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변명입니다.

2008. 12. 16. 10:47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기와 렌즈



사진을 취미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지 어언 20년이 넘었습니다.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길래 지금도 옛날을 생각하며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사실 사진을 취미로 한다고 해서 사진만 찍는다면 그겟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사진을 하면서 제일 큰 즐거움은 아마 사람을 만난다는 것일 겁니다. 저는 사진을 취미로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늘 그것이 자랑입니다. 사진으로 훌륭하신 분, 밖에서 다른 일로 최선을 다하는 분, 사진기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신 분 등
정말 수백 명의 사람들과 만났습니다. 그런데 가장 먼저 실망을 주는 것도 역시 사람입니다....
처음 들어 올 때는 대부분 초보라고 생각하고 조심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분들이 본성이 나옵니다.
나이가 많은데, 재력이 있는데, 사회적 지위가 있는데,,, 왜 그에 합당한 대우를 안 해주느냐는 것입니다.
처음엔 그런 분들을 다 수용하러 애를 썼지만 다시 그분들끼리 부디치고 다른 곳의 불만도 사진클럼에 와서 해결하러 하고,
조금 틀리면 몇몇씩 패를 갈라 나가고,,,, 그런 생활을 15년 가까이 했습니다.
물론 저야 나이도 어리고 내세울 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 다 선배로 모시고 열심히 했지만 오래 그러다보니
그것도 못해 먹을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 모으고, 사람들 모이는데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사진기와 사진이 사람을 실망시킬 때도 있겠지만 그것은 순전히 자신의 책임입니다.
그렇게 자신이 책임을 질 수 있는 일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사람들 다시 모으고 싶지 않아
이렇게 이런 공간에서 끄적거리고 있는 것이 제 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 때는 서울클럽의 총무, 자칭 명예총무라고 떠들고 다닐 적이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한참 그럴 때는 사협도 부럽지 않았고, 대한민국의 어느 사진동호회보다 더 자신만만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자꾸 분파가 생기면서 저도 지쳤습니다. 그리고 이젠 제 곁에 고등학교 제자가 몇 있어서 제 생활에 위안이 될 뿐입니다. 사진을 좋아하고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무척 많아보여도 저 처럼 20년 이상을 사진기 손에서 놓지 않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제가 50이 넘은 나이에 지금 또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사람들 모으고 욕 먹고 하겠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조용히 지냅니다.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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