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마음, 아버지의 마음,,,
2007. 11. 7. 08:51ㆍ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기와 렌즈
오랜 시간을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했습니다.
누구나 자기가 다니는 직장에 대해 100% 만족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저는 제가 하는 일에 한 번도 싫증을 내거나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 애들 가르치는 일과 교사라는 직업에 늘 만족하고 살았습니다. 물론 교사들끼리의 갈등이나 학교 내의 문제로 마음 상하고 언짢았던 일이야 왜 없겠습니까마는 그래도 교사라는 직업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결혼해서 20년이 넘다보니 큰 애가 벌써 대학에 들어가고 둘 째가 이번에 고3입니다. 큰 애는 스스로 알아서 잘 하더니 1차 수시에 합격하여 힘 안 들이고 괜찮은 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그 애를 위해서 한 것이라고는 발표가 있던 날 아침에 기도를 해달라고 해서 하나님께 기도를 해준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합격했다고 하니까 너무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날 학교에서 쿠퍼스 돌리고 술에 취해서 집에 들어갔씁니다. 이제 둘 째가 고3이어서 이번에 시험을 봅니다. 성적이 시원찮아서 어디 수시원서도 못 냈고, 솔직히 서울에서 대학가기가 매우 힘든 상태입니다. 그런데 저나 나나 별 걱정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기 말로는 대학에 못 가면 바로 군대에 가겠다고 합니다. 군에 갔다와서 바뀌면 그때 가서 무엇이든 하게 할 생각입니다.
첫 고3 담임을 할 때, 시험을 한 달 앞두고는 집에서 미역국이나 계란요리를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얘기만 들을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우리 애들 시험 잘 보게 해달라고 밤마다 빌었습니다. 애들이 합격했다는 전화를 해 올때마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 중에 몇 아이의 합격 소식은 눈물이 났습니다.
3학년 부장을 맡았을 때는 수능 전날 절에 가서 처음으로 108배를 했습니다. 우리 애들 수능을 잘 치르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습니다. 땀을 바가지로 흘렸고 다리가 허뚱거려서 걷기가 힘들었지만, 결과가 별로 안 좋아 두고두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가까운 제자들이 재수를 하거나 다른 시험을 본다고 하면, 절에 가서 절을 했습니다. 어떤 때는 300배, 어떤 때는 700배를 하면서 제 정성이 부족해서 아이들이 시험을 못 본 것 같아 가슴 아퍼 했습니다.
떨어진 아이와 같이 눈물을 흘리며 술을 마셔 보기도 했고, 합격한 아이와 술에 취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으로 즐거워하기도 했습니다. 엊그제도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우리 큰 애가 합격을 했다고 했을 때에 기분이 좋기는 했지만 제자들이 합격을 했다고 했을 때보다 더 좋았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작은 애, 아들이 이번에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면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제자가 합격했던 것처럼 눈물이 날 것인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저는 부모의 마음보다 교사의 마음으로 지금까지 생활해 온 것 같습니다.
아들의 수능을 일주일 앞에 두고 생각이 나서 영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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