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13. 13:55ㆍ사람과 사진과 사진기/사진은 관심이고, 만남이며, 사랑입니다
과목에 과물(果物)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처럼
나를 경악(驚愕)케 하는 것은 없다.
뿌리는 박질(薄質) 붉은 황토에
가지들은 한낱 비바람 속에 뻗어 출렁거렸으나
모든 것이 멸렬(滅裂)하는 가을을 가려 그는 홀로
황홀한 빛깔과 무게의 은총을 지니게 되는
과목에 과물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처럼
나를 경악케 하는 것은 없다.
--- 흔히 시를 잃고 저무는 한 해, 그 가을에도
나는 이 과목의 기적 앞에 시력을 회복한다.
요즘 과일이 풍성한 계절이어서 과일을 자주 먹습니다.
제가 과일을 먹을 때마다 떠올리는 시가 바로 박성룡 님의 "과목(果木)" 이라는 시입니다.
겨울에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나무에서 봄이 꽃이 피고 잎이 피어 아주 작은 열매가 열리더니 여름 더위와 가을 바람 속에 익어서 제 맛을 내는 과일을 보면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것은 식물 뿐이 아니라 동물도 알을 낳거나 새끼를 낳아서 자기와 꼭 같은 모습의 후손을 만드는 것을 보면 역시 기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작은 개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라고 또 자라면 그 어미와 같은 모습을 같게 되는 게 별거 아니라고 보면 그렇겠지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아주 신기한 일입니다.
오늘 동네 안산에 올라갔다가 산사 열매와 꽃사과 열매를 보았습니다. 꽃사과나무는 큰 나무 아래 심어서인지 영 제 모습이 아니고 열매도 개갈 안 나게 생겼는데 그래도 가을이라고 익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단풍이 들거나 낙엽이 되는 잎들이 보이던데 산에서 자라는 마의 잎은 무슨 벌레가 먹었는지 둘레를 다 뜯어먹었습니다. 저렇게 뜯어 먹기거나 낙엽이 되면서도 아래에 있는 뿌리는 더욱 자랄 것입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인데 모든 열매들이 더욱 알차게 여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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