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15. 08:26ㆍ개갈 안 나고 뜬금없는/오판과 편견
어제 종로 3가에 있는 '지중해 다방'에 갔습니다.
서울 종로에 아직도 다방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만 제가 이 '지중해 다방'에 드나든 것은 30년이 넘는 일입니다. 종로 귀금속골목 맞은 편 종로 3가역 12번 출구 부근의 지하에 있는 '지중해 다방'은 제가 사진을 하면서 그 맞은 편에 있던 가보카메라에 자주 다닐 때에 다니던 곳입니다.
예전에, 1978년에 서울에 와서 가장 많이 다닌 다방은 종로 2가에 있던 '양지 다방'이었습니다. 시골서도 다방에는 잘 다니지 않았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서울에 와선 만남의 장소로 다방이 가장 좋았기 때문에 종로 2가에 있는 양지 다방을 많이 다닌 것입니다.
다방이 얼마나 컸는지 그때 생각으로는 학교 교실 네 칸 정도라고 봤는데 아마 그보다도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커피 한 잔에 50원하던 시절인데 양지 다방을 많이 간 것은 거기서는 들어갔을 때에 커피 주문을 받으러 오면, 이따가 사람 만나서 시킨다고 하면, 부를 때까지는 커피 주문을 재촉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는 50원도 귀하던 때라 그냥 엽차만 마시고 친구 만나서 얘기하다가 나올 수 있었으니 고마운 곳이었습니다.
거기가 아니면 YMCA빌딩 지하 다방도 자주 다녔습니다. 서울 지리를 잘 모를 때라 종로에서 만나는 게 편했습니다. 그 시절 양지 다방은 지금 사라졌고, YMCA 지하 다방도 무슨 '민들레의 영토'인가로 바뀌어서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지중해 다방은 예전 그대로입니다.
거기는 주로 80대의 어르신들이 오시는 곳이라 70대가 가면 기가 죽는 곳이고 저같은 영계(?)는 모든 분들이 쳐다보는 그런 곳입니다. 주로 1세대 가요와 관계되신 분들이 많이 찾는데 원로 가수 '명국환'님도 자주 뵈었습니다.
주인이 바뀐지가 4년이라고 하는데 예전에 거기서 일을 하던 아가씨가 아니, 아주머니가 인수해서 아직도 저를 알아보는 곳이었습니다. 한 번 불이 나서 실내가 다 탔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탁자와 의자가 새로운 거였습니다. 가수 심수봉을 닮았던 예전 주인마담하고는 술도 가끔 마셨고 다른 분들과 촬영도 함께 다니고 했는데 그 분도 이젠 70이 넘었을 나이입니다.
제가 예전에 거기서 자주 뵙던 분들은 다 돌아가셨거나 떠나가고 안 계신데 가서 앉아 있으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서울 변두리에는 아직도 다방이 여러 곳에 있겠지만 종로 3가에 아직도 옛날식 다방이 있다는 것이 좀 의외이긴 하지만 그 다방에는 세월을 지켜오신 분들이 앉아 계십니다.
시간이 가면 추억만 남는다고 했는데 지중해 다방에 앉아 있으니 20여 전 일들이 새삼 떠오르고 그때 만나던 분들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커피 한 잔에 2500원이니 젊은 사람들이 다니는 커피숍하고는 다른 맛이고 빈 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어른들이 앉아계신 모습을 보면서 짧지 않은 추억을 반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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