 정략에 빠져 있는 지금이 그때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체감경기는 위기를 방불케 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가 고전할 만큼 산업계도 심각한 상황이다. 대기업 오너들을 대동한 경제외교가 민망한 처지다.

 

경제 성적표는 원래 여당 몫이고 대통령 책임이다. 그래서 역대 정부들은 정치에서 야당에 양보하고 경제를 위한 입법과 정책을 챙겼다. 지금 정부에선 대책 없는 정치 우선 행보로 정책 결정이나 추진이 우측 깜빡이를 켠 채 표류하고 있다.

 

외교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제는 외교의 사법화로 국정 발목을 잡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2년 만에 한중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해 긍정 평가를 받았다. 하필이면 이틀 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가 사드 정식 배치를 늦추려고 미사일 교체 관련 사실을 중국에 유출한 의혹을 공개하고 관련자 4명을 수사 요청했다.

 

위법성을 떠나 외교적으로 한중 관계 개선에 의지가 없다는 뜻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한중 관계가 지금처럼 악화한 계기가 사드의 임시 배치였다. 외교의 사법화가 외교를 어디로 끌고 가는지 문재인 정부의 위안부 협상 파기에서 경험했다. 국내 이슈화한 강제징용 문제를 굴욕외교 비판까지 감내하고 푼 주인공이 윤 대통령 자신이었다. 용산의 뜻이 아니라면 대통령이 밖에서 뛸 때 감사원이 국정 방해에 나선 셈이다.

 

환란 때와 비교되는 위기 신호들에 비상한 각오도 모자랄 판인데 정부 경제팀은 위기 상황은 지나갔다고 한다. 그렇게 국민과 괴리된 천수답 낙관론은 위기의 또 다른 징후일 뿐이다. 역사 자체가 반복성을 지닌 구조라는 주장도 있지만, 역사를 알아야 반복을 피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MB정부는 청와대 지하벙커에 비상경제 워룸을 설치했다. 펀더멘털이 좋다며 위기를 방치했던 97년 사태에서 배운 교훈이었다. 당장 몰려오는 해외 현안들을 국가 안전문제로 바라보고 대응하는 정부 모습을 보일 때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과 끊으면 미국 시장을 열어주겠다고 했다. 트럼프 차기 정부는 미국 시장마저 닫아걸겠다고 한다. 1기 트럼프는 워싱턴 주류에 밀려난 아웃사이더였고, 참모들의 반대로 주장을 굽혀야 했다. 반대자가 사라진 2기 트럼프는 충성파 '영 마가(Young MAGA)'로 채워진 일극 체제다.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트럼프가 제왕이 되려 한다고 짚었다.

 

트럼프의 국익 우선주의 앞에서 자유주의 동맹의 끈마저 끊어질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트럼프에 대비해 대통령이 골프채를 잡았다는 설명이 잠시 진정성 있게 들리기도 했다. 원칙으로 맞서고 변칙으로 승부하라는 병법처럼 지금은 외교도 상황에 맞춰가는 물 같은 유용성이 필요한 때다. 동맹이라도 국익을 위해 다른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 배경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한국일보. 이태규 콘텐츠본부장 tglee@hankookilbo.com

 

  출처 : 한국일보. 오피니언 이태규 칼럼, 국가부도의 날에 소환된 것들

 

 ‘국가부도의 날을 검색하니 영화이야기만 나오고 당시 IMF구제 금융신청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아마 많은 국민에게는 그게 옛날이야기 같습니다. 하지만 결코 그게 옛날이야기도 아니고 남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때 어느 신문 사설에 1910년 경술국치와 함께 우리 국민이 절대 이 치욕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기사에 공감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까마득한 옛날이야기가 돼서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치권이 날마다 이전투구(泥田鬪狗)하느라 다른 것은 신경을 쓸 여유도 없고, 쓸 이유도 없다보니 지금 나라 경제는 정말 아득히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태입니다. 다른 나라 증시는 날마다 호황이라는데 대한민국 증시는 죽을 쑤고 있어도 그걸 남탓만 하지 문제점을 찾으려는 정치인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통령만 탓할 것이 아닙니다. 지금 거대야당은 당대표를 살리는 일에 목을 매다보니 다른 것은 다 뒷전이고, 오히려 정부정책에 딴지 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버티는 것은 그래도 굴지의 대기업이 버텨준 것인데 왜 야당은 그런 기업들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모르겠습니다.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지 않다가 소 잃고 외양간마저 없어지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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